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남현 Sep 12. 2023

광고 카피 속에서 읽는 세상

#15 공익광고협의회 [행복한 가방]편

(카피 시작)

43년전 두 간호사가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소록도에 왔습니다.


그 가방엔 값비싼 약도 최신 장비도 들어있지 않았죠.


환자들을 위한 마음만 담겼을 뿐.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작은 가방처럼


당신의 가슴엔 어떤 가방이 있습니까?

(카피 끝)


나의 20대. IMF 세대인 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살았다. 누군가를 생각하기 보다 나 혼자만의 삶을 살기도 버거워 하면서 그렇게 20대를 보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이자 수녀였던 그분들은 20대인 1962년과 1959년에 각각 한국으로 넘어와 약 43 동안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위해 평생 봉사를 실천했다. 70대가 되어 자신들의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하자 2005년 11월21일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홀연히 소록도를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오히려 “우린 그렇게 특별한 거 안 했다, 오히려 받은 것이 많다, 행복했다”라고 말하며 자신들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평생 삶을 그렇게 사회에서 소외된 아픈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하셨던 거다. 무엇보다 전염성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옆에 가기도 꺼려 하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장갑을 끼지도 않고 환부를 만지고 고름을 닦아주고 함께 식사도 마다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왜 그분들은 오스트리아를 떠나 말도 통하지도 않고, 가난했던 그리고 소외된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있는 소록도에 오셨을까? 그리고 “행복했다”고 말씀하시고… 남보다 나를 위한 삶에 익숙한 우리들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듯 하다. “나눔”과 “봉사”라는 거창한 말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브랜딩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나눔”과 “봉사”를 레버리지 삼아 권력을 탐하는 분들도 계시고…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수녀님들을 통해 진정한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 소록도: 소록도는 6·25전쟁과 가난으로 황폐한 1960년대 이 땅, 그 중에서도 가장 멸시받고 비참한 처지의 한센인들이 살던 곳이다. 


[행복한 가방]편

광고주: 공익광고협의회

광고대행사/제작사: 로프트월드와이드

집행연도: 2018년


[행복한 가방]편 광고영상 감상하기


작가의 이전글 광고 카피 속에서 읽는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