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회고: 11.12 - 11.18
11월이면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가까운 곳에서 한발 먼저 체감하게 된다. 명동 일대에서 근무하다 보니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를 조금 더 일찍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호텔의 로비와 레스토랑도 11월 2주 차쯤되면 트리를 설치하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시작한다. 고객 동선이다 보니 밤 10시가 되어서야 세팅을 시작할 수 있다. 그야말로 야간작업이다. 예쁜 것을 보는 사람들은 그저 좋기만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위해 한껏 상상하고 시안을 만들어 실제로 구현하는 데는 여러 사람들의 피땀 눈물이 섞여있다. 여러 번 고쳐낸 시뮬레이션부터 보스의 개인 취향에 따른 코멘트를 타협하여 반영하는 등 수정을 거듭한다. 시뮬레이션에 100% 가깝게 구현해 내려다가도 막상 해보니 변형이 필요하면 현장에서 또 한 번의 수정이 생긴다. 그렇게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연출 물들을 수백 번 옮기고 오너먼트를 뗐다 붙였다 바꿔보는 것은 기본이다.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것과 같다고 하지만, 이왕이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좋아했으면 하는 게 목표인 셈이다.
팀에서 디스플레이 관련된 업무를 감독하다 보니 예쁘게 장식된 트리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트리를 만드는 과정이 먼저 그려진다. '이건 페인트칠을 몇 번 한 거지? 직접 제작을 한 걸까? 기성품을 구매한 걸까? 몇 명이서 만들었을까? 기획하는 데 얼마큼의 시간이 걸렸을까'와 같은 것들이다. 다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고 '예쁘다', '예쁘지 않다', '별로다'라는 평가만 해왔던 내게, 이제는 그 과정의 노고가 먼저 보인다. 지나온 11개월만큼 나도 조금은 성장했다고 믿고 싶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