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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 할 길

by 오제이

최근 AI 생태계가 발전하면서 IT 업계는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더는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을 꺼내기가 쑥스러워졌다. 생각해 보면 지난 십수 년 간 대한민국에 호황이라 할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새로운 산업이 꿈틀대는 시기야말로 더 없는 찬스이자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호황의 불씨일 테다.


그래서일까? 내 주변에서도 불경기니, 불황이니 하는 말을 입에 담는 C 레벨들이 줄었는데, 그건 아마 이런 시기에도 실적이 좋지 않다 마하는 것은 되려 자신의 경영 능력의 부실을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겠다.



물론 AI가 정말 AI 다워지고 우리가 꿈꿔왔던 미래, 로봇과 함께 생활하는 미래, 가 도래하려면 아직까지 우리의 기술은 걸음마 수준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아래인 이유식 단계에도 미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2025년의 연말은, 우리가 그간 꿈에 그리던 미래로 향하는 새로운 산업이 눈을 뜬 시기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며, 후대에 지금 이 순간이 어떤 식으로나마 기록되어 전해질 것이란 것 또한 분명하다.



작년 이맘 즈음에 나는 우리가 불경기를 이겨내기 위해선 우리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우리에게는 강점보다 약점이 더 컸고, 그만큼 우리는 약했으며,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너무 큰 힘을 쏟아버렸다.


그 탓에 강점을 강화하기는커녕 명확하게 인식하지도 못하며 하루를 마무리해야만 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태의연한 일들을 반복했고 낡고 보잘것없는 옛 유물까지 다시 소환하는 등 여러 씻을 수 없는 과오까지 저지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위해 작은 근거와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말하고 싶다. 그 근거와 노력이란 것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알고 싶지 않은 것이며, 설령 안다고 한들 지키기 어려운 어떤 것이라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그것은 마치 해리포터 이야기 속 볼드모트처럼 세상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고, 절대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무서운 말이다. 설혹 이 말을 함부로 입에 올렸다가는 자존심이 불에 덴 것처럼 상처 입고, 경우에 따라서는 모조리 타버리고 잿더미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야 하고,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래서 그토록 뜸 들이는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주제 파악’이다.



주제 파악, 자신이 누구인지, 우리가 어떤 집단인지 그 본질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것처럼, 그 누구도 자신의 본질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로 강점을 강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과거에 우리 집단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강점부터 강화하자고 독려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가장 중요한 것부터 다시 시작해 기초를 쌓아가고자 한다.


주제를 파악한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어떤 사건의 중심을 꿰뚫어 볼 줄 아는 눈이며, 또 다른 하나는 자기 스스로의 능력을 파악할 줄 아는 머리를 뜻한다. 이 눈과 머리는 서로 다른 곳에 위치하지만 멀리서 보면 얼굴이라는 큰 틀 안에 존재한다.


이는 한 마디로 '중심을 보는 능력'이며 달리 말하면, 본질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주제 파악의 의미이며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만약 우리가 지금이라도 주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곧 자신의 강점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될 것이다.



자신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2025년 연말,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자, 곧 운명의 길을 밝힐 오직 한 줄기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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