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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May 18. 2023

나의 고유한 다양성 인정하기

(feat. 나를 읽는 인문학)


파울클레의 <세네치오>. 언뜻 언뜻 본 적 있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인상적인 건 둘째 치고 약간 기괴하다 싶은 느낌도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김건종 선생님의 <마음의 여섯 얼굴>에서 이 그림에 대한 해석을 보고 나서는 생각도, 느낌도 달라졌다. 눈도 짝짝이, 눈썹 모양은 아예 다르며, 코는 있는 듯 없는 듯, 입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는 이 기묘한 얼굴에서 선생님은 삶의 다양성을 발견하신 것 같다.


"삶에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요소들이 섞였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그 요소들로 인해 
균형이 깨지지 않기를 희망할 수 있을 뿐이다."

                                                         김건종 <마음의 여섯 얼굴>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에서 읽은 글귀를 보며 다시금 파울클레의 <세네치오>를 떠올렸다.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개인 안에도 놀라운 다양성이 존재한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개인 안에 있는 다양성이 극단적으로, 병리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제주 한 달 살이에서 서울에서는 만날 수 없던 나를 만났듯이, '낯선 상황'에 노출되면 새로운 '나'가 발견된다. 노래 <가시나무 새>의 가사처럼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다.



지난 북클럽에서 <This is me>라는 심리 작업을 시도해 보았다. 나라는 사람을 잘 표현하는 글이나 이미지를 공유하기로 했는데 그중 한 분은 '다양한 나'를 표현하는 그림을 골랐다. 밝고 유쾌하기만 해 보이는 그녀의 삶에도 어둡고 우울한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나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앞으로도 새로운 '나'의 발견을 꿈꾸는 그녀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신 안의 고유한 다양성을 인정할 때 타인의 다양성도 잘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내 안의 다양성은 나와 관계를 맺은 대상들의 상(像)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나'를 발견하는 과정은 다양한 '타인'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제대로 된 자기이해는 반드시 타인이해를 수반한다. 제대로 가보고 싶다. 때론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 고단하더라도, 만나기 싫었던 나를 만나더라도. 그 끝엔 선하신 그분의 놀라운 섭리 가운데 지음 받은 나와 너를 만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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