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안한글의 이유가?
안녕하세요. 특허개미 이호준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제니맥스의 스타필드, Fntastic의 The day before로 알아보는 게임과 상표 이야기 입니다.
게임도 거래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게임의 명칭도 상표권의 대상이 됩니다.
상표는 “해당 이름”을 쓰는 “제품”은 “어디서” 나온 것이다 라는 기능을 가집니다.
이 공식을 게임에 대입해 보면, “디아블로”라는 “게임”은 “블리자드”에서 나온 것이다. 와 같습니다.
이걸 상표에서 말하는 출처표시 기능이라고 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내가 산 제품을 누가 만들었다는 보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표법에서는 타인의 등록 상표(표장)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동일 또는 유사한 제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나중에 출원된 동일 유사한 상표의 등록 또한 거절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명칭은 저작물의 제호에 해당하여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표권이 게임의 명칭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어서, 게임의 명칭에서 상표권 때문에 문제가 생겼던 Fntastic의 The day before와, ZeniMax Media의 Starfield의 사례를 살펴보죠.
오픈월드 MMO 서바이벌 게임인 The day before는 상표 확보를 하지 못하여 게임 출시가 연기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이미 출시 연기를 반복하여 민심을 잃어 가는 상황에서 한번 더 출시 연기를 하며 그 이유를 상표권 분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개발사인 Fntastic에서 The day before에 대한 상표를 출원하기 전에 누군가 먼저 해당 상표를 출원하였고, 그게 등록되어 자신들이 상표를 확보하지 못하였으며, 먼저 출원한 원 상표권자의 요청으로 게임의 steam 개시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상표는 바로 이겁니다.
아래의 2021.5.21에 출원된 번호 79314174 (등록번호 6886492)가 먼저 출원된 이선재님의 상표이고, 위의 2022.01.27에 출원된 번호 97242891가 나중에 출원된 Fntastic의 상표입니다.
상표의 출처 혼동행위를 막기 위하여 먼저 출원된 타인의 상표의 유사한 상표는 등록 받을 수 없기 때문에, Fntastic의 상표가 거절된 것으로 보입니다.
두 상표를 보면, 표장은 The Day before로 동일하고(대소문자 구분 없음), 상품 또한, Downloadable computer game으로 동일합니다.
빼박이쥬? 자 그럼 이제 Fntastic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펭수 사례는 상표 출원되지 않은 유명한 이름을 제 3 자가 먼저 출원하여 문제가 된 사례였습니다.
유명세에 편승하려는 상표 출원이나 덮죽덮죽처럼 타인의 이름을 가로채려는 부정한 목적을 가진 상표 출원은 원작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Fntastic의 The day before 게임 공개는 2021년 4월이고 미국에 출원된 상표는 2021년 5월이니까 게임 공개 된거 보고 출원한거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응 아니야 한참 전부터 쓰던거야~
이선재님의 (주)더데이비포에서 먼저 사용하던 상표라 펭수 사례처럼 제 3 자의 부정한 목적에 의한 출원을 이유로 소멸 시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요기 인엔아웃 버거에서 살펴본 것처럼 안쓰는 상표도 등록은 받을 수 있지만, 일정기간동안 사용하지 않는 상품에 대해서는 권리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Fntastic은 이선재님의 The day before에 대하여 상표 취소 심판을 제기한 상태입니다.(빨간 박스, 파란 박스는 무효심판으로 예비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보임)
이걸 상표 불사용 취소라고 하는데요. 상표를 등록 받은 이후에 3 년간 특정 상품에 대해서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상품에 대해서는 등록을 취소하여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이 건은 2015년 등록되었으나, 갑자기 이선재님의 (주)더 데이 비포에서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한은 취소가 될 것으로 보이네요. (취소 심판은 심판 청구 이후에 사용해도 취소를 막을 수 있습니다)
미국 등록 상표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적으로, 상표 취소 심판은 1년 가까이 걸리므로, Fntastic의 2023년 11월까지의 출시 연기는 그럴듯해 보입니다. 과연 이번엔 제때 출시할 수 있을가요 ?
