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의 방식 2. 흥미가 곧 소질이다.
대학교 1학년 1학기, 변한 환경과 친구들에 몰두한 탓에 정작 수업들엔 집중하지 못했다.
예술대학 특성상 정말 더 정신이 없다. 도처엔 재밌고 특이한 친구들이 널려있고 이상하고 낯선 문화들, 그리고 자아에 대한 열정 등이 수업보다 더 내 혼을 뺏어간다.
그러다 학기 시작 전 나름 야심 차게 신청했던 타과 수업 중, 극작과 수업이 있었다.
첫 수업, 교수님께서는 칠판에 딱 한 줄 적어놓으셨다.
‘흥미가 곧 소질이다.’
한 동안 이 문장에 대해 반론과 옹호를 거듭하며 생각했다. 흥미가 곧 소질이다? 나는 재밌는데 정말 못해서 포기한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다가,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결국 또 그것을 계속 좋아하게 만든 칭찬이라는 연료가 부어졌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내가 좋아했는데 못했던 것들이 분명 있는 거 같은데…
그러다 어렸을 적, 축구를 좋아했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어려서 살집이 있었다. 나름 운동신경은 있는 편이라 했지만 또래 운동을 정말 잘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반 축구대회가 있으면 나는 줄곧 후보 선수나 농구 쪽에 불려 가서 경기를 치렀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박지성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경기로 한창 영국축구를 볼 때쯤, 문득 축구에 대한 흥미가 생겨버렸다.
축구 영상도 자주 봤고 게임도 축구게임뿐이 안 했다. 그리고 공을 하나 사서 매일 같이 차고 다녔다. 슈퍼마켓을 갈 때도 축구화를 신고 공을 드리블하면서 갔고 학교 가기 전 축구공을 가지고 놀이터에서 차다 등교를 하기도 했고 방학 때는 공을 가지고 몇 시간씩 놀았다. 당시 그런 내 행동을 놀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딱히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공을 들고 다녔고 학교에 축구화를 신고 갈 때도 더러 있었다.
한 동안은 왼발을 잘 쓰고 싶어 도봉산에 올라가 왼발로만 드리블하며 작은 언덕을 오락가락한 적도 있었다. (당시 한창 일본 만화를 보고 있을 때라, 일본 만화에서 주로 주인공이 복수 혹은 어떤 계기로 실력을 향상하고 싶을 때, 보통 산이나 외지에 가서 훈련을 한다. 그곳에서 영감 받은 훈련법이었다.)
이것 몇 번에 왼발이 편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한 해 정도 지났을 무렵,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갔다.
첫 체육 수업 때 축구 시합을 하게 됐는데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혼자만 연습해 왔고 축구 경기는 많이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느 정도 실력이 늘어있는지 전혀 가늠이 안 됐다. 사실 보통때와 아주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친구들과 팀을 나눠 경기를 하게 되었고 잘하는 친구들이 앞에 있었고 나는 뒤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공이 내게로 건너왔다. 생각보다 공을 받는 것이나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생각보다 편했고 자유로웠다. 드리블은 치는 대로 친구들을 제칠 수 있었고 왼발 또한 그렇게 어색하지 않게 쓸 수 있었다. 그날, 3골 정도 넣었던 것 같다. 정말 정신없이 운동장을 누볐다. 그리고 너무 재밌었다.
당시 오랜만에 본 친구들은 달려들어 환호해 주었고 갑자기 무슨 일이냐 물었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게 칭찬의 연료가 부어지자 더 축구화와 축구공을 들고 다녔다. 3학년 말에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한 체육선생님께서 축구해 볼 생각 있냐고 스카우트 제의를 하기도 했었다.
나는 축구를 정말 못했는데. 흥미가 곧 소질이었다.
물론 나는 공부를 하던 학생이었기에 취미로 내버려 두었고 여전히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볼 차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나름 자신 있다.
20대 중반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친구들과 만든 축구팀은 현재 40여 명 가까운 인원을 보유하게 되었고 코로나 이전까지는 매주 쉬지 않고 경기를 운영해 왔다.
이후, 주 3,4 회씩 공을 차다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은 하나의 작은 비극이지만. 축구는 여전히 재밌고 항상 어떻게 더 잘 찰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읽었던 책 '그릿' 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열정을 좇아라’는 졸업식 축사의 단골 주제며, 연사의 절반, 어쩌면 그 이상이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 헤스터 레이시란, 영국의 기고가는 엄청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을 매주 한 명씩 인터뷰했는데, 그렇게 ‘초특급 성공을 거둔’ 인물 200명 이상을 인터뷰하면서 인터뷰마다 반복해서 나왔던 한 가지는, 사람마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라는 이야기였다고 한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해요.’ ‘나는 행운아예요.’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일이 기대돼요.’ ‘당장 스튜디오에 나가고 싶어요.’ 등 자신만의 표현으로 일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었고 수입보다 흥미를 쫒았다고 한다.
이어 나온 연구에서도 관심이란 주제로 10여 년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사람들은 개인적 관심과 일치하는 일을 할 때 직업에 훨씬 만족감을 느꼈다고 하며 사람들은 일이 흥미로울 때 높은 성과를 올린다고 한다. 또한 개인적 관심사와 전공이 일치하는 대학생이 학점도 좋고 중퇴할 가능성도 낮았다고 한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반대로 우리가 소질 있는 것을 찾고자 할 때면 꼭 우리의 흥미를 놓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떠한 것에 흥미를 느낀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할 수 있는 첫 소질이다.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사랑하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연습한다면,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로 그것에 대해 실력을 향상시켜준다. 그러면 또 칭찬이란 연료가 부어져 다시 흥미가 강화된다. 흥미가 소질이 되고 소질이 다시 흥미가 된다. 이 과정들이 반복되며 지속된다면 결국 작은 성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오타쿠에서 성공한 오타쿠, 성덕으로 가는 길.
흥미가 곧 소질이다.
"재밌잖아요."
It's Super Fun!!
-족구왕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