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옫아 Feb 15. 2022

'기생''충', 냄새 그리고 수신과 응답

영화 <기생충>에서 목격한 몇 가지 해석과 의미 그리고 화두들

  2019. 6. 7.에 작성한 글 





'기생' '충'

- 제목은 하나의 아젠다 같은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내가 어떤 점에 주목하여 영화를 감상해야 하는지 제시해주는 어떠한 틀, 프레임 같은 역할 같은? 

- 寄生.  서로 다른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며, 한쪽이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이 해를 입고 있는 일. 또는 그런 생활 형태.  또는 스스로 생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의지하여 생활함

- 영화 속에선 기택의 가정이 박 사장의 가정에 기생하여 사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사기라는 도구를 통해 입문하였으나 박 사장네 아이들의 교육부터 운전, 집안 도우미까지의 역할을 기택 가정의 노동력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자본을 박 사장네에서 받고 있기에 언뜻 보기엔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이뤄지는 풍경으로 볼 수 있으나 그것이 공정하지 못 한 사기라는 수단으로 이뤄지기에 기생, 이라는 표현이 더 가까웠을 것이다. 

- 그리고 굉장한 스포일러인 반지하보다 더 아래세계로 그려지고 있는 지하에 사는 문광 아줌마의 남편이야말로 기생에 더 가까울 것이다. 기택 가정과 문광 가정 모두 비밀리에 박 사장 가정에 기생하고 있는 것이다. 

- 기생에 부정적인 의미를 더하는 것은 바로 '충'이라는 단어다. 하등동물들을 일컫는 벌레의 뜻을 지닌 '충'. 기생충은 원래 있는 단어이지만, 더욱 새롭게 들렸던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혐오의 대명사 '충' 을 다시금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맘충, 진지충, 급식충 등 우리는 어떠한 단어 뒤에 '충'을 붙이며 부정적인인 의미를 더하며 더 나아가 혐오와 배제의 표현으로 '충' 으로 쓰고 있다.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 '기생'과 '충'이 일명 하층 계급으로 대표되는 기택 가정과 문광 과정에 대한 시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 벌레,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고전. 카프카의 <변신>. 사람을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어떠한 도구로 취급당할 때 누군가의  존재는 사람이 아닌 그 아래의 어떤 것으로 인식하며 혐오와 차별, 배제의 대상으로서의 벌레가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영화 <기생충>. 



객관적 냄새와 주관적 냄새 

- 영화를 보다 조마조마한 순간이 있는데, 바로 비밀에 있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박 사장네 아들은 기택 가정의 사람들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리고 박 사장은 기택을 꼬집으며 하급 계층의 냄새가 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냄새'들 정말 같은 것일까.

- 나는 박 사장의 아들이 이야기한 냄새는 순전히 냄새 그대로의 기표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반지하라는 같은 공간 내에서 나는 냄새일 수도 있겠지만, 어린 아이의 편견 없는 말 그대로 냄새의 객관적인 냄새인 것이다. 냄새를 맡고 아이는 거기서 끝이다. 그러나 박 사장은 다르다.

- 박 사장은 기택의 냄새에 대해 자신의 아내에게 길게 설명을 하며 가난을 통해 그의 계급을 설명해주고 본인 가정과 구분 짓는다. 연교는 그 전에는 기택의 냄새를 맡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졌으나, 그의 남편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이후 기택의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 그렇다면 박 사장은 왜 기우와 기정에게선 가난의 냄새를 맡지 못하였는가. 그것은 기우와 기정에 대해서 처음 인식할 때 일명 '엘리트 코스'로 인지했기 때문이다. 자신과 동일한 계급은 아닐지 언정, 같은 맥락인 일명 상위 계층에 속한다고 단정지었기 때문에 냄새에 반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기택은 처음부터 자신의 운전기사로 마주했기에 자신보다 아래 계급이라는 확신과 인지로 인해 냄새를 맡은 것이다. 

- 때문에 아들과 아빠의 냄새엔 차이가 있다. 객관적 냄새와 주관적 냄새. 



수신과 응답에 대하여 

-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었던 건 바로 지하의 근세가 박 사장의 아들에게 보내는 신호와 이에 대한 반응이었다. 근세는 박 사장의 아들이 자신의 SOS 신호를 읽어줄 것이라고 확신을 가졌기에, 생존을 걸고 피를 흘려가며 미친 듯이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박 사장의 아들은 이를 수신하고 독해까지 마쳤다. 도와달라는 신호를 받은 아이는 이를 액션으로 취했는가.

- 폭풍우가 지나간, 평화로운 아침. 자신의 아버지와 달콤한 햇살에 깨어난 박 사장 아들. 그에게 지난 밤의 도와달라는 메시지 수신은 그저 하나의 게임이거나 지난 밤의 이야기일 뿐이다. 메시지를 받았으나 응답하지는 않았던 것. 나는 이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박 사장의 아들이 소위 지금 이 시대의 젊은 층들, 10대에서 30대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회문제, 그 중에서도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해 관심도 많고 그들의 문제에 귀 기울이려고 하고 있으나 정작 수신은 하여도 응답하거나 액션으로 옮기지 않는 그런 모습을 그 장면에서 읽을 수 있었다.

- 그리고 박 사장 아들에겐 트라우마가 있다. 어린 시절 우연히 본 귀신의 정체로 인한 것인데. 이 귀신은 바로 지하 세계에 있는 하층민으로 나오는 근세의 모습. 아들에게 근세는 공포의 대상이자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을 '귀신'이었다. 같은 현실 속의 장면으로 보이지 않았기에 근세는 아들에겐 귀신으로 인지되어 있고, 아들은 이러한 귀신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그림으로 담아낸다. 그러나 이 그림을 정확히 읽어주는 사람은 없다. 아들은 자신이 마주했던 세상의 공포를 그림으로써 표현하고 말하고자 하였으나, 그 누구도 응답하지 않았다. 수신은 계속되나 응답은 없는 상황이 번복되고 있는 것이다. 

- 수신과 응답에 대한 생각을 마구 이야기했을 때 깔끔하게 정리한 둘님에게 이 해석을 바칩니다 총총 


* 수석 : 기우의 친구가 기우 가정에게 선물한 것으로 집안의 부유한 물질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암시되고 실제로 영화에서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처음에 기우는 이 수석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은 것으로 그려진다. 오줌을 싸는 사람을 때리려는 용도로 쓰려고 하는 장면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비가 어마어마하게 오던 그 밤, 기우가 수석을 바라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다. 혹시 이 수석이 비에 젖어서 우리 가족의 물질적인 부유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가지 않을까. 내가 기우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그 후로 기우는 수석이 자신에게 붙는다고 표현하지만, 정작 기우 자신이 수석에 굉장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부에 대한 욕망의 눈을 떴기 때문이다. 수석은 그저 돌일 뿐이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개인의 주관적인 해석이다. 이 수석을 들고 기우가 지하실로 내려갔던 이유는, 이 수석을 통해 지하 가정을 제거함으로써 기우 가정의 비밀을 지키려고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복숭아 : 너무 잔인한 도구였다. 개인의 약점을 파고드는. 연대의 가능성을 막아 버리는. 누군가의 생계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나오는 복숭아는, 두 가정의 몸싸움에서도 활용된다. 연약한 부분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인간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다발을 보살피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