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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Jul 28. 2024

나는 묻고 쓰고 듣는다

“어디야. 퇴근했어?”

“집이야? 응답하라 오버.”

 

시청역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날. 지인들에게 메시지가 쏟아졌다. 내가 매일 같이 출퇴근하며 수도 없이 지나가는 그 길에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9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내가 거기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얼마 전 메모했던 내용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고 정해진 시간 속에서 모든 불확실성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Decision making in Uncertainty’.  그것이 바로 삶이라고 말이다.

나 또한 이번 시청역 사고를 계기로 인생의 불확실성과 시간의 유한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한정된 시간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해야겠노라 생각했다. 정작 본인은 스스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 희로애락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졌다. 스스로를 탐구해 보겠다고 무작정 동굴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요즘 흔히 언급되는 메타인지, 즉 자기 이해능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 중 3가지 정도를 우선적으로 활용해 보기 시작했다.





1. 질문

“질문을 하면 답하기 위해 생각하게 되고 무의식에 감추어져 있는 것을 꺼내게 된다”


살면서 쌓아온 수많은 경험과 지식이 무의식 속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질문은 이것을 명확하게 해 준다. 첫 번째로 내게 한 질문은 “너 언제 행복해?”이다. 사실 나에게 ’ 행복‘은 늘 거창하고 부담스럽기만 한 단어다.  "언제 기분이 좋아?" 질문을 바꿔보니 답하기 수월해졌다.


Me Time. 자유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 그럴 때마다 “아~ 좋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최근 반차를 내고 가보고 싶었던 문구점 베스트펜에서 만년필과 미도리 노트를 샀을 때, 양재로 이전한 카페 ’ 악소‘의 테라스에서 독일 빵을 먹으며 책을 읽었을 때 “아~좋다. “라고 10번쯤 말했나? Me time에 특별히 의미 있는 것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가만히 멍 때리다가 핸드폰 사진을 정리하기도 하고 인터넷 쇼핑도 한다. 혼자만의 시간. Me Time이 내게는 기분 좋은 순간, 행복 모먼트다.

에쁜 노트나 필기구는 일단 사고 본다.
양재천으로 이전한 독일 빵집 '악소' 이때 행복했다...

 

사소한 것에도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할 줄도 안다는 것을 알았다. 기분 좋은 순간이 쌓이면 그게 행복이다. 내게 행복은 대단한 한 방, 즉 강도보다는 잔잔 바리 여러 방, 빈도가 중요하다. 그래서 굳이 행복이라명명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기분 좋은 순간이 언제인지스스로에게 계속 묻는다. 내가 해야 할, 하고 싶은 To Do List에 대해 조금 더 진하게 알게 되고 무엇을 하지말아야 하는지 To Don't List 도 어렴풋이 알 수 있게된다.





2.  기록

“위대한 사람이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기록하면서 위대한 사람이 된다.”

20년간 매일 일기를 써 온 어떤 분의 SNS에서 보고 저장해 둔 문장이다.


나는 메모하는 것을 즐긴다. 이왕이면 심플한 노트에 예쁘게 정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체계적으로 ‘각’을 잡고 메모하는 꼴이 되었고 어느 순간 메모, 기록 그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 기록에 지쳐갈 때쯤 <광고천재 이제석>을 읽고 메모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는 광고쟁이이자 메모쟁이다. 좋은 광고가 나오기까지 매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하고 또 광고로 나오지 못한 많은 아이디어도 모두 기록해 놓는다. 종이, 휴지, 손바닥 어디든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책상, 벽, 화장실, 지갑 등 눈에 띄는 모든 곳에 메모를 빼곡하게 붙여 놓는다. 화장실에 앉아서까지 메모하는, 다소 민망한 사진이 책에 실린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메모 광인지 알 수 있다.

(이제석 님. 팬이예요!!)


이제석 님의 간지에 힘입어(!) 나도 메모에 힘을 빼기 시작했다. 최근 구매한 자이 탄소펜(깎지 않는 친환경 연필)과 돌 종이 노트(재활용 돌로 만든 방수 노트) 덕분에 메모가 더 즐거워졌다. 주로 기억하고 싶거나 영감을 받은 문장, 일 적으로 공부한 내용 등을 적는다. 무엇보다 메모에 그치지 않도록 자주 들춰보며 기억을인출하고 소환한다. 기록을 복기하면 확실히 기억이 오래간다. 그렇게 내 것이 된다. 게다가 평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것에 관심 있는지도 알게 된다.

 

다만….기록한 내용을 다시 꺼내 보는 데 어려움이 많다. 늘어나는 노트를 모두 짊어지고 다니기 힘들고 생각나는 메모를 단 번에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먹는 것까지가 다이어트’라는 김종국의 말처럼 메모를 하고다시 꺼내보는 것까지가 기록의 완성이다. 스마트폰에메모하면 키워드 검색을 통해 금세 찾을 수 있으니 자주 들춰 볼 수 있도록 스마트폰 활용 빈도를 늘려볼까 한다.




3.   피드백

“성장은 나의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다. Ericsson(1993)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탁월한' 전문성을 지닌 사람은 단순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된 수행(목표 설정, 실행, 피드백을 반복하여 전문가의 작업 원리를 습득하는 것)'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피드백'이다.


최근 여러 가지 스터디를 하면서 인풋만 때려 넣다 보니 지쳤다. 무엇보다 “미친 짓이란 똑같은 것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님이 말했던 것처럼 열심히 노력’만’ 한 것은(인풋‘만’ 반복) 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다.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제대로 된 노력, 즉 노력의 ROI를 높이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의 세팅이 필요했다. 이 노력에 대한 보상과 성장 환경의 핵심이 피드백이 아니던가. 자기 계발이든 업무든 자동적으로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세팅해보고 있다. 업무 관련해서는 타 팀, 타 업계 사람들의 피드백을 활용하고 업무 외적으로는 커뮤니티를 통해 자동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꼭그럴 필요는 없다. 셀프 피드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예를 들어 “1~2달 후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목표를 기준으로 실제 팩트와 비교하거나 내 과제와 비슷한 과제를 한 사람의 결과물과 비교를 하거나 또는 갓 AI님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선배나 상사가 없어도 피드백은 가능하다. 주변 환경을 활용하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라고 외쳐본다.)


"언제 기분이 좋아?"라고 묻는 것은 내 안의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시작점이 되고 기록은 어느새 나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다양한 방식으로 얻는 피드백은 나의 한계와 생각의 울타리를 넓혀준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를 이해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계속 질문하고, 쓰고, 듣는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인생이라는 미로에서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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