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제이 Jun 10. 2024

흔들리는 건 잎일 뿐

600일의 기록

 

 바람이 심하게 불던 어느 날이었다. 창밖을 보니 바람에 나무가 뒤틀어질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잎은 뒤집어져 펄럭였다. ‘저러다 나무가 쓰러지겠는걸?’ 그런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와도 나무는 심하게 펄럭이기만 할 뿐, 휘청이지도 않았다. 잔가지 몇 개만 날렸을 뿐 긴 줄기나 몸통은 끄떡없었다. ‘이 정도 바람으로는 어림없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시련을 겪는다. 생산 설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악성 고객을 만나 혼쭐이 날 수도 있다. 아이디어가 고갈된 느낌을 받기도 하고, 갑자기 컴퓨터가 먹통이 돼 자료가 다 날아가기도 한다. 이기적인 동료와 함께 한다던가 고집불통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것도 그렇다. 때로는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아찔한 사고를 겪기도 한다.





 시련은 우릴 향해 다가오고, 우리는 항상 제 자리에서 그것들을 맞이한다. 시련, 그것은 바람이다. 그저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시련은 때로는 슬며시 불어와 아픔보다는 기쁨을 만드는 산들바람 같기도 하고, 반대로 강하게 불어와 우리를 온통 흔들어대는 태풍 같을 때도 있다. 언제든 어디서든 시련은 늘 불고 있고 우리를 스친다.



 하지만 바람은 정확하게 우릴 향해 불어오는 게 아니다. 바람은 그 자체로서 방향이 있고 우리는 바람이 지나가는 곳 위에 있을 뿐이다. 바람이 의도적으로 우릴 향해 불 수는 없다. 시련은 우리를 선택해 다가오지 않는다. 바람이 흔드는 건 그저 잎일 뿐이다. 시련이 흔드는 건 그저 우리의 외면일 뿐이다. 우리의 몸통 즉 내면을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나무의 가지와 같다.





 사람은 시련을 겪으며 성장한다. 근육이 찢어져야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것과 같다. 바람에 흔들려야 나무가 성장하는 것과도 같다. 우리는 시련과 함께 단단하고 강해진다. 그러나 강한 시련만이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시련의 강도와 우리의 성장은 비례하지 않는다. 태풍처럼 강한 시련을 만나도 우리는 아무런 느끼는 바가 없을 수도 있다. 깊은 후회와 미련만 남기고 사라질지도 모른다. 반대로 산들바람 같은 잔잔한 바람이 우리를 일깨우고, 내면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시련을 맞이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시련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눈을 번쩍 뜨고,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시련을 마주 보고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꿰뚫어 보아야 한다. ‘이 시련은 나를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게 만들까’를 고민하며 더 나아질 구석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시련을 시련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것이 평소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똑같이 하던 일을 가지고 시련이라 부르진 않는다. 평소와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문제로 느끼기 마련이다. 그 원리를 깨달은다면 그 문제의 본질, 즉 ‘다름’이 일어난 원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시련은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다. 그 시련이 갖고 있는 문제의 답을 찾음으로써 우리의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진다. 그렇게 한 걸음씩 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것은 우리 성장의 거름이고 양분이다. 오히려 시련을 반가이 맞이하자. 흔들리지 않으며 자라는 나무는 없다. 우리는 시련을 통해 강해질 것이고 성장할 것이다. 지금 당면한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가? 걱정하지 말자. 지금 흔들리고 있는 건 그저 잎일 뿐이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작가의 이전글 대행사에서의 10년,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