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식재료가 우리 가족에게 주는 소박하고 확실한 행복에 대하여
요즘 SNS 피드를 넘기다 보면 초록 배춧잎이 가득 담긴 양선아 양푼 비빔밥 영상이 눈에 띈다.
이른바 '제철코어'.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을 넘어, 지금 이 계절에만 허락된 식재료를 통해 삶의 희소성과 건강함을 기록하는 Z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란다.
화면 속의 화려한 릴스들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사실 나에게 '제철'은 이미 오래전부터 몸과 손이 먼저 기억하는 일상적인 루틴이었다.
우리 가족의 주말은 오전 9시, 농협 하나로마트의 문이 열리는 '오픈런'과 함께 시작된다.
15개월 된 아이는 카트에 올라타 북적이는 마트의 활기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고,
우리 부부는 카트 가득 싱싱한 계절의 기운을 담는다. 이번 주말의 주인공은 단연 봄동이었다.
집에 돌아와 봉지를 풀자마자 느껴지는 봄동 특유의 단단하고 빳빳한 질감.
찬물에 하나씩 씻어내며 손끝에 닿는 그 야무진 감촉을 느낄 때면
비로소 겨울이 가고 봄이 문을 두드리고 있음을 실감한다.
예전엔 그저 구수한 된장국으로 즐기던 식재료였지만, 올해는 나만의 비법 양념을 더해 슥슥 무쳐냈다.
원체 큰 손 덕분에 양푼 가득 넘치게 만들어진 봄동 무침을 보니 문득 '육아 동지'인 7층 동생이 떠올랐다.
갓 무친 봄동을 넉넉히 덜어 건넸고, 그녀에게서 온 답장은 봄햇살 같이 달콤하고 따스했다.
사람 사이 사는 정이 이런 거지, 싶고 특별한 추억 선물해준 봄동에게 고맙다.
남편과 나는 나란히 앉아 봄동 비빔밥 두 그릇을 비워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아삭함과 고소한 참기름 향은 어떤 화려한 미식보다 만족스러웠다.
SNS에서 말하는 '제철코어'가 대단한 기록이나 트렌드 추종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족과 함께 마트의 활기를 나누고, 제철 채소의 질감을 손으로 익히며, 이웃과 따뜻한 한 끼를 나누는 것.
나에게는 이 소박하고 단단한 주말의 루틴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제철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