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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Jun 27. 2023

공감과 최적의 좌절 사이

(feat. 하인츠 코헛)


프로이드부터 시작된 정신분석은 하인츠 코헛의 등장으로 새 무대를 열었다. 본능에서 출발한 정신분석 이론이 '자기(self)'의 발달에 초점을 맞추는 이론으로 확장된 것이다. 하인츠 코헛은 흔히 '나'라고 말하는 '자기(self)'의 발달은 인간의 근원적인 '자기애적 욕구'로 비롯된다고 보았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애'가 있으며 이 자기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자기애를 평생에 걸쳐 건강하게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자기'는 어머니와의 '접촉'으로 탄생한다. 한 아기가 탄생했을 때 어머니가 저절로 가지게 되는 한 존재에 대한 기대감은 '나'의 씨앗이 된다. 그는 인간의 '자기'는 2개의 축을 가진 '구조'를 가진다고 보았는데, 자기의 구조 중 한 축은 '완벽한 나'를 드러내고 싶은 '과대자기'와 '완벽한 대상(특히 부모)'와 연합하고 싶은 욕구, '이상화 부모 이마고'의 다른 축으로 구성된다.


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작은 아이가 이제 첫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그야말로 환호를 보낸다. 이제 비틀거리며 첫 걸음을 떼었을 뿐인데도 우리는 그 아이가 '걸었다!'고 말한다. 이런 부모의 반응으로 아이의 자신의 과대감과 전능감을 선보이며 자기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쌓아간다. 걸음 뿐일까. 부모와 아이의 수없이 축적되는 상호작용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인정 받기를 바라고, 어린 시절 그 욕구가 잘 충족되었을 때 그 아이는 건강한 야망과 이상을 가지고, 이를 이루기 위한 재능과 기술을 열심히 개발시킬 수 있다.



코헛은 다른 정신분석 이론가들과는 다르게 양육과 심리상담에 있어서 "공감"의 역할을 무척 강조했다. 공감은 심리적 산소라고 말했으니 공감이 없이 사람의 마음은 시들고 죽어간다는 뜻이다. 공감은 결국 인간의 근원적인 자기애적 욕구를 인정하고 허용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끝없이 확인 받고 싶은 존재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상들로부터 그 확인을 받아야 살만한 가치와 기쁨을 느끼고 생동감 있게 삶을 살아나갈 수 있다.



그러나 부모는 신이 아니다. 완벽한 공감을 줄 수 없는 존재이다. 살다 보면 아무리 좋은 부모라도 아이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아이는 엄마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엄마는 직장에 나가야 된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좌절의 경험을 하게 된다. 엄마에게 자신이 열심히 만들어 온 작품에 대한 칭찬을 받고 싶지만 엄마는 친구들과 오랜 만에 수다를 떠느라 영혼이 없는 칭찬만 건넨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그것도 좌절의 경험이 된다. 아마 수많은 공감 속에 그보다 더 많은 수많은 좌절이 끼어들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코헛은 아이들이 공감적 양육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이 좌절 경험들을 통해 '성장'한다고 보았다.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지나친 트라우마적 좌절 경험이 아니라면, 일상의 크고 작은 좌절들을 경험하며 아이는 성장한다. 더 이상 부모로부터 내 욕구가 완벽하게 충족될 수 없음을 수용하고, 나 스스로 내 욕구를 충족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제서야 나 스스로 불안을 달래고 진정하며, 좌절을 견디고 다시 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기를 수 있다는 말이다. 완벽한 공감은 인간에게 불가능하며,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의 노력을 통한 완벽한 공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을 성장시키지 못한다. 공감의 토대 위에서 만난 좌절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난 코헛의 이론을 참 좋아한다. 그의 이론이 자기애적 시대를 살고 있는 현 시대에 잘 들어 맞기도 하고, 아이들과 내담자들에게도 잘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공감과 최적의 좌절 사이. 나의 아이들과 내담자들에게 나는 지금 무엇을 경험케 하고 있는 걸까.


@inside.tal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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