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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말고이응 Jul 31. 2018

몽골

그리고 사람들


1.

차를 타고 초원을 6시간 달렸다. 가도 가도 똑같은 대지만 보였다. 차창 밖을 보았다. 지금 달리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사실은 한 자리에서 쳇바퀴만 도는 걸까 생각했다. 지루해질 때쯤 갑자기 세상이 뒤바뀌듯 아름다운 계곡에 도착했다. 장관이었다. 2000만년동안 흙모래에 뒤덮혀있던 아타카마 사막이 12시간 동안 7년의 강수량에 해당하는 비가 쏟아지면서 아름다운 꽃밭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실은 아타카마 사막은 그 안에 꽃씨를 품고 있었다. 똑같아보이는 몽골의 초원들도,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지루한 이동도, 끝끝내 무엇을 품었을지는 가봐야 안다.



2.

지평선이 드넓게 그려진 게르 앞에 앉아 일몰을 보았다. 아득히 저 멀리 번개가 이는 구름이 보였다. 약 160km 정도 떨어진 도시에서 비가 오는 것이 보이는 거라고 했다. 저 도시의 비바람 속에선 어른들이 급하게 빨래를 걷고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쾌활하게 뛰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평화롭게 일몰을 기다렸지만, 그곳에는 전혀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문득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은 몽골의 대지처럼 상상하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는 160km 정도의 거리는 가뿐히 달려가고, 그려내고, 상상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3.

중국의 문학가 '위화'가 어떤 단어는 인생에서 '만나게' 된다고 했다. 천안문 사태 때 울려퍼진 인민의 목소리와 횃불로부터 '위화'가 '인민'이라는 단어를 만났듯이. 광활하다. 막막하다. 두렵다. 아득하다. 황폐하다. 포용적이다. 뚝심 있다. 천진무구하다. 간결하다. 개념으로만 알던 단어 몇 가지를 직접 만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지인들에게 몽골의 풍경을 이 단어들로 설명하는 것은 어려웠다. 우리가 관념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단어에 대한 빈약한 이미지가 실재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있을지 모르면서 허공을 향해 발을 뻗는 것이 인생이라는 '한강'의 말처럼, 가끔은 그냥 경험하는 것이 답이다.



4.

올베르스의 역설. 별이 무한히 많다면 왜 밤은 어두운가?라는 질문이다. 우주가 계속 팽창해서 커지고 있다면, 일정 거리 이상의 은하로부터 오는 빛은 빛의 속도보다 공간의 팽창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볼수 없다는 답으로 해결된다. 지구에 영원히 도달하지 못하는 별이 있는 셈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별들과 지구는 서로 선택 받은 귀한 관계이다. 24시간 우리 곁에 있는 인연의 별들이다. 마치 항상 그곳에 있었던 사람에 대해 소중한 줄 모른다는 뻔한 이야기처럼 주어진 별들을 당연하게 여겼다. 서울엔 눈길을 유혹하는 광원들이 가득해서, 별 보러 몽골에 가야만 했다.


아쉽다... 제대로 못 찍었다...

5.

여전히,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내도록 휴대폰 화면에 떠있던 '서비스 안됨'. SNS도 전화도 문자도 할 수 없었다. 갈증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순간 느낀 감정들을 바로 공유할 수 있었던 좋은 동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 상담을 받은 친구가 '관계지향적'인 사람과 '성취지향적'인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이 떠올랐다. 본인이 '관계지향적'인 사람인지 모르고 성공에 집착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불행해진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의 욕심으로 크게 번영한 도시인 서울로 돌아가기 전,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중심을 잡자고, 되뇌었다.


안녕~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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