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초기에 형성되는 애착은 우리의 성격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초기 애착은 부모-자녀 관계, 상담자-내담자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대학원 졸업 후 애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David J. Wallin의 <애착과 심리치료>를 하루에 한 챕터씩 공부하는 중입니다. 오늘은 애착 이론의 발전사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존 보울비: 애착 이론의 아버지
존 보울비 (John Bowlby)<출처: 교보문고 웹사이트>
보울비는 애착 이론의 창시자다. 애착 이론은 보울비를 시작으로 그의 제자인 에인스워스에 의해 정교화되었고, 이후 학자들에 의해 확장, 발전되었다. 보울비는 진화의 관점에서 애착을 바라봤는데, 애착은 유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한다. 조상들은 자연 속에서 살면서 더 많은 실제적인 위협에 노출된 채로 살았을 것이다. 동굴 이나 움막 같은 곳에 살면서 아기들은 양육자 없이는 한 순간도 안전하기 어려웠을 것이기에 애착은 곧 생존이었다. 이런 관점에 착안하여 보울비는 사람이 위협과 불안정에 처했을 때 나타내는 반응 유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출처: <애착과 심리치료> p.28~29).
1. 보호해 주는 애착 대상을 찾고 살피며 근접성을 유지하려고 애쓰기
2. 낯선 상황과 경험에 대한 탐험을 가능하게 하는 '안전기지(secure base)'로 애착 대상을 활용하기
그녀는 보울비와 오랫 동안 애착을 연구해왔으며 애착 이론을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교화하였다. 그녀가 애착 이론에 기여한 바는 매우 많은데 에인스워스가 발견한 2가지 중요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
- 개인의 애착 행동의 질적 차이는 양육자의 행동에 달려 있다. - 애착이 안정이냐 불안정이냐의 핵심은 유아와 양육자 간에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패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녀가 발견한 애착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유아와 양육자 간 의사소통의 질이었다(양이 아니라). 유아의 비언어적인 단서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유아의 의도와 상태에 수반되는 의사소통을 하는 엄마들은 안정 애착을 형성했다.
<에인스워스의 "낯선 상황"(the Ainsworth Strange Situation) 실험 >
에인스워스는 볼티모어에서 26명의 임신부들을 모아 아이가 태어난 후 1년 동안 아기와 엄마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그리고 3분 동안 12개월이 된 유아들은 유아가 엄마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탐험할 기회와 두 차례 엄마와의 분리 및 두 차례의 재회, 그리고 유아가 낯선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하는 셋팅이었다. 실험 결과 이 "낯선 상황"에서 유아들의 행동을 유형화해 보니 다음과 같은 세 그룹이 있었다(출처: <애착과 심리치료> p.37)
1. 안정 애착 유형
안정된 유아는 분리로 인해 심한 고통을 받았어도 엄마와 다시 연결되면 즉시 안심하고 놀이를 재개했다(탐험했다).
안정형 애착 엄마들의 특징은 "그만하면 좋은(good-enough)" 방식으로 잘못된 조율보다는 민감성을, 거절보다는 수용을, 통제보다는 협동을, 냉담함보다는 감정적으로 함 께해 주는 능력을 보여 주는 경향이 있다.
2. 회피형 애착 유형
이 유형에 속하는 아이들은 엄마의 분리 여부와 상관 없이 탐험을 지속한다. 고통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침착한 것처럼 오인 받기 쉽지만, 이 아이들의 심장 박동률은 엄마와 분리되었을 때 고통스러워한 아이들의 것과 비슷했다. 이들은 엄마와의 분리에 대해 "거리두기(detachment)"와 유사한 방어를 사용하면서, 위로와 돌봄을 청하는 그들의 요구가 엄마로부터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기대를 체념하는 듯 보인다(p.39).
3. 양가적 애착 유형
이 유형의 아이들은 2가지 유형으로 다시 분류되는데 엄마의 분리 후 다시 만났을 때 "분노하는" 아이들과 엄마에게 자신을 위로해 달라고 하지만 "수동적인" 아이들이다. 마치 엄마를 다시 만났음에도 엄마가 그 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화내거나 위축된다. 이로 인해 탐험 행동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메리 메인: 애착 이론의 확장
메리 메인 (Mary Main)<출처: 버클리대 홈페이지>
메리 메인은 에인스워스의 제자로서 애착 이론을 더욱 확장시켰으며 다음과 같은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혼란형 애착의 추가 발견
-내적 작동 모델의 재개념화
-애착 패턴의 세대 간 전이
-메타인지: 생각하기에 대한 생각하기
부모의 메타인지의 연결이 자녀의 애착이 안정형인지 불안정형인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보울비는 유아가 양육자와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상호작용이, "내적 작동 모델"로서 내면에 저장되어 현재 바깥의 대인 관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메인은 성인 애착 면접을 통해 성인의 어린 시절 애착과 그들의 자녀들의 애착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부모의 메타인지의 질이 자녀의 애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후속 이론의 기초를 놓았다.
