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치열한 경쟁 사회입니다. 경쟁은 곧 남과의 비교를 전제로 하지요. 청소년기가 되면 점점 유아적 환상에서 벗어나 소위 말하는 '현타'를 맞습니다. 부모도, 자녀 자신도. 연속으로 현타를 맞을 때 심리적 자원이 든든한 아이들은 그 현타를 견디고 성숙해 갑니다. 그러나 심리적 자원이 빈약한 아이들은 연속되는 현타에 쓰러지고 맙니다.
나지오는 부모에게 건네는 네번째 조언으로 자녀를 어느 누구와도 "절대" 비교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정신분석가들이 좀처럼 쓰지 않는 단어 "절대"까지 붙여 가며 반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화되는 이 혼란스러운 과도기를 통해 청소년의 정체성과 자존감은 새롭게 형성되어 갑니다. 이때 여전히 중요한 대상인 부모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청소년의 정체성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진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반항, 불안, 우울에 빠지는 선택을 합니다. 거짓 자기는 더 강화되고 진짜 자기는 점차 소외되어 가지요.
자연스레 이재철 목사님 인터뷰가 생각났습니다.
싱어게인 이승윤이 우승하고 난 직후의 인터뷰였어요. 인터뷰 말미, 목사님은 자식 교육은 직선이 아니라 '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직선 위에서는 경쟁과 비교를 통해 낙오되는 자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에도 선두 그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모른척하고 지나가야 합니다. 모른 척 지나가는 순간 선한 사마리아인은 될 수 없습니다.
남과의 비교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나와의 비교는 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원 위에 아이들을 세우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으로, 자기 영혼을 소유한 자로 살아가도록. 하지만 하위 그룹에 속하는 건 가끔 너무 위험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무리에서 낙오되거나 버림 받는 존재가 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니까요. 잘(?) 살기 위해서는 상위 그룹에 속해야 하기에 숨이 차도 오늘도 뛰어야 하는 아이들이 많이, 아주 많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경쟁은 무조건 나쁘다는 시선도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은 우리 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니까요. 경쟁을 악으로만 규정하는 순간 아이들은 현실을 부인하며 세상과 거리가 있는 삶을 살고 싶은 환상을 품게 됩니다. 경쟁이라는 현실은 인정하되 그 경쟁이 우리 현실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원 위에 세우기 위해서는 저부터 저 자신을 원 위로 데려가야겠습니다. 남과의 비교에서 지금보다 더 자유로워져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나를 꿈꿉니다. 그분이 지으신 고유의 모습 그대로. 그런 나의 뒷모습을 보고 자녀들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도록, 그런 나와 만난 내담자들과 학생들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길...그렇게 기도해봅니다.
@inside.talk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