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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허개미 Jan 19. 2024

훈민정음 구조로 특허 읽기

VC와 스타트업이 알아야 할 지식재산

안녕하세요.

특허개미 이호준 변리사입니다. 


살면서 특허를 봐야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누가 칼들고 협박하면서 특허를 보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는 투자심사역 분들은 투자 기업의 특허를 봐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검토대상 기업으로부터 표로 정리된 특허 리스트를 받거나, 특허증을 받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음… 어떻게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래서 특허를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 훈민정음의 구조로 특허 읽기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권리범위 해석 같은 복잡한 것은 변리사에게 의뢰해야겠지만, 이 특허가 IR 자료에 있는 그 특허가 맞나? 는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의 서문은 현대 논문의 Abstract에 해당하는 완벽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선행사 연구, 문제 제기, 연구 주제 및 연구 의의입니다. 

선행사 연구: 나랏말이 중국말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않는다.

문제 제기: 이런 까닭에 어린 백성이 말하고 싶은 게 있어도 뜻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 주제: 내가 이를 어엿비 여겨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다

연구 의의: 사람마다 글자를 쉽게 읽히고 편하게 쓰게 만들기 위함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그 스물 여덟 글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만 보면 되겠죠. 


현대의 특허 문서도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허 명세서 양식

발명의 배경이 되는 기술(배경기술) = 선행사 연구, 문제 제기 

과제의 해결 수단 = 연구 주제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 발명의 효과 = 연구 의의에 해당하죠. 


특허권에서 더 중요한건 특허권의 권리 범위(초록색 박스 청구항 부분)이긴 하지만, 배경기술,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 해결 수단 정도를 살펴 보면 무슨 기술에 관한 것 인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예시들로 함께 살펴 보죠. 


현대자동차의 조립식 자동차 특허 

CES2024에서 현대차, 기아차의 모듈식 자동차 PBV 시리즈가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된 특허를 예시로 보죠. 

현대 기아차 조립식 자동차 특허

이 특허는 현대차의 조립식 자동차에 대한 특허입니다. 

특허의 배경 기술은 선행사 연구와 문제 제기를 기재

먼저 배경기술을 살펴보면, 차량은 일체형으로 생산되어 용도 변경이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해결과제 및 효과는 연구 주제 및 연구 의의

그렇기 때문에 구성이 모듈화된 조립식 자동차(연구 주제)를 제공하여, 소유자가 각각의 구성을 선택해서 큰 비용 들이지 않고도 차종을 변경할 수 있도록(연구 의의)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봤으면, "차를 모듈화해서 조립식으로 만드는구나"를 알 수 있으니, 자동차를 어떻게 조립식으로 만들었다 만 보면 되겠습니다. 

특허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는 청구항 1 항

특허의 과제의 해결 수단에 해당하는 청구항 부분입니다. 

청구항 대응 구성에 대응되는 색상으로 표시 

차량이 구동할 수 있는 플랫폼, 프런트 모듈, 리어 모듈, 그리고 캐빈 모듈로 차를 모듈화 하겠다는 것이 이 특허의 내용입니다. 

참 쉽죠?


삼성전자의 프루닝 특허 

CES2024에서 가장 핫했던 키워드는 바로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입니다. 

생성형 AI 모델까지 디바이스상에서 구동하기 위해서는 디바이스 성능도 높여야겠지만, 모델의 연산량을 경감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그와 관련된 특허를 보죠. 

삼성전자의 신경망 프루닝 관련 특허

인공 신경망을 압축하는 방법이구나… 알집인가? 하고 보시면, 

AI가 참 좋은데 무겁다면 가볍게 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인공 신경망의 연산량을 감소 시키면서도 성능은 유지할 수 있는 뭔가에 대한 발명이구나라고 감을 잡으실 수 있습니다. 

이미 학습된 인공 신경망의 여러 레이어의 가중치들을 획득하고, 프루닝 과정이 어떻게 인공 신경망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를 생성해서, 해당 데이터를 분석해서 성능에 영향이 적도록 프루닝을 하는 발명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프루닝은 인공 신경망의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일부 연결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성심당 튀김 소보로 특허 

어려운거 봤으니 맛있는 예시를 봅시다. 

그 성심당 맞습니다

이 건은 성심당의 튀김 소보로 빵의 레시피에 대한 특허입니다. 

왜 성심당 이전의 소보로 빵 튀김은 맛이 없었나

소보로 빵이라는 것이 있는데,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지만, 소보로 빵은 튀기면 기름이 과다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어엿비 여겨 이땅에 튀김 소보로를 내렷다

그래서 본좌는 소보로빵에 새로운 맛과 식감을 줄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소보로만들때 버터를 빼서.

참 쉽죠?


특허도 그렇고 논문도 그렇고 덮어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면 읽기가 참 어렵죠. 한참을 봐야 뭔소리를 하는지 감이 잡히거든요. 


이 칼럼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훈민정음 서문의 구조는 다양한 특허들을 이해하는데 효과적인 틀을 제공합니다. 


각 특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배경기술(선행사 연구 및 문제 제기), 과제의 해결 수단(연구 주제), 그리고 발명의 효과(연구 의의)로 구성된 특허 문서의 구조는 특허에 관한 많은 지식 없이도 해당 기술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특허를 읽음으로써, 투자 심사역, 연구원 등은 각각의 특허가 어떤 기술에 관한 것 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에서 예쁘게 정리해 주면 더 좋겠죠. 그건 ABC특허법률사무소에서 해줍니다.)

특허 문서는 해당 기술의 완성도(기술 진행 정도, 기술의 신뢰성, 기술의 자립도), 기술의 경쟁 우위도(기술의 차별성, 기술의 모방 난이도, 기술의 확장성)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기술에 대한 가치 판단은 투자 판단의 중요 고려사항입니다. 

이 분석 방법이 투자 판단에 유용한 도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저자 소개 : 이호준 변리사 


이호준 변리사는 국내외 유명 대기업과 AI 스타트업의 사건을 처리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밴처캐피탈인 빅뱅벤처스의 이사로 Deep Tech 기업에 대한 투자 심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Deep Tech, 스타트업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한 지식재산권 컨설팅 및 창업 보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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