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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ril Sep 04. 2020

화려하지만 외로운, 두바이의 두 얼굴

두바이는 크지 않은 도시이지만 화려하고 웅장하다. 석유부자국가라는 수식어답게 뭐든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두바이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Dubai mall에서 분수쇼를 봤을 것이다. 휘트니 휴스턴 노래에 맞춰 나오는 분수쇼를 보면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난다. 매일 새로운 건물이 올라오며, 그 건물을 짓기 위한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 그 외 다른 많은 업종에 종사하는 나를 포함한 외국인이 90%, 자국민이 10% 라고 알려진 도시이다.


두바이는 일주일이면 여행 다했다고 느낄 정도로 크지 않은 도시다. 살다 보니 크게 세 파트로 나뉘었다. 물론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특수한 활동범위가 정해져 있어 그 기준으로 나뉘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나눈 두바이의 3구역


지도 윗 쪽에 두바이 국제공항이 있는 지역은 강(Creek) 윗 쪽으로, 에미레이트 본사가 있어 나에겐 출근길이자 셔틀버스를 통해 친구 집을 가는 거점이었다. 처음 두바이에 와서 공항 근처 Al Nahda라는 지역에 살았다. 두바이 시내보다는 옆 도시인 샤르자에 더 가까워 5분만 걸어가면 샤르자였다.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갈 곳이라곤 쇼핑몰밖에 없는 줄 알았다. 시내로 이사 가고 난 뒤, 삭막하던 두바이 생활은 완전 다른 곳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유명한 부르즈 칼리파가 있는 중간 지역은 Business Bay 가 있는 곳이다. 두바이몰이라는 세계 최대 쇼핑몰이 위치하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조깅을 나가면 그 뷰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물론 조깅할 수 있는 기간은 겨울뿐이다. 살이 타들어가는 듯한 더위의 여름은 택시를 기다리는 2분조차 견디기 힘들다.


Business bay 조깅 뷰



마지막 가장 아랫부분은 그야말로 휴양지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 Palm jumeirah beach 가 있는 곳으로, 각종 레스토랑과 5성급 호텔들이 해변가를 따라 줄지어있다. 밤에는 클럽과 바들이 문을 열고, 옥상에서 열리는 파티, 43층 바 등 멋진 뷰와 좋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보인다.

고층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야외 옥탑 클럽
해변+수영장이 함께 줄지어있는 팜 쥬메이라의 호텔들



가장 신기했던 곳은 옥상에서, 그것도 야외에서 즐기는 클럽이었다. 범상치 않은 서커스단과 함께 춤을 추는 클럽 또한 문화충격이었다. 사막 한가운데 초고층 빌딩 옥상에서 파티라니. 누가 중동이 보수적인 국가라 했던가, 외국인이 90%인 두바이는 술 없이 못 사는 나라인 듯 보였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파티문화로 이주 초반엔 입사동기들과 클럽과 바도 많이 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가 없어졌다. 다만, 4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로 수영장이 잘되어 있어 쉬는 날이면 항상 수영장으로 향했다. 독서에 취미 없던 내가 책을 즐기게 된 건 수영장에 누워 책을 읽는 시간이 좋아진 뒤부터였다. 

크루들에겐 제휴 호텔의 무료 수영장 입장과 룸서비스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비행이 끝난 후 집에 오면 온 몸이 피로한 건 둘째 치고, 잠을 못 자 몽롱한 상태에 정신이 혼미하다. 30시간 잠을 못 자고 돌아오면 너무 졸려 눈 밑이 욱신거려도 잠이 오지 않는다. 호주에서 공수해온 멜라토닌을 혀 밑에 뿌리고 겨우 잠들고 일어나면, 시체처럼 먹을 것을 찾아 주방에서 요리하고 다시 잠에 든다. 그렇게 쉬면 하루 이틀은 순식간에 날아가 있다. 수영장이라도 가서 자야지 하고 집과 수영장을 반복했다. 한국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엊그제 한 달 스케줄을 받았는데 또 다음 달 스케줄이 나오고, 스케줄을 몇 번 받으면 1년이 지나가 있었다. 예쁜 내 20대 청춘이 침대에서 시체처럼 지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비행 다니며 모아 둔 잔돈

전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고, 화려한 수영장과 파티를 오가는 멋진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순간의 감사함은 시차와 피로에 묻혀 공허함과 외로움만이 남았다. 혼자 즐기는 수영장은 쓸쓸했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즐긴다면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았다. 비행간 크루 친구들과 스케줄 맞추기가 힘들고, 숨막히는 더위에 혼자 쇼핑몰 외에 갈 곳도 없었다. 


그렇게 내 두바이 생활에 힘이 되었던 건 시간을 내 놀러 와 준 가족과 친구들이었다. 부모님, 외숙모, 이모들, 친척 언니, 친구들과 함께 두바이를 즐기니 혼자 시간을 때우던 두바이도 다르게 보였고, 시간 가는줄 모르게 행복했다. 

친구들과 함께한 두바이





짧지 않은 시간을 두바이에 살았지만, 아직도 두바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깊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기에 두바이를 사랑하지 못했는 듯 하다. 






짧게 에미레이트 항공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개방적인 듯 매우 보수적인, 아랍에미리트를 대표하는 대기업이다. 세계 최다 A380을 보유하고 있으며, 합리적이고 특별한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에미레이트 항공 비즈니스 클래스를 추천한다. 승무원으로서 회사 복지로는 (2015년 당시, 현재와 매우 다름) - 1년 30일의 연차가 보장되며,  10장의 50% 할인 친구 티켓이 나온다. 직계가족은 90% 할인되는 티켓을 2번 사용할 수 있으며,  본인은 매년 1회 무료티켓 및 무제한 90% 할인 티켓이 제공된다. 그 외 다양한 호텔과 식당 등의 할인 및 무료 혜택이 많이 있다. 제공되는 화려한 복지만큼이나 규제 또한 많았다. 불평하는 것 같아 올리지 않겠지만 어느 회사나 pros and cons는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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