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재능, 악마의 속삭임

by shining days

계속되는 무명시절에 지친 한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악마가 그에게 나타 말했다.

"성공하고 싶어?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까?"

그는 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일어나 곡 작업을 시작는데 예전과 달리 술술 잘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밤새 머릴 쥐어뜯지 않아도 악상이 술술 떠오르고, 떠오르는 멜로디를 옮겨 적기만 해도 악기 구성과 리듬이 정교하게 잘 어우러졌다. 이런 곡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곡을 발매하자마자 차트 1위에 진입다. 후로도 연달아 히트곡 써내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발매던 곡도 역주행으로 차트에 진입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천재가 탄생했다고. 이런 음악은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다며 그를 추앙했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도 잠시였다. 이 모든 게 악마의 재능이란 게 탄로 날까 봐 노심초사했다. 인기도 명성도 모두 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훔친 왕관의 무게와 자신의 부정직함을 견딜 수 없던 그는 점점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대형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할 때도, 이전에 없던 대규모 팬 사인회를 열 때도, 언제 어디서 악마가 나타나 "이제 값을 치를 때가 왔어"라고 할까 봐 명성을 즐길 수가 없었다. 인기가 치솟을수록 더 큰 두려움이 그를 엄습해 왔다. 곰팡이처럼 피기 시작한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그의 인생을 망가뜨렸다.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


"이 거짓된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차라리 예전이 나았던 것 같아. 비루했지만 모든 게 내 것이었던 때가……."


그가 의자 위에 있던 한쪽 발을 공중으로 옮겼다.

그때 악마가 나타나 말했다.


"거기서 뭐 해? 난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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