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틸다>의 "Naughty"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시스템'은 안식처인 동시에 거대한 벽이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알고리즘과 사회적 기대치라는 궤도 위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는다. 하지만 여기, 시스템이 "에러(404)"를 띄울 때 오히려 환호하며 그 틈새로 빠져나가는 두 목소리가 있다. 바로 키키의 <404 (New Era)>와 뮤지컬 <마틸다>의 "Naughty"다.열린음악회 - 뮤지컬 "마틸다" 팀 - NAUGHTY (노티).20181014
뮤지컬 <마틸다>의 주인공 마틸다는 아주 작고 연약한 아이지만, 그녀의 생각은 누구보다 단단하다. 넘버 "Naughty"에서 그녀는 이렇게 노래한다.
"Just because you find that life's not fair, it doesn't mean that you just have to grin and bear it."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해서, 그냥 웃으며 참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이 가사는 키키가 선언하는 "좌표 없이 존재하는 자유"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기성세대가 만든 '공정하지 않은 시스템'이나 '정해진 매뉴얼'이 나를 억압할 때, 마틸다는 그것을 운명이라 받아들이는 대신 "조금은 발칙해질(Naughty)"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키키 역시 <404 (New Era)>를 통해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된, 혹은 스스로 탈출한 존재들의 당당함을 노래하며 시스템의 오류(404)를 새로운 시대(New Era)의 시작점으로 재정의한다.
"Naughty"의 가사 중 백미는 "Jack and Jill" 전래동화를 인용하며 "왜 그들은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질 수밖에 없었나?"라고 묻는 대목이다. 마틸다는 그들이 운명이라서 떨어진 게 아니라, 길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떨어진 것이라고 일갈한다.
이는 <404 (New Era)>가 보여주는 태도와 흡사하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를 어떠한 카테고리(MBTI, 학벌, 직업 등) 안에 가두려 한다. 하지만 키키는 그 카테고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나를 찾지 못하는 상태(404 Not Found)는 곧 누구에게도 규정되지 않는 절대적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틸다가 책 속의 이야기를 스스로 다시 쓰듯, 키키는 디지털 세계의 오류를 뚫고 자신만의 트랙을 만들어낸다.
두 곡의 화자가 모두 젊은 층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틸다의 "Naughty"가 어린아이의 순수한 정의감으로 시스템의 모순을 짚어냈다면, 키키의 <404 (New Era)>는 그 저항 정신을 현대적인 하우스 비트와 '디지털 유목민'적인 감각으로 계승한다.
이들에게 자유란 단순히 시스템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이 나를 정의하는 데 실패했을 때, 비로소 나라는 존재의 진짜 좌표가 찍히기 시작한다는 믿음이다. 마틸다의 발칙함과 키키의 당당함은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 "내가 내 이야기의 주인이며, 시스템의 설계도는 언제든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다.
결국 키키의 <404 (New Era)>와 마틸다의 "Naughty"는 우리에게 동일한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너를 가두는 견고한 시스템이 예기치 못한 오류를 일으킬 때, 너는 무너지는 세계 앞에서 떨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 벌어진 틈 사이로 거침없이 달려 나갈 것인가?"
기성세대가 구축한 시스템 속에서 '404'라는 숫자는 수정되어야 할 실패이자 도태를 의미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젊은 화자들은 그 정의를 완전히 뒤집는다. 마틸다가 도서관의 책장을 넘기며 자신에게 강요된 비극적인 결말을 스스로 수정하고 운명의 행로를 비틀어버릴 때, 그리고 키키가 정교하게 설계된 비트를 쪼개며 기존의 질서가 닿지 않는 '좌표 없는 공간'을 선포할 때, 우리는 전율을 느낀다. 이들에게 시스템의 오류는 재앙이 아니라, 감옥의 벽에 금이 가는 소리와도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 '오류'가 되기를 자처해야 한다. 규격화된 성공의 데이터베이스에 수집되지 않는 존재, 알고리즘이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인 선택, 그리고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해서 참을 필요는 없다"고 외치는 발칙한 저항이야말로 우리를 진정한 자유로 인도한다. 남들이 '정상 범위'라고 부르는 안전한 궤도를 이탈하는 순간, 비로소 나만의 고유한 파동이 시작된다.
완벽하게 매끈한 시스템은 우리를 안락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결코 성장시키거나 해방시키지는 못한다. 마틸다의 작지만 단단한 주먹과 키키의 감각적인 사운드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가장 완벽한 '새 시대(New Era)'는 시스템이 완벽해질 때가 아니라, 시스템이 나를 담아내지 못해 터져 나갈 때 시작된다는 것을.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젊은 화자들이 불안한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발칙하면서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복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