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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Jun 11. 2024

우리가 가족에게 유독 엄격하게 구는 이유

600일의 기록


 사람은 자주 보아 눈에 익은 것에 엄격하다.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친절과 배려를 다 하지만, 정작 매일 보는 가족이나 동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심술을 부리거나 쌀쌀맞게 군다. 우리는 남을 대할 때보다 가까운 사람을 대할 때 유독 엄격해진다. 우리가 부모님이나 배우자, 자식을 대할 때를 생각해 보자. 다들 그런 경험이 있을 거다. 남이었다면 그냥 지나치거나 웃어넘길 상황인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유달리 심한 말을 내뱉거나 짜증 냈던 경험 말이다.





 우리가 가까운 사람에게 엄격해지는 이유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된다. 바로 그게 문제다. 우리가 그들을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 그들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 끼어들어간 것이 문제다.



 우리 생각과 달리 이미 그들은 나름의 위치에서 충분히 잘하려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기준으로 그들을 판단한다. ‘당신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어’라고 착각하며 그들을 향한 기대치를 높인다.



 그렇게 가족과 동료 간의 불협화음이 시작된다. 상대방의 행동과 자신의 기대 사이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불만과 긴장이 높아진다. 점점 더 엄격해지고, 말의 수위가 올라간다. 기대에 비해 상대의 행동이 따라오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면, 그때부터는 상대를 무시하기 시작한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 ‘멍청한 사람’, ‘게으른 사람’ 등의 꼬리표를 붙이며 상대를 멸시한다. 지나친 기대가 부른 불행한 결말이다.





 기대를 버리면 실망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 마치 삶을 흑백으로 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은 조직 생활을 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인간관계 없이 나홀로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넓다. 



 뭐든 적당한 게 좋다. 적당한 기대가 적당한 성취감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취감이 조직과 인간관계를 유연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기대’는 인간 사회에서 버릴 수는 없는 요소다. 사실 우리가 진짜 버려야 할 건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기대’가 아닌 ‘판단’이다.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볼 수 있고, 이해한 만큼만 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해가 생긴다. 오해는 지적 수준과 정보의 양의 격차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검지를 펴서 하늘을 가리킨다고 가정해 보자. 그걸 본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위를 바라보라는 뜻이군’, ‘기호 1번을 뽑아달라는 건가 보다’, ‘새를 조련하고 있나 보네’ 등 같은 행위를 보고도 서로 갖고 있는 생각과 편견에 따라 다르게 이해한다. 따라서 우리가 상대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최대한 판단을 줄이고, 있는 그대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건 ‘질문’에 달려 있다. 질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우선 상대방의 입장에 서 보고,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할지 예측해 본다. 그리고 자신의 예측이 맞는지 상대에게 직접 물어 답을 구하면 된다. 섣불리 판단하고 평가하기 전에, 상대의 의도를 자신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되묻는 일을 선행하는 것이다.



 질문은 상대와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질문이 거듭될수록 두 사람 간의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질문을 주고받음으로 인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보다 긴밀해진다. 우리는 많은 갈등을 질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가족과 동료 사이에 갈등을 겪고 있다면, 질문을 활용해 보길 추천한다. ‘내가 상대를 충분히 이해한 게 맞는가?’에서부터 시작해 질문을 던져보는 거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한 가지 있다. 질문 안에 판단이나 오해를 담아선 안된다는 거다. 예를 들어 ‘지금 문을 쾅 닫은 게 내게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지?’라고 물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만든다. 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좋은 답을 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도록 하자. 그것이 모든 좋은 관계를 만드는 시작이 된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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