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항(EHang)은 뭐하는 회사일까?
https://www.ehang.com/ehangaav/ UAM 즉 Urban Air Mobility라는 드론 택시 같은 걸 만들어서 모빌리티를 혁신하겠다는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의 회사입니다.
https://www.google.com/finance/quote/EH:NASDAQ
사실 우리에게 이 회사가 알려 진건 바로 이 주가 흐름 때문이죠.
2020년 말 2021년 초에 도심형 항공 이동수단,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붐이 있었고, 주가 흐름도 그에 맞게 폭등하다가, 공매도 보고서 한방에 나락간 주식이고, 저도 살짝 발을 담궜다가, 잠깐 미래가 왔는가 했다가 공매도 보고서보고 헐레벌떡 프리장에 겨우 탈출한 주식이죠.
We are short Ehang
We are short Ehang (https://wolfpackresearch.com/research/ehang/)
공매도 보고서의 내용은 이 회사는 결국 목표한 UAM을 실현시킬 기술은 없고, 공장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내용입니다.
이 공매도 보고서로 하루만에 60%가 넘는 하락이 있었고, 다음날 CEO의 반박으로 다시 60% 상승했다가 보시는 바와 같이, 고점대비 90%가까운 하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매도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허위 납품 계약, 텅빈 공장, 그리고 모터 납품사의 기술 부족입니다.
이 중 변리사가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은 기술 부분이니 이항의 특허를 살펴보고 과연 그들이 말하는 기술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매도 보고서와 주가로 이미 답은 나왔지만요. 무지성 매수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ㅠ)
2. 특허로 기술을 볼 수 있을까?
특허제도의 취지는 발명을 공개한 사람에게 일정 기간의 독점권이라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문서는 권리를 나타내는 부분과 기술을 공개하는 기술문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허를 살펴보면 그 기업의 기술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연말에 실적 때문에 밀어내기 하는데?
라는 경우가 많은 걸 알지만, 그래도 밀어내기 할 때 하던 일에서 정리해서 내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특허란 그 기업의 기술 상황을 대체로 나타내는 편입니다.
물론 특허는 출원 후 1년 6개월 이후에 공개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그 기업의 기술 현황이라기보다는 그 기업의 1년정도 이전의 기술입니다.
자 그럼 제가 22년 3월에 이항 특허를 검색을 하면, 검색일로부터 1년 6개월 전인 20년 9월 이전에 출원된 것들은 공개가 되어 있지만, 그 이후에 출원된 것들은 볼 수 없습니다.
그림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https://kr.investing.com/equities/ehang-holdings-ltd
이항의 환희의 시절의 특허는 미공개 영역이라 볼 수 없지만, 그때 그 환희가 이유가 있는 것이었는지는 나중에 살펴보고(22년 8월 이후) 지금 시점에 볼 수 있는 특허만 보겠습니다(연녹색 부분, 20년 9월 이전 출원).
3. 특허로 기업의 기술을 살펴보는 방법
특허로 기업의 기술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비중이나, 기술의 구체성의 정도에 따라서 얼마나 구현이 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특허는 보통 뜬금없는 아이디어성 특허 -> 조금 구체화된 특허 -> 개발과정, 양산 수정사항을 담은 특허 -> 다음 세대 제품 관련 특허로 발전하게 됩니다.
기업의 특허들을 분류한 뒤 각 분야 별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를 보면 기술 현황을 가늠할 수 있죠
4. 그래서 이항의 특허는?
이항은 중국 회사이기 때문에 중국에 특허가 가장 많습니다. 특허가 여러 나라에서 효력을 가지려면 각각의 국가에 모두 특허를 출원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자신이 속한 국가에 가장 많은 출원을 합니다. 언어의 장벽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비용도 가장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항의 특허를 살펴보면, 이항은 121 건의 특허를 중국에서 출원하였고, 그중 14 건이 미국에도 출원되었습니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도 출원되는 특허는 그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특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출원된 14 건 중 특허는 7건이고, 나머지 7건은 그냥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은 기술에 관련한 특허와는 달리 외형의 생김새 즉, 우리가 말하는 디자인입니다. 즉, 디자인이 몇 개가 있던 그것이 기술과 관련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됩니다.
