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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s Mar 06. 2023

콜드샤워 1

episode 3.

조던 피터슨은 계속해서 용과의 싸움을 강조했다. 용을 해치워야 그가 쥐고 있던 보물을 가질 수 있다고.

작은 용에게는 작은 보물이 깃들어있고 큰 용에는 큰 보물이 깃들어있다.


얼마 전, 하나의 작은 도전을 앞두고 잠시 주춤했다. 원래 하던 일에서 약간의 변형이 주어진 일이었다. 더 오래 책임지고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 일이었다.

별생각 없이 도전했지만, 최종 미팅을 하면서 약간 주춤했다. 현실에 와닿았을 때의 상황들이 자연스레 상상이 되면서 내뱉는 언어들로는 잘 해낼 수 있다 이야기했지만 몸은 뒤로 한 걸음 빠져있었다. 한 살 더 먹어서 그런가, 점점 겁이 야금야금 생겨간다.


잔꾀가 많고 머리가 좋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는 건, 한 편으론 피해 갈 궁리를 곧잘 한다는 것이다.

정면 돌파를 한 동안 인생의 모토로 살아오기도 했지만, 내게 묻어있던 하나의 안 좋은 습관 중 하나는 피해 갈 궁리를 곧잘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힘들거나 어려워 보이는 일에는  한 번 더 생각을 꼬기 일수 였다. 일어나지 않을 상황에 대해 예측하고 먼저 분석하고 상상하며 맞서지 않을 방법들을 찾는 경우들도 많았다. 점점 잔 꾀들은 늘어나지만 나는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겁이 많아졌기보다, 생각이 많아져 용기가 사라졌다. 나이가 들 수록 더 큰 도전하는 사람이 분명히 많다. 사실, 두 종류다. 나이가 들 수록 더 큰 일을 해내는 사람과 나이가 들수록 한 곳에서 점점 더 작은 역할을 맡는 사람.


늘 마귀들이 다시 드글드글 대지만 어느 정도 공복과 아침을 지배하자 이 문제들이 눈에 보였고 다가왔다.

계속해서 큰 용들을 해치우고 가치 있는 보물들을 꺼내와야 하는데, 나는 용의 뒤편으로 가 그 보물들을 몰래 가져올 궁리만 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 또한 습관이었다.

용을 해치우고 더 큰 용을 해치우는 습관이 잦아지면 영웅이 되지만, 뒤로 돌아 보물을 가져오는 습관이 익숙해지면 좀도둑이자 용에게 들키면 바로 죽는다. 정말 볼품없고 나약하다.

 생각이 번뜩 들고 변화를 준비했다. 처음 내가 정한 키워드는 남성성의 회복, 용기 있는 삶이었다.  


인류학적으로 남자는 사냥터에서 동물을 잡아와야 환대받을 수 있었다. 그러기에 더 강해야 했고 도전적이어야 했으며 가족을 먹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필수로 죽음의 경계에서 이겨낼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건강한 신체와 올바른 판단력, 무거운 책임감 그리고 모든 위험을 맞설 용기가 필요했다.


특히 요즘 내 모습에는 어딘가 모르게 소극적인 마음과 행동, 리스크들을 굳이 더 조명해 보는 성향이 강하게 튀어나왔다.

5년여간 축구팀을 운영하면서 나 스스로  매주 경기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축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사실 22명을 모으는 일이다.)과 경기 중에 끊임없이 독려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활력을 불어넣으며 희생하면서 더 뛰었던 활동들이 익숙했던 때와는 달리 지난 2년간 코로나와 무릎수술로 이 활동들을 못한데 있나 싶기도 하다.

사실 행동과 성향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서로는 긴밀하고 닭과 달걀처럼 서로에게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삶을 살았을 때 문제를 대했던 나와 최근 몇 년 동안의 나는 문제를 대할 때 분명 달랐다. 비단, 축구팀을 하지 않았다는 하나의 이유만이 답은 아니겠지만, 이 처럼 수시로 나를 이런 상황들 속에 밀어 넣고 있지 않았다는 것에서 문제를 느꼈다.


그러다 콜드 샤워 란 것을 알게 되었다.


찬물 샤워.

About Dragon(Ai painting,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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