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뉴스미디어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 두서없이 적어본다.
1. 최근 접한 한 뉴스미디어의 청산 소식이 계속 머리를 울린다. 한 두발자국 떨어진 위치였지만 팀이 꾸려지는 시점부터 간간히 소식을 들었던 미디어였어서 여러 마음이 어지럽다. 콘텐츠, 비전, 타겟 모두 분명 좋은 미디어였다. 주변에도 기사들을 공유하고 추천했던 나였음에도 왜 나는 후원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2. "기존 뉴스비즈니스는 망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화로 value chain 요소들 각각이 분해되고 재구성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무전공으로 대학을 들어온 내가 언론학과를 전공하겠노라 다짐한 1학년 1학기 첫 수업이 지금도 생생하다. value chain이 뭔지도 몰랐지만 "망하고 있기에 기회가 더 많다"는 교수님의 말에 혹했더랬지.
3. 학부 3학년인 2012년에 데이터저널리즘을 접하고 이것이 미래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4학년에는 우선은 데이터분석 쪽으로 커리어를 잡아야겠고 마음을 정리했다.
10년이 지난 2022년에서 뒤를 돌아보니, 데이터저널리즘은 정답이 아니었고 데이터분석 쪽으로 커리어 방향을 잡는 것 괜찮은 생각이었던거 같다. (데이터분석을 더 확실히 파고 들었어야했다...)
4. 뉴스미디어비즈니스의 BM을 새롭게 짜고 싶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읽고 오롯이 담아내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데이터를 다루고 광고사업을 해야겠다. 라고 주변에 얘기하고 채용면접에서 중장기 비전을 얘기해왔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디를 가는가?
5. 나름 데이터분석 언저리로 업력 8-9년차가 되었다. 뉴스미디어 비즈니스에 대한 애정도 여전히 있다. 다만, 신사업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점과 뉴스미디어 시장의 경직성과 고루함을 알아버렸다. 무엇보다 시장은 냉정하다는 것을 배웠다.
6. 대중(Mass)은 더이상 뉴스 콘텐츠에 돈을 쓰지 않더라.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된 점이 무언가를 구매한다는 행위는 나의 현재 혹은 미래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더라. 가만 생각해보면 후원과 구매는 성격이 다른 지출이다. 뉴미디어들이 "후원"이라는 표현을 스스로 사용하고 있으며, 비용을 지출하는 사람들도 "후원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근원적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7. 디지털화, 모바일화라는 말이 옛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세상은 달라졌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편재성(偏在-)의 문제가 컸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보가 너무 편재(遍在,omnipresence)한게 문제일 정도다. 기존 미디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나이브할지도 모른다.
8. 저널리즘의 본령과 수익성 둘을 모두 잡는 대중타겟의 B2C 뉴스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몽상 속에 존재하는게 아닐까 싶다. 국내외에서 straight news, short editorial 정도의 정보는 다양한 채널로 너무나 쉽게 무료로 접할 수 있다. 대중들이 굳이 뉴스미디어를 정기적으로 돈을 내며 찾아볼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9. 뉴스콘텐츠, 정보상품에 돈을 지불할 사람은 누구일까. B2B모델이나 완전 전문화된 양질의 콘텐츠를 뽑아내는 곳이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 살 사람이 있는 물건을 마련해 살만한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을 지니는 것이 장사하는 사람의 자질더라.
10. 커리어의 방향성을 살짝 잃었다가 다시 방향성을 고민하는 시점이 되었다.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싶고 미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아직은 여전히 "뉴스비즈니스의 새로운BM", "데이터로 사람을 읽기"만큼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이 없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