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애착 이론과 연관된 뇌에 대한 개론적인 부분을 공부했습니다. 다음 내용은 David J. Wallin의 < 애착과 심리치료>의 p.108~128을 제 관점대로 약간 재배열하여 요약한 내용입니다.
"애착 관계의 역할은 유아에게 물리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것을 능가한다. 애착은 사회적 인지를 촉진하는 뇌의 과정이 적절하게 조직화되고, 뇌가 설계된 대로 한 개인이 타인과 협력하고 협동하면서 존재할 수 있도록 뇌의 과정이 준비되게끔 해준다." -Peter Fonagy & Mary Target <출처: 애착과 심리치료> p.108-
Allan Schore와 Daniel Siegel은 애착 이론 연구에 기반을 두고 인간의 심리학적 발달과 뇌 발달을 이해하려 했다. Schore은 뇌의 성장은 "뇌와 뇌 간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고, 이 상호작용은 엄마와 유아 간의 긍정적 관계의 맥락 안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Siegel은 마음과 몸에 "경험"으로 저장되는 것은 신경계 수준에서 뇌세포 발사(firing)나 활성화 패턴과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애착 관계에서 설명하면, 유입되는 자극(엄마의 섬세한 손길, 위안을 주는 목소리, 평온한 얼굴 표정)이 아기의 뇌 안에서 활동을 촉발하면, 이와 함께 "발사"되는 뉴런들은 서로 연합하여 '신경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엄마의 자극들 전부나 일부를 안전감과 연합시킨다. 이렇게 '반복되는' 경험은 뇌의 '회로'를 만든다(p.109).
뇌의 구조: 뇌간+변연계+신피질
뇌는 3개층으로,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의 순으로 한 층씩 쌓여 있고, 중앙을 기준으로 양쪽, 우뇌와 좌뇌로 나뉜다(책에는 "삼위일체의 뇌"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뇌 구조를 보며 일종의 신비감을 느꼈다).
1. 뇌간
뇌의 3층 구조 (뇌간-변연계-신피질) 그림 by 지음
뇌간은 흔히 "파충류의 뇌"와도 닮았으며 인간의 뇌에서 가장 하단, 가장 기초를 이루고 있다. 뇌간은 태내에서 이미 활성화되기 때문에 경험과 학습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뇌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각성을 조절하여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일인데, 이 때문에 Shore은 뇌간을 "마음의 생리적 바탕"이라 불렀다(p.110).
뇌간에서 시작되는 미주 신경은 안전하거나 위험할 때 독특한 반응을 유발한다. 우리가 안전할 때는 복부 쪽 유수 미주 신경이 교감신경계를 억제시켜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하며, 위험을 느낄 때는 등 쪽 유수 미주 신경이 부교감신경계를 정지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트라우마에 직면했을 때 죽은 척하는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한 내담자가 생각났다. 미취학 시절 성폭행을 당한 분이었는데 자신은 너무 "무감각하다"는 문제를 호소했다. 성폭행 당시 자신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고, 자신은 지금도 무감각하지만 아마 그 때부터 무감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 어린 아이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끼며 죽은 척했던 것은 아니었을까...공포를 감당할 수 없으니 자신의 몸과 감정을 해리시켜 자신을 보호했던 것 같아 다시 한번 마음이 아린다.
2. 변연계
"감정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는 우리가 느낌을 처리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감정은 변연계에서의 처리 과정을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비언어적 언어"를 제공한다. 또한 변연계는 기억과 학습 및 동기(애착 관련 포함)에 있어서도 핵심적이다. 변연계는 다음의 2가지 핵심 구조를 포함한다.
변연계에 포함된 편도체, 해마 그림 by 지음
(1) 편도체
뇌간의 미주 신경과 함께, 경험에 대한 우리의 '직감적인' 반응을 책임진다. '눈에서 마음을 읽어 내는' 우리 능력의 중심이 된다. 또한 선택적으로 얼굴 표정 단서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직관적 '느낌'을 전해 준다(p.112). 편도체는 '생존을 위한 중심부'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위험한 상황에서 싸우거나 달아나는 반응을 일으킨다.
