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제이 Jun 16. 2024

자발적 고립에 대하여

600일의 기록


 나는 주로 자기 계발과 관련된 글을 쓴다. 나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데에 첫 번째 목적을 둔 글이다. 그리고 더불어 누군가 그 글을 보며 도움을 받고 함께 정상으로 향할 수 있길 기대하며 글을 쓴다. 신기하게도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아졌다. 긍정적 피드백도 생겼다. 어느새 책도 몇 권 출판하게 됐다.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도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불과 지난 일 년 사이 일어난 일들이다.




 글을 쓴 지 일 년이 조금 넘은 지금, 나는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본다. ‘고립’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는 지금 고립되어 있나? 아니면 나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나?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하루 일과를 천천히 톺아보기로 했다.





 나는 출근길에는 일기를 쓰고, 퇴근길에는 독서를 한다. 원래는 음악을 듣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음악이 집중력을 빼앗고 서정적 기분으로 이어지는 느낌이 들어 싫어졌다. 온라인 강의는 버스에서 필기할 여건이 되지 않아 포기했다. 따로 시간을 내 책상 위에서 보기로 했다. 그렇게 음악과 강의와 이별했다. 그리고 새로운 루틴을 찾은 것이 바로 일기와 독서다. 



 출근길에는 일기를 쓴다. 지난날의 하루 기록을 복기하며 일기를 쓴다. 그러다 보면 금세 을지로에 도착한다. 생각이 늘어지거나 불필요하게 감상적 이어지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나름대로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퇴근길에는 독서를 한다. 백색 소음으로 귀를 틀어막고 책을 본다. 그게 의외로 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책은 주로 자기 계발이나 심리 공부에 관한 것들을 본다. 문학이나 에세이처럼 글맛을 즐겨야 하는 건 조용히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읽는 걸 더 좋아한다.





 나의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은 어떨까. 나는 아침을 먹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두 번 식사 시간을 갖는다. 그 두 번 가운데 저녁은 거의 대부분 아내와 함께한다. 1년 가운데 360일 정도는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밥상머리 토크를 하며 서로에게 일어난 하루 속 즐거운 일을 공유한다. 나의 일과 가운데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시간이고, 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반면 점심시간은 조금 고독하다. 대부분 혼자 식사를 한다. 심지어 월요일은 간헐적 단식으로 식사가 없는 날이다. 식사 대신 회의실에서 독서를 한다. ‘누군가 함께 했으면’하는 마음이 있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머지 화수목금 4일은 점심을 대충 때운다. 시리얼을 먹거나, 샐러드 혹은 샌드위치를 먹는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거의 대부분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편의점 음식, 또는 배달 음식을 먹는다. 가끔 동료들이 나가서 먹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땐 나도 함께한다. 그 시간이 참 좋다. 외부 음식을 먹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좋다. 혼자는 너무 외롭다.


 


 나의 교우관계는 지난 동창회 해체 사건 이후로 초기화됐다. 그 뒤로 어린 시절 친구는 한 번도 만난 기억이 없다. 가끔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 2년 사이 2번 왔으니 1년에 한 번 온 셈이다. 이제 동창 친구들과의 인연은 끊겼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또 보게 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편하게 지낼 것 같다. 반대로 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제 나는 새로운 교우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친구를 새로 사귀고 있다. 성향이 비슷하거나, 취미가 맞는 사람, 목표가 같은 사람과 함께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거기엔 큰 걸림돌 하나가 있다. 바로 성별이다. 새로운 교우관계를 맺을 사람이 여성이면 선뜻 연락하기 어려워진다. 내 입장에서도 그렇고 상대 입장에서도 그렇다. 그게 요즘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그렇다고 남자만으로 관계를 구축한다는 건, 좋은 사람을 알게 될 확률의 절반을 잃게 되는 것이다. 뭐가 맞고 옳은 길인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성공을 위해 공부하고 글 쓰는 시간을 갖기로 한 이후로, 나는 점점 가족들에게 소원해지고 있다. 원래 애틋하고 살갑게 굴던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종종 하던 전화나 문자도 하지 않게 됐다. 그저 내 일을 모든 우선순위 중 첫 때로 두며 나만을 위해 살고 있다. 그럼으로써 알게 된 것이 있다. 사람은 ‘필요’하면 연락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필요는 도움일 수도 있고 그리움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 ‘필요‘라는 동기가 전화기를 들게 만든다. 아직까지는 나를 필요로 하는 건 엄마 한 사람뿐인 것 같다. 그게 참 고맙다. 사랑하는 엄마가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건강해서 내 마음도 편하다. 그리고 고립에 빠져 있는 나를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묵묵히 지지해 주고 또 믿어주는 게 느껴져서 무척 감사하다.





 공부를 하고 글을 쓰기로 한 게 작년 5월 1일부터다. 벌써 1년 하고도 1개월이 더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대부분 혼자 있었다. 물론 돌아보면 이전에도 내게 주어진 시간과 환경은 같았다. 나는 늘 혼자였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혼자인 게 너무 외로웠다. 세상에 버려진 느낌이 들어 축축한 기분이 들었었다. 인생에 홀로 서는 법을 몰랐던 시기다.



 그러나 지금은 홀로 지내는 시간이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단지 나쁘지 않아진 것뿐이다. 이 정도면 괜찮다. 딱 적당한 만큼의 불편함, 그 불편함이 어디서 비롯되고 어떻게 없앨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걱정도 들지 않는다. 나는 나로서 나다움을 갖춰가고 있다. 글을 쓰는 시간과 사색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더 나의 모습이 선명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고립이라는 말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말 같다. 내가 나의 삶을 인지하는 순간, 모든 것은 내 안에서 의미를 갖는다. 외부의 일은 그렇게 흘러가도록 놓아두면 된다. 어차피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뿐이니까.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작가의 이전글 무지에서 오는초심자의 행운을아껴써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