Ehang 특허 검색 결과
언어의 장벽도 있으니 일단 먼저 미국 출원 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뭐가 안나오면 중국으로 가 보죠
4.1. 미국특허출원 US15/016548
US15/016548 처음부터 뭔가 나왔네요. 노란색 부분을 보면 이것이 이항의 특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초록 부분의 발명의 명칭을 보면 Multi-Rotor Passenger-Carrying Aircraft라고 기재되어 있어 이것이 승객용 이동 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 페이지에 기재된 도면이 이 특허의 대표 도면인데 아까 살펴본 이항이 목표하는 제품의 이미지가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습니다.
그리고 빨간 부분을 보면, US Patent application Publication이라고 써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것이 미국에 출원된 “특허”(즉, 기술)이며, Publication은 공개된 상태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2016년 2월 5일 출원(하늘색 부분)이고, 6년이나 지났는데 특허 등록은 아직인가? 하고 미국 특허청에 가서 현재 상태를 보면, Abandoned 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보라색).
즉, 이 특허는 미국에 출원되었지만, 특허로 등록되지 못하고(즉, 미국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하여 독점권을 가지지 못하고) 포기된 것입니다.
이게 이항의 가장 초기에 출원된 것으로, 아까 말한 것처럼 가장 초기의 “아이디어성 특허”에 해당합니다. 가장 처음이라서가 아니라 실제 내용이 알맹이가 없어서입니다.
내용을 한번 살펴보죠.
이 특허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수의 로터를 가지는 “승객용” 항공기이고, 승객 탑승가능한 캐빈이 되는 바디, 그리고 바디는 암을 가지며, 각각의 암은 위아래로 설치된 프로펠러를 가진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게 전부다 이 특허에서 특징적인 구성이라고는 이것 하나 뿐입니다. 그리고 다른 부분들(탑승공간, 탑승공간과 프로펠러를 연결하는 프레임 등등등)에 대해서는 상세한 서술은 없습니다.
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 특허는 1 페이지의 표지, 2 페이지의 도면을 포함해서 총 5 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특허입니다. 구체화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죠. 기술개발의 극 초기의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는 대부분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커다란 드론을 개발 하려면 다른 요소 기술들이 필요 하지만(모터 경량화 기술, 베터리 운용 SW, 캐빈 관련 기술들 등등등), 이 특허는 “커다란 드론” 이라는 기술적 목표를 포함하고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소 기술들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즉, 이 특허를 가지고 이항이 이런 개인용 도심 항공기에 대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정도 내용이면 꿈을 꾸었구나 정도로 추정됩니다.
4.2. 미국 디자인권 USD 785541
USD785541 이 문헌을 살펴 보면, 노란색 부분에서 이것이 이항의 출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빨간 부분을 보면, 이전 문헌과 달리 US Design Patent이라고 되어 있고, 번호도 USD785541라고 되어 있어, 이것이 디자인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 문헌은 기술에 관한 것이 아니고, 외관 디자인에 관한 것입니다.
디자인은 이렇게 특허에서 살펴본 승객 운송용 항공기의 외관 형태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 까지가 이항의 초기였던 2016년에 출원한 특허와 디자인입니다. 그들이 개발 또는 납품계약을 했다는 항공기에 관련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아래와 같이 일반 항공 촬영용 드론 같은 것이 검색되네요.
근데 심지어 이것도 그냥 디자인임 ㅎ
미국에서는 그들이 기술을 가졌다 할 만한, 것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본진인 중국으로 가 보죠. 우리는 어차피 결과를 알고 있지만요.
