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베르테르>의 넘버 '자석산의 전설', 인력과 척력의 노래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에겐 설명보다 끌림이 앞선다.
그렇게 이성은 늘 한 박자 늦고, 선택은 이미 끝나 있다.
뮤지컬 〈베르테르〉의 '자석산의 전설'이 바로 이를 노래한다.
전미도 '자석산의 전설' 인간 꾀꼬리가 여기있네�|2015 뮤지컬 베르테르|씨뮤 다시보기|CJ ENM
이 넘버는 사랑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이렇게 밝힌다, 결코 피할 수 없었다고.
그리하여 애써 외면해도, 결국은 그쪽으로 몸이 기울었다고.
자석산의 전설 속 배들은 조심한다. 철을 버리고, 나침반을 숨기고, 최대한 멀리 돌아간다. 하지만 그 산의 인력은 늘 계산 밖에서 작동한다. 도망치려는 노력조차 이미 그 힘의 일부라는 듯.
그런데 이 전설이 더 잔인한 이유는 끌어당기는 힘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석에는 인력만큼이나 척력이 있다. 가까워질수록 더 끌리는 방향이 있는가 하면, 다가서는 순간 단호하게 밀어내는 극도 함께 존재한다.
베르테르가 롯데를 향한 마음이 바로 그렇다. 그는 미치도록 끌린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이, 완전히 피할 수 없이. 이건 인력이다. 생각보다 먼저 반응해버린 마음의 방향.
동시에 그는 밀려난다. 그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이 서 있을 수 없는 위치라는 사실 앞에서.
이건 척력이다. 다가갈수록 더 또렷해지는 경계의 힘. 때문에 베르테르는 알고 있다. 롯데에게 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위험하다는 걸. 이 마음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지도, 그리고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느낀다. 이건 나의 선택이 아니라 즉각적인 반응이라는 걸.
사랑한다기보다, 사랑 쪽으로 이미 끌려가 버렸다는 걸.
그래서 이 노래가 이성적일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여기서 사랑은 ‘왜’ '어떻게'가 아니라 ‘어찌할 수 없음’으로 존재한다.
우연히 만난 감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피로에 새겨져 있던 방향처럼.
'자석산의 전설'은 사람의 마음에도 나침반이 있지만, 그 나침반조차 무력해지는 순간이 있다고.
머리로는 항로를 계산하지만, 몸은 순식간에 다른 쪽으로 기울어져 버리고 있다고.
인력과 척력이 동시에 작동할 때, 사람은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다.
다가가면 부서지고, 물러나면 비어버린다. 가장 고통스러운 정지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베르테르는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다. 그래서 이 넘버는 슬프기보다 체념에 가깝고, 비극적이기보다 운명에 더 걸맞는 이름을 갖게 된다.
사랑을 붙잡으려는 노래가 아니라, 사랑에 붙잡힌 상태를 고백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결국 베르테르는 이 마음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지 알고 있음에도, 향하는 그 마음의 길을 멈추지 않는다.
자석산 앞의 배처럼,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그 힘을 부정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이런 사랑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이런 방식으로만 살아지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이성보다 감성. 머리보다 마음.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쪽으로 향하고 있던 사람들.
바로 이런 이이 부르는 노래가 자석산의 전설이다.
덧)
전설은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 경험의 패턴이다. 너무 많이 반복되어 더 이상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 없게 된 것. 그래서 전설에는 이름이 없고, 대신 우리 모두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