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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경 Feb 15. 2019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

졸업을 앞둔 우리들의 특권 - 나는 내 길을 갈 거야.  

졸업 시즌이다. 22인의 명사와 함께 하는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을 기념하여 5명의 명사들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 5명의 명사를 초대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그들은 정답이 없지만, 나름 자기의 스토리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말을 하고자 한다. 각자가 선물을 하나씩 가지고 나왔다.     


먼저 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의 선물이다. 그녀는 퀘스쳔 마크를 든 이정표를 가지고 나왔다.

    

사회자: 졸업은 학생들을 진정한 자유로 이끄는 관문일까요? 졸업 후 삶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지지는 않을까요? 졸업 후 무엇을 할 건인지 막막한 학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 이 퀘스쳔 마크가 있는 이정표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내게 두 아들이 있습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다음에 뭐 할 건가요?’하는 질문을 계속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중학생이라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에 흥분이 될 겁니다. 고등학생일 경우에는 여러분 부모님의 친구들이 어느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할지 묻기도 하겠죠. 대학에서 여러분의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의 부모님이 졸업 후에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니면 대학원을 갈 것인지를 물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사회자: 그럼 그런 질문을 던질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상황에서 ‘다음에 뭘 할 거야?’ 하는 질문에 부딪히곤 합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누군가 ‘다음에 뭘 할 거니?’라고 묻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답한다면 괜찮은 걸까요? 제 답은 ‘사실 그렇게 말하는 게 때로는 현명하다.’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퀘스쳔 마크(?)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사회자: 부모님들이 화를 낼 것 같은데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우선 여러분의 기술이 그런 기초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학문적 경험을 통해 여러분이 어떻게 중요한 것을 생각해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여러분은 결코 접할 수 없었던 배움의 분야를 통해서 여러분의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힘에 대해 눈뜨게 되었습니다.    


사회자: 다음은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한국 사람답게 성질이 좀 급하시네요. 하하. 가치가 그런 역할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여러분의 역량을 적용하고 여러분의 가치에 맞게 가야 할 길을 찾아가는 것이 이제 여러분 앞에 있는 놓여 있는 질문입니다. 여러분이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다음에 뭐 할 거니?’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곰곰이 이 두 가지를 생각해 보세요.   


다음으로 넛지로 유명한 노벨경제학 수상자 리처드 탈러 교수가 나온다.     


사회자: 왜 첼로를 가지고 나오셨나요?    


리처드 탈러: 요요마 아세요. 같은 음악가인데 그는 바이올린에서는 평범했죠. 근데 여섯 살에 첼로를 기가 막히게 연주하게 된 걸 보세요. 나는 여러분에게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첼로를 찾으세요.’ 각자 자신 있는 것에 집중하세요. 아까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좋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방법으로 첼로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회자: 다른 포인트는 없을까요. 잘하는 것을 찾는다는 게,    


리처드 탈러: 내가 교수가 된 것은 학문을 좋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나의 기질을 잘 알죠. 나는 직업을 선택할 때 우선 내가 하기 싫은 직업군을 먼저 제거했습니다. 나는 복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누군가 이걸 해라 하고 시키는 게 싫어요. 그래서 자가 진단을 한 후에 나는 비즈니스계에 몸담을 사람이 아니란 결론을 내립니다. 민간 분야에서는 시키면 다 해야 하잖아요. 정부기관은 사기업보다 덜하지만 그래도 시키면 해야 하는 건 비슷하죠. 그래서 학계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곳은 내 의지와 자유가 보장될 거라 믿은 거죠. 여러분은 ‘잘하는 일과 하기 싫은 일의 목록을 만들어 보세요.’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분의 첼로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다음으로 행동경제학의 대부 ‘생각에 관한 생각’의 대니얼 캐너먼 교수는 오래된 팝송 마마스 앤 파파스의 노래를 선물로 가져왔다.  캘리포니아 드림밍을 틀어 준다.     


사회자: 무슨 의미가 있나요? 이 노래 저도 좋아하는데요?    


대니얼 캐너먼: 우리가 많은 경우, 환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의 가사를 먼저 살펴보세요.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모든 사람이 캘리포니아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환상을 갖는 것  같아요.    


사회자: 어떤 환상요?     


대니얼 캐너먼: 사람들이 환상에 사로잡히는 것은 ‘캘리포니아 드림’만이 아닙니다. 부(富)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중국 식당에서 식후에 먹는 과자에 적힌 글귀를 보세요. 진실이 거기에 담겨 있습니다. 자아에 대한 공부를 좀 해 보세요. 기억의 자아와 경험의 자아를요. 그러면 어떤 해답의 실마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음으로 세계적 부자 워런 버핏이 소음 마개를 가지고 나온다.    


사회자: 한국에서 소음이 많다는 건가요?


워런 버핏: 네. 얼마 전 유행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하도 와이프가 보라 해서 보았는데... 재미는 있지만, 참 한국 분들 귀가 얇아요. 제 귀를 보세요. 두툼하죠. 신호와 소음을 분리하세요. 남 좋다는 것 다 따라 하지 마세요.


사회자: 말이 그렇지 그게 쉬운 삶은 아니잖아요.


워런 버핏: 많은 젊은이가 싫든 좋든 이 일 저 일을 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학생이  말하더군요. 하버드 학부를 나와서 X, Y, Z에서 일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다닌다고요. 그는 유명한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고 싶어 했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 모든 건 이력서를 멋지게 하기 위한 과정이란 거예요. 그래서 내가 물었죠. 그곳에서 근무하는 것이 정말 원하는 것이냐고요. 그러자 아니라고 답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언제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냐고. 그는 그냥 언젠가라고 말하더군요.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아시나요. 당신은 젊은 날의 섹스를 노인이 돼서 하려고 비축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라 했지요. 정말 의미가 없어 보이더군요.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가 사랑의 하트 무늬와 글자 B를 가지고 나온다.    


사회자: 무슨 의미죠.


셰릴 샌드버그: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세요. 여러분이 살고 싶은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그려 보세요. 여러분이 참여하고 만드는 공동체에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 보세요. 무엇보다도 즐거움과 사랑 그리고 의미를 위해 삶이라는 선물 그 자체와 기회에 감사하세요. 오늘 밤 ‘세 가지 즐거운 순간’이란 것을 적으면서 여러분 앞에 펼쳐진 세상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그걸 밀고 나가더라도 옵션 B를 생각해 보세요.    


나는 어떤 존재였나?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의 연속이다. 늘 크고 작은 실패를 맛보며 자랐다.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갖고 싶은 것을 못 가져봤고, 시험을 망쳐봤으며,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가고 싶은 직장에 입사했지만 실패했을 수도 있다. 자기가 뜻하는 대로 다 할 수 있다면 그게 일반적인 인생일까? 졸업을 앞두고 누구는 행복하고 자기는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졸업을 앞둔 우리 ,지금 계획이 안 섰다해도 우리는 늘 축복받을 사람들이다.   

     

by 조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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