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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녹차 Oct 17. 2023

너 덕분에

시선 1호

 지저분했다. 

 그것이 친구 집에 간 첫인상이었다. 

 친구가 혼자 사는 자취방이었다면 장난스레 한소리 했을 텐데, 그곳은 친구와 친구 가족 모두가 함께 사는 집이었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지저분하기보다 살아가는 치열함과 고단함이 느껴져서 손이 닿지 못한 공간들이 많아 보였다. 사실 속으로 조금 당황했던 것 같다. 살면서 놀러 다녔던 집, 초대받았던 집은 대부분 우리 집과 비슷하거나 우리 집 보다 더 좋은 집이었고 손님이 우리 집에 오는 날이면 숨길 거 조금 숨기고 이불도 반듯하게 접어서 어색한 연기를 하는 듯한 방을 보여주곤 했으니깐.

 그래서 초대받아 간 집이 무방비 상태라 나도 모르게 당황해 버렸다. 초대받은 집들은 되게 깨끗한 법이었고 깨끗한 집이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숨겨준다.


 나는 내가 조금이라도 당황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싫었고 사실 그게 그 친구와 상관도 없었다. 그저 내 눈이 닿는 공간들이 다 낯설었던 것 같다. 익숙한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친구와 바닥에 평상을 두고 같이 요리한 소갈비찜을 먹으며 이게 진짜 행복한 순간이다며 서로 깔깔 됐고 작업실이 된 식탁 책상에 마주 앉아 각자 할 일을 했다. 친구가 일하는 동안 친구 방 침대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 우리는 가까운 운동장에서 같이 뛰었다. 하루를 늘 이렇게만 보내면 정말 즐거울 텐데, 생각하며 집에 왔다. 

    


생소한 감정이 밀려왔다. 대학교 때나 취직을 하고서 친구가 어렵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느 정도 인지 알지 못했고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고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것들이 그 친구와 상관이 없었으니깐. 우리는 서로 돈 없음을 누구보다 공유하는 친구였는데, 무심코 내가 했던 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 아파트 창문이 다닥다닥 붙어서 징그러워서 누가 살까 했는데 다 들어왔대. 잠깐이지만 멈칫했던 친구가 생각났다. 

 친구가 빌라에 사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아파트나 빌라나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고 그런 것들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아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하게도 친구를 동정하는 마음이라든지 안쓰럽다든지 하는 감정은 일말도 생기지 않았다. 그저, 지나간 실수들이 생각나서 기분이 이상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이 어떻게든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돼서 그 친구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을 다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가 내게 너무 좋은 친구라서. 너와 있으면 이불을 반듯하게 접을 필요도 굳이 숨길 것들이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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