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회고: 11.5 - 11.11
1.
옷장과 서랍의 어지러운 모습은 내 삶의 혼란을 반영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리 타이밍이 되면, 그간의 경험을 돌이켜보며 최소 2시간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번 주말, 유흥의 시간을 뿌리치고 옷장 정리를 했다. 여름옷을 넣어두고 겨울 옷을 꺼내는 과정에서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골라내는 것도 포함되었다
안 입는 옷을 죄다 치워버려야지 마음먹었지만, 막상 고민은 끝이 없었다. 그 끝에 만들어 낸 기준은 ‘3년’이었다. 3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는 옷은 과감히 아웃시키고, 과하게 일어난 보풀이 있고 해진 옷도 아웃이다. 퍼스널 컬러를 인지하지 못했을 때 구매했던 워스트컬러도 마찬가지다.
정리를 하고 나면 왜 개운하고 희열 같은 감정이 느껴질까? 정리를 하고 하나씩 비워내는 일은 나 자신을 정리하고 나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이 되었다. 비워내는 일이 정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제는 비워내도 헛헛하지 않다. 오히려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2.
주말 나들이를 갔다가 기록용 영상을 소장하고 싶어 릴스를 만들어봤다. 인스타에서 제공하는 진액 툴들을사용하면 꽤나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쪼개진 영상이 길이 조절, 효과, 음악, 텍스트 등 요즘 릴스처럼 제작하려면 굉장히 손이 많이 갔다.
팀원이 2주에 1번 꼴로 릴스를 만들어 보고를 하는데, 제작의 노고를 치하하기보다 영화 같은 감도 만들어 보라고 핏대 높이던 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말만 하면 뚝딱 다 되는 줄 알았다. 역시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직접 해보지 않고서 타인의 일을 함부로 평가하고 난이도를 추정하는 일은당장 그만둬야겠다. 일단 내가 먼저 해보자. 입 말고 머리와 손으로 일하자.
3.
나의 가장 큰 단점은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감정적인 것이다. 기대와 현실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불일치할 때 불만과 짜증이 극에 달한다. 이때 발생하는 심리적 불편감은 스트레스로 이어져 주로 짜증과 답답함으로 표출된다. 게다가 부정적인 경험을 더 강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어 불만과 짜증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GPT에게 물어봤다. 뻔한 말이지만, 심호흡과 명상도 해보자. 오늘 나들이에서 남편에게 찰나에 던진 짜증.
“5년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내 비위를 못 맞춰?”
“여보. 당신 비위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어.”
그 뒤로 나는 입을 닫고, 허벅지를 찔러가며 심리적 불편감을 걷어 냈다.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