또한, '기억'의 기관이기도 한데, 무의식적이고 상징화되기 이전의 '감정적 기억'의 형태로 경험을 저장한다. 언어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트라우마가 된 과거의 흔적들은 다소 극단적인 반을을 유발하는 편도체에 저장되기 때문에 현재의 전혀 다른 경험을 통해 트라우마를 재경험하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중요한 기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2) 해마
해마는 무차별적이고 통제되지 않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하기 쉬운 편도체의 경향성을 조절한다(p.112). 해마는 순서와 맥락에 맞게 정보를 조직화하는데, 이 책에 나온 예를 보니 바로 이해가 되었다. 방울뱀이 산에서 똬리를 튼 채 우리 앞에 떡하니 나타났을 때와 동물원 유리벽 뒤로 혀를 낼름거리는 방울뱀을 보고 있을 때 "해마"는 우리가 이 2가지 상황에서 다른 반응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즉, 변별 능력이 없는 편도체는 교감신경계를 준비시키는 가속장치라면, 해마는 부교감신경계를 작동시키는 제동장치인 셈이다. 해마는 대뇌피질의 좀 더 높은 수준의 뇌 중심부와 연결되어 있고(편도체는 뇌간과 연결), 해마 덕분에 기억은 명시적이고 언어적 형태로 인출 가능하다(p.114).
편도체의 감정적 기억은 영원할 수 있다. 그러나 두려움 반응은 조건화된 연합 학습의 산물이다. 애착의 손상(자극)이 위험(반응)과 연합을 만들어 현재 만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도 자신의 초기 애착 관계를 재연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심리치료의 새로운 애착 관계 맥락에서 초기 애착 손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재조명하면 뇌와 마음 안에 새로운 연합을 서서히 만들어갈 수 있다. 내담자는 안전한 맥락 가운데 어린 시절 두려움과 상처를 기억하고, 안전한 상담자와의 관계에서 이를 재경험함으로써 과거의 기억을 서서히 변형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편도체에 기반한 자동적 반응을 완화시킬 수 있다(p.114).
3. 대뇌피질(신피질)
대뇌피질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진화된 뇌의 부위로서, 경험과 새로운 학습이 누적되면서 실질적으로 평생에 걸쳐 자란다. 전두엽은 '뇌의 집행부'로서 심리치료와 가장 관계된 영역은 '전전두엽피질(prefrontal cortex)'이다. 전전두엽피질은 다시 인지적 지능에 전문화된 '배외측 부위'와 감정적 지능에 전문화된 '중전전두엽피질로 나뉜다. '중전전두엽피질'은 몸,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을 서로 연결해 주는 통합적 영역으로서, 여기에서 다시 중요한 역할을 맡는 3가지 영역으로 나뉜다(옴마나 복잡해...ㅎㅎㅎㅎㅎ).
변연계의 편도체와 전두엽의 섬엽, 안와전두피질 by 지음
(1) 안와전두피질
눈 바로 뒷편에 있는 안와전두피질은 '사회정서적 뇌의 고위 간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비언어적 단서를 '읽는' 능력을 부여한다. 왠지 편도체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편도체는 변별 능력이 없이 즉각적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만, 안와전두피질은 위험에 대한 "맥락"을 고려하여 위험의 정도를 변별한다. 이러한 변별 능력은 "자기조절력"과 "사회적 관계성"을 촉진한다.
(2) 전대상회
안와전두피질 위쪽 뒤에 위치한 전대상회는 애착과 정서 조절 및 "정신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섬엽
섬엽(insula)는 우리의 신체적 상태, 특히 내장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알아차리는 "내부감각"을 위해 꼭 필요하다(p.117). 또한 섬엽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 즉 다른 사람들의 정서적 행동에 대한 "느낌"을 대뇌피질로부터 편도체에 전달한다. 이것이 곧 "공감"과 "거울뉴런"의 영역이다.
거울 뉴런 체계
1990년대 중반 이탈리아의 신경과학자 Rizzolati는 원숭이들이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뿐만 아니라 다른 원숭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동안에도 활성화되는 그룹의 뉴런을 발견했다. 이는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뇌 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거나 흉내내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체계가 확인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행동 자체에 대한 우리의 지각이 아닌, 그 위에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행동(의도된 행동)에 의해서만 거울 뉴런이 흥분된다는 점이다. 즉 거울 뉴런은 관찰된 타인의 행동과 우리가 짐작하는 타인의 마음 상태 둘 다를 우리 안에서 흉내내게 된다. 이 때문에 거울 뉴런 체계는 공감과 정서 조율, 정신화 및 상호주관성을 위한 신경적 기반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는 우리가 다른 생명체들과 공유하는 하나됨을 느끼는 "일체감(owness)" 경험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p.120).
마음과 몸의 통합: 뇌의 신경가소성
생애 초기 1년의 애착 관계는 뇌의 다양한 기능 발달과 통합에 필수적이다. 통합을 통해 뇌의 다양한 역량(감각, 운동, 감정, 분석)이 연결되어 모든 잠재적 자원이 조화롭고 적응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p.121).
