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관계 균열의 복구가 더 중요하다

(feat. <애착과 심리치료> 협력적 의사소통)

by 지음


오늘은 부모-자녀 또는 상담자-내담자 간에 안정된 애착 형성 또는 성찰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의사소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David J. Wallin <애착과 심리치료> 7장 애착 관계가 어떻게 자기를 형성하는가(p.157~161)에 나오는 내용과 사례(p.216~217)를 발췌 요약했습니다.




Karlen Lycos-Ruth(1999)는 유아기 이후 안정되고 통합된 자기(self)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의사소통 (부모-자녀 또는 상담자-내담자와의 관계 모두 포함됨)을


'협력적인 의사소통 (collaborative communication)'이라 부르며 다음과 같은 4가지 요소를 언급했다.



1. 아동의 주관적 경험의 폭과 관련된 "포괄성"


양육자는 아동이 경험하는 전 범위에 대해 수용적이어야 한다. 고통의 표현뿐만 아니라 기쁨, 슬픔, 즐거움 등등 아동의 경험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이 아니어야 한다. 따라서, 아동이 무엇을 느끼고 원하고 믿는지에 대해 부모는 가능한 많이 배우도록 시도해야 한다. 이와 같은 부모의 개방성이나 포괄성은 아동의 자기(self) 발달에 있어서 통합을 촉진할 수 있다.


2. 아동에게 즉발적으로 나타나는 의사소통 능력을 위한 "발판(scaffolding)" 제공


예를 들어, 언어를 습득하기 이전의 아동이 아직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대신 말로 표현해 주려고 시도한 후, 아동에게 '네 말로 해 봐.'라고 요청함으로써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3. 상호 작용에서 균열이 있을 때 "복구를 먼저 시도하려는 준비성"


부모는 아동과의 관계에서 균열이 생겼을 때 먼저 관계를 복구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이런 시도는 아동에게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적인 평형상태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복구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해준다. 즉 부모와 자녀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했을 때 부모가 관계를 복구하는 시도를 먼저 하면서 다가간다면, 자녀는 자신이 감정적으로 불안, 우울, 분노 등의 감정에 휩싸여 있더라도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보통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만일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를 먼저 복구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가능성으로는, 소위 말하는 착한(?) 자녀들은 부모의 마음을 먼저 위로하거나 사과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반복적 패턴이 될 경우 자녀들은 "부모화"될 수 있으며 역기능적인 가족 체계를 형성할 수 있다. 두 번째 가능성으로는, 자신의 깨어진 마음의 평형상태가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지 못하는, 체념의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이 아무리 힘들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힘들어지면서 자신만의 공상 속에서 이를 해결하려 들기도 하고, 힘든 감정을 행동화하는 방식(반항, 비행 등)으로 부모에 대한 실망스러운 감정을 표출할 수도 있다.


4. 아동과 함께 "기꺼이 분투하려는 마음가짐"을 구현하는 반응 양식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아이의 감각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부모는 적극적으로 아동과 함께하며, 한계를 설정하고 아동이 저항하도록 허용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기꺼이 애쓰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이 아동에게 전달되면, 심지어 아동이 분리감을 느끼는 동안에도 양육자와 연결되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4가지 모두 부모-자녀, 상담자-내담자의 치료적 관계에 대한 유익한 통찰을 제공해 주었지만,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3. 부모가 먼저 관계의 균열을 복구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얼마 전 아들과의 균열 이후 먼저 균열을 복구하려는 시도로 '팟타이'를 요리해 주면서 땜질하고, 주말에는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만두전골'로 2차 땜질에 들어갔다. 새삼 느끼는 건데 아들에게 엄마가 해주는 요리가 이렇게 큰 위력을 발휘하는 줄 몰랐다. 어쨌든 균열이 일시 봉합되긴 했지만 내 마음속에 작은 걸림이 있었다. '이번만이 아닌데... 균열과 복구의 시도가 반복되는 게 루틴처럼 굳어지지는 않을까? 균열이 계속되는 건 무언가 핵심적인 문제를 못 보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하는 불안이 내 마음 한켠을 자리 잡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책에서 발견한 다음 구절이 이런 나의 불안을 달래준다.


"여기서 부모나 치료자가 항상 그리고 완벽하게 조율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점에 대해서는 웬만큼 좋은 정도면 될 것이다. Stern(2002)이 익살스럽지만 교훈적으로 언급했듯, 최고의 엄마들도 일반적으로 자신의 유아에게 최소한 19초마다 한 번씩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이 연구에서 밝혀진 결과다. 다수의 자기심리학자들은 관계의 불가피한 특징인 균열을 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견뎌내고 복구하는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애착과 심리치료> p.160~161


세계적인 애착 연구가가 관찰한 최고의 엄마들도 19초에 1번씩은 실수를 저지른다(물론 언어 습득이 아직 되지 않은 영유아 때). 나는 최고의 엄마가 될 생각이 없다. 그런데 내 무의식 밑바닥에는 최고의 엄마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었나 보다. 앞으로도 관계의 불가피한 특징으로 발생하는 균열은 계속 일어날 수 있다. 균열을 없앨 수는 없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균열을 복구하려는 시도를 자녀보다 또는 내담자보다 먼저 하는 것뿐이다.


"계속되는 균열과 복구, 잘못된 조율 그리고 재조율은 아주 중요한 상호작용이며, 이것이 내면화되면 오해는 풀릴 수 있다는 확신, 더 광범위하게는 고통은 덜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애착과 심리치료> p.161


이 말을 보니 예전에 아들이 어렸을 때 남편과 싸운 모습을 보고 불안해하던 아들에게 해준 말이 생각난다. "아들, 엄마는 아빠랑 앞으로도 안 싸울 자신은 없어. 그러니 너한테 앞으로 엄마가 아빠랑 안 싸운다고 약속은 못해. 하지만 이건 약속할 수 있어. 엄마는 아빠랑 반드시 화해할 거라고. 싸운 후에 엄마는 아빠랑 다시 화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그러니 그건 네가 믿어도 돼." 아들은 그 이후로 엄마 아빠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봐도 예전처럼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 아들이 이제 사춘기를 지나고 있다. 그리고 딸도 곧 사춘기에 접어들 예정인 것 같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과도 균열은 생길 수밖에 없다. 정서적 조율에 실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균열을 먼저 복구하고, 재조율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싶다. 그 상호작용이 우리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그러니 균열 자체를 겁내지 말자. 얼마든지 땜질은 가능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좋은 애착을 경험하면 뇌가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