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

by Abler

프롤로그 -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

2025년 12월, 아이는 서울대학교 합격증을 받았다.

3월에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고3엄마가 된 지 9개월여 만이다.

그러고 보니 신기하게도 18년 전 임신출산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또 다시 오롯이 아이의 싸이클에 맞추어 지낸 시간이 끝났다.

지난 한 해 동안 고3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사회적 프리패스 및 까임 방지권을 받았고 연말에는 고3 당사자와 함께 과분한 축하와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인사와 함께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중에 다음 질문이 나를 거의 아사직전의 브런치로 이끌었다.


고3 엄마는 뭐 해야 해요??



과거의 나 역시 물어본 질문.

그때 입시선배들의 대부분의 대답은 심드렁했다.


별 거 없어, 본인이 해야지 뭐.
기억 안 나. 어떻게 지났는지


흥.칫.뿡. 좀 가르쳐주면 안되나.


그러나 이제 내가 그 과정을 지나고 나니 그 대답이 가르쳐주기 싫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입시제도, 0.1점 혹은 한 문제 차이로 갈리는 지원 학교, 심지어 왜 붙는지 떨어지는지도 모르겠는 전형들까지. 이 복잡한 과정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고, 내 아이와 네 아이가 다르고, 무엇보다도 내가 아는 정보가 다음 해에도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 과거사를 말해줘 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사실 그 당시 나는 설명을 해줘도 10% 알아들을까 말까 한 무지한 상태로 의욕과 관심만 넘치는 왕초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미리 좀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싶은 사안도 있고, 지나고 보니 아! 이래서 그랬구나 싶은 뒤늦은 깨우침도 얻었다. 전문가들의 지식과 데이터를 설파할 수는 없지만, 내가 직접 입시전형을 공부하면서 아이와 2인3각을 하는 9개월을 지난 이야기를 기록한다면, 수많은 데이터와 뉴스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선택의 과정을 누군가 보고 참고한다면,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사실 고3엄마는 TV 드라마 주인공의 절친 같은 역할이다. 매 회 꼭 출연하여 주인공을 띄워주기도 하고, 같이 울어주거나 입바른 소리로 타박하기도 하고, 중요한 타이밍에 주인공을 살리거나 필요한 무언가를 제공하여 주인공의 해피엔딩에 헌신하는 자리다. 그리고 이런 친구가 있을수록 주인공은 항상 심각한 표정의 클로즈업뿐, 말이나 행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 수많은 헛발질과 오지랖은 친구의 몫이고 주요 서사는 주인공의 몫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면 주인공은 남고, 친구는 잊혀진다.


그리고 나에겐 다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말 좀 하자, 아들!


남들은 순하고 착한 아이라 품 안 들이고 키우니 복 받았다고 하는 아들이다. 물론 키우는 동안 크게 속 썩인 일 없었고 무탈하게 12년 레이스를 달려왔으니 참으로 감사하다. 하지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모자관계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옆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페이스메이커 하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모자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에 더불어 극 문과 vs 극 이과 성향인데, 이것은 캐릭터 차이뿐만 아니라 공부하고 일을 해결하는 방법 자체가 달랐다. 과목에 대한 이해와 진로에 대한 시야에서는 더더욱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 특히 입시과정에는 더욱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들의 성장과 엄마의 노화는 약간의 노선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춘기를 지나는 남학생과 수다와 공감이 필요한 갱년기 중년여성의 대화는 쉽지 않다. 아무리 관계형성이 잘 되어 있더라도 입시 자체가 민감한 소재이고, 한 사람의 독립된 미래 진로를 결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엄마는 애가 타서 대화를 하려고 하지만 수험생 아들은 이러한 대화조차 버거워하는 것이 보이니 이럴 때엔 입을 닫았다. 이미 학교와 친구와 학원에서의 입시이야기들도 포화상태라는 걸 알기에. 그래서 그 옆에서 하고 싶은 말을 버리고 담고, 기다리고 대화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도, 아들도 처음 겪은 대학입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닌가, 오버하는 거 아닌가 스스로 계속 자문했던 시간들.

뒤늦게 맞춰진 퍼즐, 아무도 미리 알려주지 않았던 과정을 회고해보려 합니다.

누군가와는 공감을 기대하며.

누군가에게는 작은 팁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