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궁금했고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부분을 학습하고 싶었다
전여친 얘기에 씁쓸해지기보다 그 사람이 진정 사랑을 해본 적 있다는 게 좋았고
17년 인천공항 2층 레코드샵에서 충동구매 후 워홀 생활 내내 들었다는 오아시스의 앨범을 나도 다운로드 받아 전곡을 외워버리게 하는
그런 사람은 정말 영영 처음이었다.
나는 그가 너무 좋아서, 헤어지고 나서도 이 사람 얘기만 하고 싶었다.
더 이상 나의 사람이 아니란 게 아파도 떠올리는 시간이 행복했을 정도로
그 정도로 좋았다
헤어지고 더 사랑했다.
이별 후 오랫동안 나는 그를 짝사랑했다.
그런 그 사람만큼은
내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떠나는 이가 아니길 바랐다.
우리는 너무 일찍 만나버렸다.
모든 첫사랑이 그렇듯.
어쩌면 다를 수도 있었을까?
눈이 사카린처럼 펑펑 쏟아지던 날 이별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에서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쏜살같이 지나치는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투명한 눈을 무수히 투과해 사방이 밝아졌다. 나의 흐릿해진 시야에도 확연했다. 고요한 차내에 캐롤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고백하고 싶었다.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생각했다고.
얼마나 성공하고 유명해져야 할까.
당신이 내 소식을 멀리서도 들을 수 있으려면.
우리에게 있어서 내 마지막 믿음은 이거야.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 안 해.
그래도 당신도 내가 가끔은 보고 싶었다고.
조금은 생각이 났다고.
빈자리를 느낄 때도 있었다고.
당신 역시도 어쩌면 우리가 다를 수 있었을지 상상해본 적 있다고.
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했던 적도
아주 가끔은 있었다고…
그거면 돼. 나는 그럼 정말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