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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ing days
Oct 25. 2023
계속되는 무명시절에 지친 한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악마가 그에게 나타나 말했다.
"성공하고 싶어?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까?"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일어나 곡 작업을 시작하는데 예전과 달리 술술 잘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밤새 머릴 쥐어뜯지 않아도 악상이 술술 떠오르고, 떠오르는 멜로디를 옮겨 적기만 해도 악기 구성과 리듬이 정교하게 잘 어우러졌다. 이런 곡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곡을 발매하자마자 차트 1위에 진입했다. 그 후로도 연달아 히트곡을 써내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발매했던 곡들도 역주행으로 차트에 진입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천재가 탄생했다고. 이런 음악은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다며 그를 추앙했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도 잠시였다. 이 모든 게 악마의 재능이란 게 탄로 날까 봐 노심초사했다. 인기도 명성도 모두 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훔친 왕관의 무게와 자신의 부정직함을 견딜 수 없었던 그는 점점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대형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할 때도, 이전에 없던 대규모 팬 사인회를 열 때도, 언제 어디서 악마가 나타나 "이제 값을 치를 때가 왔어"라고 할까 봐 명성을 즐길 수가 없었다. 인기가 치솟을수록 더 큰 두려움이 그를 엄습해 왔다. 곰팡이처럼 피기 시작한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그의 인생을 망가뜨렸다.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
"이 거짓된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차라리 예전이 나았던 것 같아. 비루했지만 모든 게 내 것이었던 때가……."
그가 의자 위에 있던 한쪽 발을 공중으로 옮겼다.
그때 악마가 나타나 말했다.
"거기서 뭐 해? 난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