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조던 피터슨은 계속해서 용과의 싸움을 강조했다. 용을 해치워야 그가 쥐고 있던 보물을 가질 수 있다고.
작은 용에게는 작은 보물이 깃들어있고 큰 용에는 큰 보물이 깃들어있다.
얼마 전, 하나의 작은 도전을 앞두고 잠시 주춤했다. 원래 하던 일에서 약간의 변형이 주어진 일이었다. 더 오래 책임지고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 일이었다.
별생각 없이 도전했지만, 최종 미팅을 하면서 약간 주춤했다. 현실에 와닿았을 때의 상황들이 자연스레 상상이 되면서 내뱉는 언어들로는 잘 해낼 수 있다 이야기했지만 몸은 뒤로 한 걸음 빠져있었다. 한 살 더 먹어서 그런가, 점점 겁이 야금야금 생겨간다.
잔꾀가 많고 머리가 좋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는 건, 한 편으론 피해 갈 궁리를 곧잘 한다는 것이다.
정면 돌파를 한 동안 인생의 모토로 살아오기도 했지만, 내게 묻어있던 하나의 안 좋은 습관 중 하나는 피해 갈 궁리를 곧잘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힘들거나 어려워 보이는 일에는 한 번 더 생각을 꼬기 일수 였다. 일어나지 않을 상황에 대해 예측하고 먼저 분석하고 상상하며 맞서지 않을 방법들을 찾는 경우들도 많았다. 점점 잔 꾀들은 늘어나지만 나는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겁이 많아졌기보다, 생각이 많아져 용기가 사라졌다. 나이가 들 수록 더 큰 도전하는 사람이 분명히 많다. 사실, 두 종류다. 나이가 들 수록 더 큰 일을 해내는 사람과 나이가 들수록 한 곳에서 점점 더 작은 역할을 맡는 사람.
늘 마귀들이 다시 드글드글 대지만 어느 정도 공복과 아침을 지배하자 이 문제들이 눈에 보였고 다가왔다.
계속해서 큰 용들을 해치우고 가치 있는 보물들을 꺼내와야 하는데, 나는 용의 뒤편으로 가 그 보물들을 몰래 가져올 궁리만 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 또한 습관이었다.
용을 해치우고 더 큰 용을 해치우는 습관이 잦아지면 영웅이 되지만, 뒤로 돌아 보물을 가져오는 습관이 익숙해지면 좀도둑이자 용에게 들키면 바로 죽는다. 정말 볼품없고 나약하다.
이 생각이 번뜩 들고 변화를 준비했다. 처음 내가 정한 키워드는 남성성의 회복, 용기 있는 삶이었다.
인류학적으로 남자는 사냥터에서 동물을 잡아와야 환대받을 수 있었다. 그러기에 더 강해야 했고 도전적이어야 했으며 가족을 먹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필수로 죽음의 경계에서 이겨낼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건강한 신체와 올바른 판단력, 무거운 책임감 그리고 모든 위험을 맞설 용기가 필요했다.
특히 요즘 내 모습에는 어딘가 모르게 소극적인 마음과 행동, 리스크들을 굳이 더 조명해 보는 성향이 강하게 튀어나왔다.
5년여간 축구팀을 운영하면서 나 스스로 매주 경기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축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사실 22명을 모으는 일이다.)과 경기 중에 끊임없이 독려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활력을 불어넣으며 희생하면서 더 뛰었던 활동들이 익숙했던 때와는 달리 지난 2년간 코로나와 무릎수술로 이 활동들을 못한데 있나 싶기도 하다.
사실 행동과 성향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서로는 긴밀하고 닭과 달걀처럼 서로에게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삶을 살았을 때 문제를 대했던 나와 최근 몇 년 동안의 나는 문제를 대할 때 분명 달랐다. 비단, 축구팀을 하지 않았다는 하나의 이유만이 답은 아니겠지만, 이 처럼 수시로 나를 이런 상황들 속에 밀어 넣고 있지 않았다는 것에서 문제를 느꼈다.
그러다 콜드 샤워 란 것을 알게 되었다.
찬물 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