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퇴사했다.

구조조정 당했다.

by 김바늘


어제, 3월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났다. 회사 전체에서 벌어진 구조조정이라 2주 전부터 어수선하면서 차분한 기운이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새로운 회사를 찾는 사람도 있고, 휴식을 우선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퇴사 예정자들이 모이면 각자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퇴사 당일 파트너사의 담당자분께 퇴사 소식을 알렸다. 당연히 이직이겠거니 생각하여 걸려온 전화에 어색한 농담만 오갔다.

‘거기에 자리 있으면 알려주세요’, ‘비상장사는 별로예요’, ‘상장사도 똑같아요 ㅎㅎ’


난생처음 상장사에 다녔고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강남 한복판에 꽤나 높은 빌딩에 몇 개의 층을 계열사로 채운 전회사는 헤드쿼터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매출과 사업부진을 겪었다. 직원들은 다 알 수 있는 문제점을 임원들만 모르는 건지 진짜 중요한 건 뒤로 미뤄진채 자신들이 생각한 적당한 인원을 해고하며 적당히 꿰맨 상태로 재가동을 시작했다.


사실 이전에 퇴사하고 싶은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다. 대표를 호위하는 비서들이 특히 나를 괴롭게 했다. 딱히 납득이 되는 선에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 어떤 날에 내가 좋아하는 실장님이 ‘유능세계관’에 갖힌 애들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딱 그런 모습이었다. 일을 위한 일을 했고, 꼬투리 잡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팀 리딩과 특정 파트 디렉팅을 해온 나에게 쓸모없고 소모적인 지적을 해왔다. 지적의 결과물은 할말이 없을 정도로 형편 없었다. 업계 경험이 너무 없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졌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 자존감이 깎이는 걸 여러 번 겪으며 결국 정신과약을 추가 복용하기도 했다.


회장인지 의장인지 하는 사람 스타일이 꽂힌 것에 투자하고, 조금 지나면 시들해져 잊고 다른 사업을 하는 스타일인 거 같았다. 동생에게 "회사가 이렇게 돌아가~"라고 말하니 "예전에 **기업 생각나네" 라길래 해당 기업을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거기서 일했던 사람이었다. 괜히 회사 쇼핑을 즐기는 게 아니었네.


덕분에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관심 밖이 되었고 내가 할 일은 줄어들었다. 지루하고 무의미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신없이 다양한 일을 하는 걸 즐기는 나에게는 불안으로 이어졌다. 다행인지 뭔지 덕분에 유학 서류는 잘 준비할 수 있었고, 퇴사와 함께 제출을 완료했다.


이제 남은 건 포트폴리오와 추천서. 마음은 그렇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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