피터 포나기: 상호주관적 애착 관계의 새로운 발견
포나기는 영국 정신분석학자로서 메인의 애착 이론에 영감을 받아 상호주관적 애착 관계가 통찰과 공감이라는 인간의 중요 능력을 발달시키는 중요 맥락임을 확인했다(출처: <애착과 심리치료> p.26). 그가 말한 개념이 아직은 무척 어렵게 느껴지지만 천천히 공부하며 잘 이해하고 싶다.
-"정신화"와 '성찰적 기능' 척도
정신화(mentalizing)는 '마음을 갖는 것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중재한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깨닫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딸이 아버지가 자신을 '거부하는' 이유가 아버지의 적대감이 아니라 우울 때문일 수 있다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성찰적 기능은 통찰과 공감하는 능력과 밀접한 관련. 즉, 부모의 성찰 능력이 많은 경우에는 자신의 애착 경험이 부정적이었던 부모가 대체로 자녀를 불안정 유형으로 키우는 '악순환'을 깰 수 있다!(p.74).
이를 심리치료에 적용한다면, 심리치료는 환자의 정신화 능력을 회복시키거나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라 말할 수 있다. 포나기는 사람의 내적 세계와 외부 현실 사이에서 인간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경험의 양식을 다음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했다.
-심리적 등가성(psychic equivalence)
내적 세계와 외부 현실이 같은 것으로 여겨지는 상태. 유아와 어린 아동이 자신이 무섭게 느껴지는 내적 세계가 외부 현실에 실제로 있다고 믿는 상태
-가장하기(pretense)
내적 세계와 외부 현실의 분리. 아이들이 자라며 놀이를 통해 현실적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할 수 있음. 영웅 놀이, 인형 놀이 등
-정신화(mentalizing)
내적 세계가 외부 현실과 분리되어 있으면서 연관되어 있음을 인식. 4세 이후부터 통합이 일어나면서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를 똑같이 여기지도 않고 단절된 것으로 여기지도 않는 "성찰적 양식"이 출현함
인간의 심리적 경험은 위와 같은 발달을 거치는데 심리적 등가성과 가장하기 경험 양식을 정신화 양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촉진하는 것이 바로 애착의 상호주관성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애착의 상호주관성은 아이에 대한 정서 조절과 성찰할 수 있는 타인과의 놀이를 통해 촉진된다고 설명한다.
정서 조절에 있어서, 아이는 물리적 생존이 아닌 "감정적 생존"을 보장해 줄 애착 대상을 필요로 한다. 이 때 아이의 감정적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은 자녀의 불안을 대체로 잘 "담아내는(containing)" 부모이다. Wilfred Bion(1962) "지지적인 어머니는 원래 아기가 견딜 수 없었던 감정적인 경험을 자기 안에서 견뎌 내고 처리하며 또한 아기가 견딜 수 있는 형태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p.78)". 즉,
i) 아이의 고통의 원인과 그로 인한 감정적 충격을 이해하고,
ii) 그런 고통에 대처하고 그것을 줄여줄 수 있으며,
iii) 점차 생겨나고 있는 아이의 "의도적인 입장"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부모의 행동에 담긴 의도를 추론할 수 있는 아이의 능력)
→안정 애착 형성 가능성 극대화
그러면서 아이의 정서를 조율하는 방법으로 아이의 정서를 반영하는 방법(아이의 감정을 엄마라는 거울을 통해 비춰준다, 아이의 감정을 읽어준다고 이해해도 괜찮을 듯)에 대해 설명한다.
· 아이의 정서 반영하기
거울보다 먼저 보는 것은 엄마의 얼굴이다.
D.W.Winnicott (1971a, p.111)
아이의 정서를 잘 반영하기 위해서는, "내적 상태에 수반되는(contingent)"+ "티가 나는(marked)" 정서 반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티가 나는" 반영에 대해 포나기는 반영된 정서를 과장하거나 (우리 애기 아프구나~~~!!! 엄청 놀랐구나 내 새끼~~~!! 이런 것? ㅎㅎ) 혹은 불안하게 하는 정서를 그와 상반되는 정서와 섞어버리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부연한다. 위니컷은 이러한 과정이 "아기에게 아기를 되돌려준다" 고 설명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부모와 개별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 문제가 있는 반영
엄마의 얼굴에 반응이 없으면, 그때 거울은 쳐다보는 것일 뿐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D.W.Winnicott(1971a, p.113).
티가 나지 않는 반영에 반복해서 노출되는 경험은 심리적 등가 양식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아직 자신의 감정을 모르는 아이는 엄마의 티가 나지 않는 반엉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이 부모에게 똑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아이의 개별화에 장애가 된다. 잘못된 반영이 반복될 경우 내적 공허함과 다양한 형태의 거짓 자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음 생각) 아이에게 또는 내담자에게 정서적으로 잘 조율된 반영을 하는 것,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담아내어 소화할 만한 좋은 것으로 다시 되돌려주는 과정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깨닫는다. 그럼에도 부모 또는 상담자의 "성찰적 기능" 또는 "정신화" 과정이 자녀 또는 내담자의 불안정한 애착을 복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다. 나의 메타인지적 기능 또는 성찰적 기능을 강화하도록 매일의 독서와 글쓰기, 자녀들과의 북클럽에 더욱 정진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