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으로 말레이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현재 DTSS(Deep Tunnel Sewerage System)라 하는 거대한 하수처리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DTSS가 어떤 것이냐 하면, 우리가 흔히 지하철을 건설하는 데 사용하는 TBM(Tunnel Boring Machine)을 가지고 직경 6.5m가량의 하수도 터널을 만들어 세 개의 대형 하수처리시설로 하수와 우수를 이동시키는 프로젝트이다. 직경 6.5m면 대략의 서울 지하철 터널 직경과 비슷하며, 아파트로 치자면 높이 3층가량의 거대한 수준의 터널이다.
이렇게 거대한 터널을 시행하는 곳은 싱가포르의 PUB(Public Utilities Board)라는 공공기관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싱가포르는 버려진 물을 모아 정화하여 다시 사용하고자 한다. 프로젝트는 총 두 단계로 진행되고 있는데, 1단계는 지난 2008년에 완료되었으며, 2단계는 얼마 전부터 착수하여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거대한 터널은 지하 50m가량에 지어지게 되는데, 이는 아마도 한국과 같이 일정 깊이 이하의 구조물에 대해서는 지하 부분 토지사용에 따른 보상 의무가 변제돼서 깊이가 설정되었을 것이다. 마치 GTX와 같이 말이다.
DTSS 프로젝트 1단계는 27억 불(약 2조 9천억 원) 가량 소요되었다. 이는 동쪽에 위치한 창이 WRP와 북쪽의 크란지 WRP를 연결하는 48km의 터널이다. 여기서 WRP는 Water Reclamation Plant의 약자로서, 쉽게 말해 하수처리장을 말한다. 이 WRP에서 하수는 고체와 영양소를 제거한 후 다시 NEWater 공장으로 보내지게 된다. NEWater 공장은 쉽게 이야기해서 정수장인데, 최첨단 멤브레인 기술과 자외선 살균 과정을 통해 하수를 식용수로 정수하는 과정을 수행한다.
DTSS 1단계를 거쳐, 싱가포르는 다시 남단에 위치한 2단계 터널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는 30km가량의 추가 대형터널, 70km가량의 연결 하수구 등을 포함한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는 남서쪽에 새로운 WRP인 투아스 WRP와 NEWater 공장을 신설하는데, 이것이 완공되면 해당 지역 수자원 수요의 55%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싱가포르 정부는 DTSS 프로젝트를 통해 좁은 땅에 차지하고 있는 용수 처리시설을 지하와 바다로 옮김으로써 50%가량의 토지를 재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하수는 기본적으로 상수와 달라 중력식으로 흐르게 되는데, 그 경사도를 계속 줄 수가 없어 중간에 펌핑 스테이션을 두곤 한다. 이렇게 대규모 하수터널 시스템이 완공됨에 따라 육상에 위치한 토지의 면적이 대략 150ha가량 감축될 것이라고. 150ha면 1.5km 2인데, 이는 땅이 좁은 싱가포르 전체면적의 0.2%가량을 차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싱가포르는 왜 이렇게 수자원 시스템 재사용에 지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획기적인 개선을 하고 있을까.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조금 면적이 넓은 도시국가로서 1960년대 싱가포르 자치령 시절부터 말레이시아 독립 연맹에 수도요금을 지불하며 살아야 했다. 이후 말레이시아와 분리되며 외교적으로 갈등이 있을 때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를 감싸고 있는 Johor 지역의 물공급을 중단한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계속해서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 물 협상을 실시하게 되는데, 말레이시아의 계속된 물 가격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싱가포르는 앞서 언급한 PUB라는 공공기관을 통해 NEWater 사업 및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업 등을 실시하게 된다. 현재 싱가포르의 물 사용량은 하루 4억 3천만 갤런 수준이며, 이 중 50%가량은 Johor에서 수입하여 수요를 차지하고, 나머지 수요는 물 재사용을 통한 NEWater, 해수담수화 플랜트, 지역 저수지 등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이 수자원 개발사업을 통해 싱가포르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2062년 말레이시아와의 장기 물공급 협정 만료 이전에 100% 자급자족을 실시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에는 MacRitchie, Lower Peirce와 같은 저수지가 많은데, 강수량이 많은 이 나라에서는 내리는 빗물도 가능하면 다 저장하여 재사용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유사한 형태의 도시국가인 홍콩 역시 오랜 기간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은 물 수요의 약 70%가량을 광동성의 수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수자원 시스템이 확립되기 전인 1960년대에 홍콩은 가뭄이면 나흘에 한번 물을 4시간만 공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콩의 화장실에는 해수를 이용해 물을 공급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그래도 한강과 낙동강과 같은 큰 강이 존재하여 소양강댐이나 팔당댐을 통해 급수를 공급받는 한국은 축복받은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저 콸콸 쏟아지는 소양강댐의 수문을 보라. 완공 당시 동양 최대의 댐이었다고 하는데, 이쯤 되면 싱가포르 PUB 직원들이 얼마나 부러워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도 싱가포르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먼저 서울의 하수도 시스템은 개발도상국 시절 조성되어 노후화되어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노후화된 하수관은 오수를 누출시켜 토양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해당 지역 토양을 하수관 안으로 유입시켜 싱크홀의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실 홍수를 예방하는데 가장 유효한 방법 중의 하나는 하수관 시스템의 용량을 키우는 것인데, 막대한 양의 비가 내려도 앞서 언급한 DTSS와 같이 대규모 하수관 시스템을 통해 한강이나 굴포천 등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도심이 물바다가 되어 차량을 침수시키거나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키는 일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서울에도 물재생센터가 존재하는데, 싱가포르 NEWater와 같이 물을 재생시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물 부족 현상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수자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수십조 원의 예산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예산은 SOC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제는 토건의 시대가 지나갔다고 SOC의 예산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부 토건비리와 같이 좋지 않은 악행은 물론 뿌리 뽑아야겠지만, 그러한 일부 나쁜 점 때문에 SOC 예산 자체를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것은 조심스럽다. 부디 이러한 수자원 시스템 개선,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 주거환경 개선 등의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계속해서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참고자료
1) Deep Tunnel Sewerage System (DTSS), Water Technology, https://www.water-technology.net/projects/deep-tunnel-sewerage-system-dtss/
2) Changi Water Reclamation Plant, PUB, https://www.pub.gov.sg/dtss/phase1/cwrp
3) NEWater Quality, PUB, https://www.pub.gov.sg/watersupply/waterquality/newater
4) FACTSHEET, About the Deep Tunnel Sewerage System (DTSS), PUB, 2017.11.20
5) Water supply and sanitation in Singapore,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Water_supply_and_sanitation_in_Singapore
6) Water supply and sanitation in Hong Kong,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Water_supply_and_sanitation_in_Hong_K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