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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Jun 27. 2024

일상과 휴식을 분리하는 법


평소에 벨트를 꼭 매고 다닌다. 나는 일명 통자 허리를 타고났다. 그래서 바지가 골반에서 멈추지 않고 흘러내린다. 그렇다고 허리에 딱 맞는 옷을 입으면 조금 낫긴 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딱 맞는 옷은 서 있을 때는 편하지만 어딘가 앉으면 복부가 너무 조인다. 복부가 조이면 일종의 어지럼증이 나타나는데, 그게 또 곤욕이다.



벨트를 매야 하는 이유는 평소 청바지와 면바지를 입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옷을 입고 와도 괜찮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그 안에는 나름대로 내가 정해둔 선이 있다. ‘만약 내가 이 회사의 사장이라면 어떤 옷을 입고 다닐까?’라고 생각하며 만든 기준이다. 정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깔끔한 옷을 입고 다니고 싶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태도도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의 교복도 정장을 따라 디자인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벨트가 없는 일상을 보낼 때, 비로소 쉬는 느낌이 든다. 고무줄 바지와 목이 잔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차가운 거실 바닥에 누워 있으면 깊은 해방감을 느낀다. 마치 동남아 휴양지에 놀러 가 선베드에 누워있는 기분도 든다. 쉬는 게 뭐 별건가 싶다. 벨트만 메지 않으면 쉬는 거다. 나는 그렇게 일과 휴식의 경계를 벨트로 구분한다.



가끔 쉬면서도 일하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일과 휴식에 경계를 두지 못한다고 할까? 몸은 일터를 벗어났지만 마음은 일터에 머문 상태가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는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은 탓에 피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나는 그게 일하는 모드와 휴식 모드의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생각하는 대로 몸과 마음의 전환이 휙휙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좀 더 생산적인 일들을 많이 해낼 텐데 말이다. 나에게는 벨트가 그 역할을 한다. 일종의 스위치 같은 개념이랄까? 벨트를 매고 있으면 일하는 모드로 인식하게 되고, 고무줄 바지를 입고 있으면 휴식하는 모드로 전환하는 거다. 이 전환 기법은 일종의 최면이자 심리 조작이다. 특정 물건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에 암시를 주는 것이다.





혹시 요즘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고, 일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스위치를 만들어보자. 일하는 모드와 휴식 모드를 전환 시켜줄 자기만의 스위치를 찾아보는 거다. 스위치는 물질적인 것이 효과가 좋다. 예를 들면 신발이나 모자, 셔츠, 외투, 시계, 장신구 등이 그렇다. 가장 쉽고 확실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해도 좋다. 일하는 모드일 때의 배경화면이나 테마를 지정해 두었다가, 휴식하는 모드일 때는 다른 화면과 테마로 전환하는 거다. 요즘 스마트폰에는 상황별 루틴 기능이 있어, 손쉽게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수시로 꺼내 보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방법이다.



그 밖에도 조명 색을 다르게 한다던가, 디퓨저나 인센스를 이용해 공간의 향기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 걸 추천한다. 자신만의 스위치를 찾는 과정 자체를 즐기길, 그리고 그 안에서 뜻밖의 기쁨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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