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랑은 두려움의 한복판을 통과하는가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Only Love'

by 옫아

사랑이라는 가장 무모한 선택

우리는 흔히 사랑을 달콤한 감정으로 정의하지만, 사실 사랑의 이면에는 늘 짙은 그림자가 따라붙습니다. 바로 두려움입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사랑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지고, 세상의 풍파로부터 지켜내지 못할까 봐 위축됩니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Only Love'와 아이유의 'Love wins all'은 바로 이 지점, 즉 '두려움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작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결론으로 향하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Only Love': 비극적 운명을 깨우는 속삭임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에서 'Only Love'가 흐르는 맥락은 매우 절박합니다. 황태자 루돌프는 부패한 권력과 시대의 변화 사이에서 고립되어 깊은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세상의 벽을 느끼며 무너져 내리죠. 이때 연인 마리 베첼라는 그를 다독이며 노래합니다.

https://youtu.be/gKDE8xlE9WM?si=RfurTkQEhWNwBpQj


"두려워 마, 사랑이야. 너의 마음을 따라가면 돼."


이 가사는 단순히 무너진 연인을 달래는 따스한 위로를 넘어선, 일종의 영혼의 선전포고와 같습니다. 노래가 흐르는 합스부르크 왕실은 이미 낡은 질서의 몰락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곳입니다. 자신의 의지로는 바꿀 수 없는 가혹한 운명과 시대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루돌프가 느끼는 공포는 실체적이며 압도적입니다. 마리는 그 비극적인 결말을 직감하면서도 "두려워 마"라고 속삭입니다. 이는 닥쳐올 시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의 육신과 운명을 무너뜨릴 수는 있어도, 서로를 향한 우리의 선택만큼은 결코 굴복시킬 수 없다는 단호한 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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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사랑은 단순히 고통을 잊게 하는 회피의 수단이나 감미로운 도피처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은 가장 날카로운 현실의 칼날 위에서 발휘되는 용기에 가깝습니다. "당당하게 눈을 떠봐"라고 노래하듯, 두려움을 없애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의 한복판을 통과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동력이자,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비극을 완성하는 숭고한 저항인 셈입니다. 결국 이들의 사랑은 죽음조차 패배시키지 못한, 세상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반항이 됩니다.




'Love wins all': 혐오의 시대에 던지는 승전보

아이유의 'Love wins all' 역시 뮤직비디오와 가사를 통해 '멸망'과 '추격'의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주인공들을 쫓는 '네모'는 우리 삶을 옥죄는 차별, 혐오, 혹은 피할 수 없는 시련을 상징합니다.

두 노래 모두 '부서지고 저무는 세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아이유는 "나쁜 결말일지라도 상관없어"라고 노래하며, 결과가 아닌 '함께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에 승리의 깃발을 꽂습니다.

'Only Love'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고립된 루돌프의 개인적인 절망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는 섬세한 구원의 손길이라면, 'Love wins all'은 그 맞잡은 손에 힘을 주어 세상의 끝을 향해 함께 전력 질주하는 강인한 의지의 확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뮤지컬의 넘버 속에서 사랑은 먼저 '안식'으로 다가옵니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황태자에게 마리의 목소리는 "당신의 고통을 알고 있다"는 깊은 공감이자, 상처 난 영혼을 잠시 쉬게 하는 유일한 안식처가 됩니다. 이는 벼랑 끝에 선 개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내면적인 회복의 과정입니다.

반면, 'Love wins all'에서의 사랑은 그 회복을 동력 삼아 '해방'을 향해 나아갑니다. 단순히 슬픔을 달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를 파괴하려는 거대한 힘(네모)에 맞서 기꺼이 함께 길을 잃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리는 역동성을 보여줍니다. 'Only Love'가 "우리가 여기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촛불 같은 존재라면, 'Love wins all'은 그 불꽃을 들고 혐오와 멸망의 들판을 가로질러 마침내 어떠한 방해도 없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도약하려는 거침없는 전진인 셈입니다.

결국 이 두 노래는 사랑의 두 얼굴을 완성합니다. 나를 무너뜨리려는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방패로서의 사랑'이 'Only Love'라면, 그 세상을 뚫고 나가 기어이 승리를 쟁취하는 '창으로서의 사랑'이 바로 'Love wins all'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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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쓴 예전 분석 글입니다 : 아이유 뷔 뮤직비디오 Love wins all 해석



왜 사랑은 두려움을 전제로 하는가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할 때 문득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사랑이 본질적으로 가장 무방비한 상태의 나를 상대에게 내어주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에게 나를 상처 입힐 권리를 쥐여주는 것과 같으며, 스스로 그 취약함을 선택하는 일이기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그 두려움을 기꺼이 껴안을 때 비로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뮤지컬 넘버 'Only Love'가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를 노래하며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가치를 증명해낸다면, 아이유의 'Love wins all'은 "일부러 나란히 길을 잃어보자"는 기발하고도 숭고한 제안을 건넵니다. 이는 단순히 길을 찾는 노력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기꺼이 함께 미로를 헤매겠다는 의지를 통해 공포를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결국 두 노래는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지우는 지우개가 아니라, 그 두려움을 함께 짊어지고 나아감으로써 마침내 승리하는 이름이라는 것을요.




결론: 결국 사랑이 이기는 이유

결국 사랑이 이긴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비록 루돌프와 마리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을지라도, 그들이 '사랑'을 선택한 순간만큼은 세상의 억압으로부터 완벽히 승리한 것입니다.

"두려워 마, 사랑이야"라는 속삭임은 20세기 초 비엔나의 황태자에게도, 오늘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울림을 줍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없애주는 마법이 아니라, 두려움보다 더 큰 가치가 내 안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기적이기 때문입니다.




덧) 사랑이 무엇인지, 그 본질에 대해 깊은 고민의 파도를 지날 때마다 제게 가장 명확한 나침반이 되어준 노래가 있습니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Only Love(사랑이야)'는 제게 단순한 노래를 넘어, 삶의 방향을 일러준 '인생 넘버'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동의 지점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노래가 전하는 "두려워 마, 사랑이야"라는 그 정직한 속삭임만큼은 여러분의 마음에도 가닿기를 소망합니다. 사랑 때문에 망설여지거나 두려움 앞에 멈춰 선 모든 분이 이 노래를 통해 다시 한번 기운을 얻고, 각자의 생에서 더 멀리, 더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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