하지만, 무척 고무적인 연구 결과는 성인의 뇌도 신경들 간에 새로운 연결을 만들 뿐 아니라, 실제로 뇌의 물리적 구조를 변화시키는 경험에 의해 뇌가 재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경계의 가소성(neural plasticity)"에 대한 발견이 주는 강력한 시사점은, 우리가 치료적인 변화를 효과적으로 촉진하려면 반드시 원래 몸과 뇌, 마음의 발달을 촉진하는 그런 종류의 애착 관계를 치료과정에서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애착과 심리치료> p.122
소설 <아몬드>와 연결하기
애착 이론와 연결된 뇌를 공부하면서 떠오른 소설이 있다. 바로 소설 <아몬드>. 소위 '감정표현불능증' 을 가진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눈물 빼며 읽었던 그 소설의 몇 장면이 오늘의 배움과 연결되어 떠오른다.
손원평 <아몬드> p.33, 38, 40
이 소설의 제목 '아몬드'는 주인공 선윤재의 작은 '편도체'를 의미한다. 무의식적이고 상징화되기 이전의 '감정적 기억'의 형태로 경험이 저장된 곳. 편도체는 우리가 위험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하고, 경험에 대한 '직감적'인 반응을 책임진다. 선윤재는 타고나기로 편도체가 작아 위험에 대한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한다.
이런 그가 시간이 지나며 누구보다 사랑을 아는 사람이 되어 간다. 윤재에겐 어떤 자원이 있었을까? 우선 누구보다 열정적인 엄마와 애정 많은 할머니가 있었다. 엄마는 윤재에게 '감정'을 가르쳤다. 공부하듯이. 윤재는 엄마의 잔소리가 지긋지긋하기도 했지만 그것을 엄마의 사랑이라 애써 이해해 보려고도 했다.
손원평 <아몬드> p.33, 38, 40
갑작스런 엄마와 할머니의 부재로 그의 애착 대상은 이제 영원히 상실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윤재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애착 대상들이 나타난다. 엄마의 좋은 친구였던 심 박사와 친구들(도라, 곤이)은 윤재에게 또 다른 애착 대상이 되어주었다. 심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전 평생 지금처럼 살게 될까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면서 말이에요."
"어려운 질문이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한테서 그런 질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굉장한 변화라고. 그러니까 노력을 해 보자고 말이야...뇌라는 놈은 생각보다 멍청하거든.
편도체가 작게 태어나지만 노력을 통해 가짜 감정이라도 자꾸자꾸 만들다보면 뇌가 그걸 진짜 감정으로 인식할지도 모른다는 게 심박사의 말이었다. 그러면 편도체의 크기나 활성화에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게 조금은 쉬워질지도 모른다고.
<아몬드> p.160
뇌가 멍청해서인지, 똑똑해서인지, 뇌신경의 가소성 때문인지, 윤재는 시간이 지나며 심박사와 친구들의 애착 관계 속에서 우정과 사랑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간다. 그만의 방식으로. 편도체가 작게 태어난 데다, 거울뉴런체계가 도통 활성화되지 않는 듯 보이는 선윤재에게 어떤 일이 생긴걸까? 어떻게 그는 누구보다 우정과 사랑의 의미를 잘 알고 그 의미를 구현하는 사람이 된 걸까?
나도 아들에게 감정을 자주 가르쳤다. 윤재 엄마처럼 투박하고 거칠게 가르쳤던 것 같다.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가르쳤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희노애락애오욕"을 가르친 윤재 엄마는 내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잔소리처럼 여겨진 그 투박한 자극들이 윤재에게, 내 아들에게 어쨌든 새로운 연합을 만드는 자극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엄마의 감정 잔소리가 가짜 감정이라도 만들어보려는 윤재에게 작은 에너지라도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의 부재 속에서 심박사, 친구들과의 새로운 애착관계는 윤재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어 뇌 신경이 연결되고 실제 뇌의 물리적 구조를 바꾸게 하지 않았을까. 배운 내용을 적용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나 역시도 뇌에 새로운 길을 내고 싶다. 나에게도 이러 저러한 좌절과 상처들로 연결되지 못한 신경들이 많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들, 좋은 책과의 만남으로 신경들이 새롭게 연결되고 길을 내서 새로운 뇌 구조를 만들어 가고 싶다. "하나님은 광야에 새 길을 내시는 분"이라는 말씀도 왠지 새롭게 다가온다. 아마 하나님께서도 뇌 속에 새 길을 여시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 본다. 오늘 이 서평을 쓰면서도 신경들의 새로운 연합이 생겼을까.?하도 뇌를 많이 생각해서인지 뇌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뇌 속을 직접 들여다 보고 싶어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