상표에 관해서는 언제나 같은 조언을 하게 됩니다. 저렴하니까 미리미리 해두거나, 아니면 빨리 바꾸거나요. 이런식으로 출시가 밀리면 뼈아프거든요. 물론 Fntastic는 이미 몇번의 발매 연기로 민심을 잃고… 얘네 상표는 핑계 아니야? 라는 말까지 듣는 상황이긴 하지만요.
이제 그러면 안한글로 논란인 스타필드를 알아 보겠습니다.
우주 GTA로 기대감을 모으고 9월 경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제니맥스 미디어의 스타필드는 한국의 유통그룹 신세계와 상표권 분쟁에 돌입했습니다.
신세계가 이미 "내려받기 가능한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하여 “스타필드” 상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니맥스 미디어는 어떻게든 스타필드에 대한 상표권을 확보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2021.02.10에 한번 출원 했다가 신세계측의 이의신청을 받고 물러선 다음에 2023.05.16에 다시 출원하였죠.
먼저 출원된 상표를 보시면, 신세계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 취하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일단 제니맥스는 23년 다시 상표출원을 하였으나, 신세계 스타필드가 버티고 있는 한, 등록을 인정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제니맥스의 2차 출원에서는 내려받기 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내려받기 가능한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으로 상품을 변경했지만, 상표실무상 이 둘은 유사 상품에 해당한다.
그럼 제니맥스는 어떻게 할까요 ?
방금 살펴본 The day before와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신세계 스타필드는 내려받기 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어요.
따라서, 이건 불사용 취소로도 어렵습니다.
스타필드의 안한글 선언에 유저들의 반응이 거셉니다. 한국에 예약 구매 할 때는 한국어 홈페이지로 홍보하고 정작 게임 발매는 한글지원이 없기 때문이죠.
"한글 지원을 하지 않는 게임이니, 한국에서 실시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만 등록된 신세계의 상표를 침해하지 않는다." 설마 뭐 이런 생각으로 한글지원을 안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거 안될거에요.
상표에 관한 판례는 아니지만, SK 텔레콤 VS Viber media Inc 의 판례에서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서버가 외국에 있어도 사용자의 사용 행위가 한국에 있는 경우에는 한국에서 실시된 것으로 본 바 있습니다. (2015나2014387 판례)
상표 때문에 안한글 한다는 핑계는 ㄴㄴ
제니맥스의 경우는 이래저래 상표법상으로는 뭔가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출시를 하겠다는 것은, 신세계 측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쇼핑몰 앱과 게임의 수요자층은 어느정도 분리가 되어 있고, 국내에서 쇼핑몰 스타필드의 유명성을 보았을 때, 신세계에서 게임을 만들었네? 라고 오해할만한 수요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죠. (이런 수요자층의 분리는 비싼 그래픽 카드 가격 때문임 아무튼 그러함)
물론 제니맥스측의 2023년 후속 상표 출원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재료일 수 있습니다. 합의를 진행하며 한편으로는 자신의 상표 확보 노력을 하다 보면 합의 과정의 조금더 “원만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신세계 측의 강력한 권리 행사로 제니맥스 측이 국내 출시 이름을 다른 것으로 변경한다고 할지라도, 신세계를 비난할 여지는 없습니다. 상표권리자로서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일단 현재까지는, “쓰는건 모르겠는데, 상표권은 우리 거니까 가지게 두진 않겠다” 로 보이긴 합니다.
저자 소개: 이호준 변리사는 샤오미, 바이두 등 국내외 유명 대기업, 뷰노 등 AI스타트업의 사건을 처리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상표권 분쟁에 대한 다수의 해결 경험이 있습니다. 이호준 변리사는 빅뱅벤처스의 이사로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업들의 투자 심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업무 문의는 hjlee@abcip.co.kr 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