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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veseoul Jun 07. 2020

어른이 된 소년

무너진 세계 밖에서 존재하는 가장 순수한 것을 마주했을 때

사회는 '어른'이 된다는 것을 '나이'로 규정한다.

그 '나이'는 사회에서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시기를 정의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에 따라 나이를 불문하고 '아직 어른이 된 것 같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나이'의 정의는 사회가 정한 틀일 뿐,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른과 아이, 그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면서도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발매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BTS의 5번째 EP <LOVE YOURSELF 承 'Her'>의 첫 시작을 알렸던 지민의 'Serendipity'는 그래서 두고두고 다시 찾아듣게 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모티브로 소년의 위험하고 위태로운 성장을 표현한 정규 앨범 <WINGS> 다음으로 선보인 <LOVE YOURSELF> 시리즈의 시작을 장식한 곡인만큼, 그 의미를 곱씹게 된다.


불안하고 아프지만 아름다운 청춘, 위태로운 성장, 그 후에 BTS가 던질 답이 무엇일지, 대중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던 때에 컴백 트레일러로 'Serendipity'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첫 장면에서는 모든 사물과 배경의 색이 빠져있었고 특정 사물의 노란색만을 강조해서 표현했다.

소년이 덮고 있는 노란 담요는 소년의 세계에 유일하게 남겨진 보호장치 역할을 한다.

노란 선인장의 날카로운 가시는 위협적이지만 오히려 소년은 호기심에 손을 댄다.

노란색으로 커다란 공은 마치 소년의 순수함이 위험할 수 있지만 더 큰 세계를 궁금해 하는 호기심으로 점점 변하는 모습을 표현한 느낌이다.



소년의 호기심은 마침내,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하늘, 즉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소년은 그 하늘의 다른 모습 (별이 수놓은 밤하늘) 도 마주하게 된다.

소년은 그 하늘을 마주하기 위해 덮었던 담요를 벗어던진다.



그리고 소년은 탐구한다. 그리고 더 큰 세상과 마주하며 모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소년의 세상은 흔들린다

하지만 소년은 두려워하기는 커녕 더 큰 세상과 마주함에 오히려 더 즐거워한다. 

그리고 더 이상 소년의 순수함, 호기심은 없어진 듯 하다. 특정 사물의 노란색을 부각시킨 초반 장면들과 대조되는 부분이 주목할 만 하다.

이제 소년, 그리고 소년의 방은 온전히 본연의 색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이 '흔들리는' 표현을 위해 시리얼 그릇과 물컵이 흔들리는 연출들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시리얼 그릇, 물이 담겨 있는 컵 역시 뭔가 어린 아이, 혹은 소년을 표현할 수 있는 사물들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호기심과 순수함의 상징이었던 노란색의 풍선을 하늘로 띄워보낸다.

이 풍선은 초반에 소년을 위협하던 커다란 공의 축소판으로도 볼 수 있겠다.

소년은 이제 온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성장'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장면에서의 컬러풀함이 첫 장면의 차가운 톤, 그리고 노란색 담요 뿐이던 색감과 대조된다.

또한 소년은 더이상 벽에 붙어 앉아있지 않고 하늘을 그대로 마주하고 앉아있다.



이제 소년은 자기의 의지대로 맘껏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위 장면에 맞춰 나오는 마지막 가사는 "let me love you" = "널 사랑하게 해줘" 혹은 "널 사랑할꺼야."

여기서 나오는 '너'라는 존재는 아마 타인 보다는 스스로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온전히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마치 소년이 이제는 스스로를, 또는 스스로의 내면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을만큼 성숙해져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듯 하다.


정규 앨범 <WINGS> 에서 EP <LOVE YOURSELF 承 'Her'> 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그 서막이 이 곡이었다는 건 BTS의 서사에서 분명히 큰 의미였다.

성장, 그와 동반되는 혼란과 아픔을 노래하고 표현한다는건 단순히 예술적 표현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겪는 과정에 대해 짚으며 해소시켜주는 카타르시스와 같은 작용을 한다.


'어른'이란 건 없다.

그냥 우리 모두는 항상,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의 성장에 대해 기뻐하는 그 과정을 얼마나 더 능숙하게, 낯설지 않게 즐길 수 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 Serendipity - BTS (Jimin)

(LOVE YOURSELF 承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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