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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는 사람 Dec 20. 2021

타협점을 찾다. Part3. 아기의 수술 (1)

아기를 키우는 일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는 아기의 몇 가지 건강 사항을 체크한다.

신체적인 부분의 생김새가 모두 정상인지와 청각, 혈액형 을 검사  퇴원 무렵 담당 소아과 선생님께서 결과를 알려주신다.

(물론, 병원마다  아기마다 알려주는 시기와 방법은 다를 거다. 나는 퇴원 무렵에 알려주는 부분이 다소 황당했다.)

아기는 키가 큰 편이었고, 몸무게는 정상이었으며, 혈액형은 O형이었다. 나와 남편 모두 B 어서, 아기 O형이라는 이 괜히 특별했다.

그리고 잠복고환 견을 말씀 주셨는데,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지라 급 심각해졌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남자아기들에게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며, 점차 내려갈 가능성이 크니 접종으로 소아과를 갈 때마다 확인해볼 것을 말씀 주셨다.

마음의 안심은 했으나, 대체 잠복고환이 뭔지, 괜찮은 게 맞는지 산후조리원 첫날 열심히 검색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두 개의 고환 중 하나는 잘 내려와 자리를 잡았으나 나머지 하나가 서혜부에 있었다. 즉 하나가 덜 내려와 있는 잠복고환이었다.

3개월 내 자리 잡는 경우도 많고,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생후 6개월 이후에도 내려오지 않았다면 1년 내 교정 수술을 권장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내려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병원에 갈 때마다 항상 제자리에 있었다.


아기가 5개월쯤 됐을까, 이때부터는 잠복고환 수술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맘때쯤부터 자연스럽게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를 내려놓고 수술은 어떤 방법인지, 어떤 병원에 잘하는지를 알아보았다.

꽤 간단한 편에 속하는 수술이지만 전신마취가 필요했고, 입원기간은 병원마다 제각각이었다.

간단하다고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겪는 수술이기에, 관련 경험이 많은 소아비뇨기과 교수님을 찾고 찾았다.

그리곤 아기가 딱 6개월이 되는 시점에 병원을 예약했다.

 

남편도 연차를 내고 함께 가는 병원인지라, 얼른 교수님 뵙고 어디 가까운데라도 들러 기분전환을 하고 집에 오기로 했다.

평일 이른 오전 시간에 예약을 해둬, 대기 없이 바로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은 아기의 서혜부와 고환 쪽을 손으로 탁 만져보시더니

아 여기 조금 덜 내려왔네요. 수술하면 됩니다.”라고 말씀을 주셨다. 간결한 검사와 의견에 괜히 신뢰가 더 쌓였다.

수술 날짜를 4주 뒤로 잡았고, 수술 전에 필요한 검사를 오늘 받고 가라고 안내를 주셔서 그러기로 했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어도, 작은 아기가 받는 수술이고 거기에 전신마취까지 진행하기에 수술 전 검사가 꽤 많았다.

심전도, 흉부 엑스레이,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까지 어린이 병동 이곳저곳을 다니며 검사를 받았다.

특히 소변 검사는 기저귀에 소변을 받는 비닐을 부착한 뒤 어느 정도의 양을 모아야 하는지라 시간이 꽤 걸렸다.

중간에 수유도 하고, 기저귀도 갈아주며 모든 검사를 마치니, 이미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아기는 물론 나도 남편도 지칠 대로 지쳐 어디 들르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사치였다는 것을 깨닫고 집으로 와 휴식을 취했다

집으로 가는 차안. 카시트에 앉자마자 기절하듯 자버렸다.

수술을 4일 앞둔 목요일.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수술 관련 안내 사항을 말씀 주시려나 보다 하고 전화를 받았다. 담당 주치의 선생님이었다.

(한창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고 있을 때라, 담당 교수님은 안정원 교수님이고 전화를 준 사람은 장겨울 선생 정도겠구나 생각했다.)

수술은 몇 시입니다. 금식은 언제까지 하세요. 이런 말들이 나올 줄 알고 침착하게 전화를 받았는데,

“아 어머니 죄송합니다만…”으로 운을 띄운 전혀 다른 용건의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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