4.3. 중국엔 어떤 특허들이 있을까?
Ehang 출원인의 중국 검색 결과
2016년 즈음의 이항을 보면, 촬영 드론 조금, 승객용 항공기 조금을 특허(대부분은 실용신안)로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촬영용 드론의 HW, 스마트폰을 이용한 제어 등에 관한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론 만들던 회사에서 도심형 무인 항공기를 만들겠다고 사업을 전환한 것처럼 보이네요.
그 외에 드론의 자세 제어, 열 관리,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한 제어 등의 특허를 내놓은 걸 보면, 이항은 소형 드론으로 시작해서, 그에 관련한 기술을 연구하였고, 이 노하우를 활용하여 최종 목적인 UAM을 만들겠다는 회사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여기까지가 희망편).
스마트폰 제스쳐를 이용한 드론 제어(촬영용 O, 탑승용 X)
그 뒤 출원 되는 것들을 살펴 보면, 대부분 촬영용, 시설감지용 드론들(즉, 교통수단이 아닌 일반적인 드론들)에 관련한 특허들이 다수 보입니다.
<중국특허출원 CN 109976376 – 드론 컨트롤용 패널 UI> 무인항공기의 노선 제어에 관한 특허들, 무선 항공기를 이용한 에어쇼(하늘에 그림 띄우는 그것) 제어 방법 관련 특허 등이 검색됩니다.
드론 쇼. 도면2의 점들이 드론 <중국특허등록 CN 108445902 – 에어쇼를 위한 다수 드론의 조명제어>
5. 그래서.. 사요?
해서 결국, 제가 이 주식을 매수한 시점인 21년 초 시점에서 볼 수 있는 공개 특허(대략 19년도 6월 이전 출원 기준)을 살펴보면, 최초에 이항의 주가 상승의 원인이 되었던, 도심형 승객 운송 항공기에 관한 기술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물론 항법 시스템이나 경로 설정 등의 SW는 있으나, 이는 기존의 사업인 소형 드론에도 사용할 수 있는 특허들로 도심형 승객 운송 항공기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 하면, 작은 드론을 단순히 크게 만들어서 승객을 운송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항의 초기 특허에서 촬영용 소형 드론의 랜딩기어에 관련한 기계 구조에 대한 실용신안출원이 있습니다. 즉, 이항은 드론의 무게에 의한 영향을 고려한 기술에 대한 인식이 있습니다.
크게 만들면서 늘어나는 무게와 그에 따른 랜딩기어 등에 대한 변경사항, 크게 만들면서 늘어나는 무게에 따른 모터의 변경사항 등등 HW적인 개선 요소들이 요구되는데, 이항의 특허는 최초의 승객 운송 항공기 특허를 제외하고는 이를 구체화하는 후속 특허들이 미진합니다.
물론 지금은 정답을 알아서 그렇게 판단할 수 있으나, 21년 1월의 제가 이러한 특허 상태를 봤었다면, 이거 진짜 하는게 맞나? 하는 생각은 했을 것 같네요.
물론 저는 이걸 그때 보진 않았기 때문에… 부의 추월차선이구나 하고 차선변경했다가 직진 안되는 유턴차선을 만나 버렸고… 또 부의 휴게소에서 쉬었다가 부의 졸음 쉼터에서 화장실도 가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정리하자면, 기술의 개발은 특허로 나타나는데, 개발 단계를 거칠 수록 특허에 포함된 아이디어는 점점 구체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특허는 그 기업의 기술 개발 진행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자동차계의 이항 니콜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번에도 정답은 알지만요. 이번에는 안샀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저자 소개: 이호준 변리사는 샤오미, 바이두 등 국내외 유명 대기업, 뷰노 등 AI스타트업의 사건을 처리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호준 변리사는 빅뱅벤처스의 이사로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업들의 투자 심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업무 문의는 hjlee@abcip.co.kr 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