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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seas Apr 03. 2024

06 밴쿠버 3일 차 - VAG

2024년 2월 10일 #2 아트갤러리


  사람은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 했다. 이번 밴쿠버 아트갤러리 방문도 그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예술 분야 중 건축이나 색채와 같은 세부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분이라면 이번 이야기를 좀 더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2008년 유럽 여행 이후인 것 같다. 미술관과 전시관을 열심히 다녀야겠다 다짐을 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멀리 보이는 니케의 상을 스케치하고 있는 어느 젊은이의 모습을 보며 아 미술관은 저렇게 관람해야 하는데 했다. 그림을 잘 못 그리는 나는 그것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고 대단해 보일 수 없었다. 예술을 전혀 몰랐던 나에게도 루브르는 최소 3일을 관람해도 다 제대로 못 본단걸 알려줄 만한 대형 미술관이었다. 이것에 너무 스포일드 된 것일까? 그에 비해 밴쿠버 아트갤러리는 매우 아담하고, 소박했다.


  사실 놀라운 사실 하나는 2001년 밴쿠버 첫 방문부터 이번 2024년 11번째 방문까지, 밴쿠버 아트갤러리는 이번이 첫 방문이다. 올 때마다 무료입장을 노리겠다 다짐을 했지만, 매번 타이밍을 못 맞춘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고, 미술관을 관람할 만큼 여유 있는 스케줄도 없던 듯하다. 이번엔 굳은 각오를 다지고 거금 CAD 30.45(한화 약 3만 원)를 내고 입장했다! 입구를 잘 못 찾던 중 외부화장실 벽면의 광고가 눈에 띈다. 나이 먹으니 이런 게 보이는 걸까? 중요한 정보다. 페니도 한창 아플 땐 소변에 피가 나와서 놀란적이 있었는데, 몸은 역시 건강상태를 어떤 식으로든 보여준단 걸 알 수 있다. 이건 심각한 거니 의사한테 가라고…  

방광암 공익광고정도 되는 것 같다.

  중요한 메시지는 빨간색으로! 여기서도 단순 명료가 보인다. 웹페이지 주소가 SeeRed.ca 나도 따라 빨간색 좀 써봤다! ㅎㅎㅎ


  UBC Robson Square 맞은편 갤러리 입구가 있다. 관람시간과 큐알코드 등 몇 가지 필수 부분들을 확인하고 티켓을 구매해 들어갔다. 입장 전 필수 코스 락커! 레인쿠버답게 우산 보관섹션이 눈에 띈다. 다행히 내가 방문한 날은 비가 오지 않았다.


UBC Robson Square
아트 갤러리 입구
스마트폰 시대 큐알코드 필수!!
운영시간
락커룸 내 우산보관장소

  첫 번째 전시방은 직조물 전시장이다. 4명의 저명한 Salish 지역 직공들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이다. 이름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지만, 색이 너무 맘에 들어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직조된 작품들도 멋지지만, 바탕에 저 강렬한 색들과 잘 어울리게 조화를 이루는 것도 신기하다. 원래 전시배경은 흰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 주었다.


전시명 ROOTED HERE: WOVEN FROM THE LAND

  다음 전시 섹션은 오일페인트 전시. 7명의 아티스트의 그림/물감 색채 재료 분석을 통해 작가를 판별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놨다. 요즘 시대를 반영하듯 큐알코드가 가는 곳마다 있고, 큐알 스캔을 하면 관객은 자동으로 전시에 더 깊이 참여를 하게 된다. 처음 섹션에선 그림을 쭉 볼 수 있게 하고, 작가 구별을 위한 상세한 설명이 있고, 다음은 우리 눈으로 얼마큼 구분이 가능한지 “Test Your Eye!”라는 큐알을 찍으면 이론을 베이스를 답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은근히 재미있어서 몇 개를 해봤는데, 백점은 받지 못했다. ㅎㅎㅎ

박물관 벽에 있는 안내
영어공부하고 싶으신 분 읽어보세요.
이 그림으로 내 눈을 시험해봤고!
정답!
Test Your Eye! 설명

  아래사진부터 Conclusion 사진까지는 색채분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놓았다. 옛날시대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을 쉽게 구할 수 없던 그 시절 작가가 Pigment(색소, 안료)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거다. 각 샘플을 추출해서 어떤 방법으로 분석해서 결과를 도출해 냈는지 상세히 쓰여있다. 나는 이런 설명들이 좋다. 하지만, 아마도 2년만 더 먼저 와봤어도 뭐 이런 걸 누가 궁금해하나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이 섹션에 이렇게까지 몰두할 수 있는 이유는 색채공부를 시작한 효과구나 하게 된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

과학적 분석
안료 샘플 추출 & 분석
1단계: 샘플 추출
2단계: 샘플 분석
분석 방법
분석 결과

  분석결과에서 하양, 파랑, 초록, 빨강, 노랑을 각각 어떤 염료를 썼는지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분석결과

  색채관리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설명하신 Titanium white와 zinc white가 눈에 확 들어온다!

하얀색과 어두운 초록색 샘플 분석
과학적 분석을 그래프로 정리
결론

  실험결과 10개의 그림은 같은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얻어내게 되어, 이 실험 이후 J.E.H. MacDonald의 작품이 아니라 판명된 것은 ‘작가불명’으로 표기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자 이제 위층의 현대 미술 전시를 보러 고고! 가는 길 천장과 계단들 찰칵! 이젠 예쁘고 독특해서 찍는 건 아니고, 이렇게 지어졌구나를 기억하고 싶어 찍게 된다. 벽을 타고 둥글게 생긴 넓은 폭의 계단은 인상적이다.

중앙 천장이 천창
계단과 그 옆의 조형전시물 (1층 올라가는길)
다시 짙은 바탕! 진 초록 바탕이라 작품의 붉은 계열들이 더 빨리 눈에 띄고 두드러져 보인다.

  2층 전시부터는 그냥 느낌이 좋은 혹은 나도 저 스케일의 예술품을 만들고 싶다 하는 것들을 찍었다. Denyse Thomasos라는 Trinidadian&Cadanian 작가의 작품들이다. 제일 유명한 작품은 안 찍은 듯 한…

전시장에 의자가 있을땐 꼭 의자에 앉아서도 관람해보세요!
Thomasos가 Artist Residencies를 통해 어떻게 독학으로 본인의 그림을 발전시켰는지 설명해주는 글.
맞은편에서 찍은 작품!

  미술관에서는 꼭 이렇게 열린 부분을 통해 보이는 것들을 다른 각도로 보는 재미가 있다. 아래층도 내려다보고, 계단은 보면 볼수록 맘에 든다. 아무래도 아무 데나 저렇게 설치할 수 없어 그럴 것이다.

위에서 본 계단과 조형물.

  다음 전시 섹션은 Emily Carr! Emily Carr 없인 밴쿠버에서 예술을 논할 수 없는 매우 유명한 BC주 빅토리아 출신 캐나다 여류작가이다. 그녀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2001년 빅토리아의 RBC 박물관에 가서 전시릉 봤을 때다. 그래서인지 너무 친숙한 에밀리언니~ 캐나다 커뮤니티에도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큰데, 당장 그녀의 이름을 딴 에밀리카 디자인 미술대가 그랜빌아일랜드에 있다. 헤르조그라는 유명 건축가에 의해 디자인된 새로운 미술관을 위한 모금도 한창 중이다. 4천억 원이 목표인데, 작년 9월 3.5천억 원이 모였다고 한다. 힘을 모아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 캐나다사람들 정신이 존경스럽다.

에밀리 카 전시구역
새로운 아트갤어리에 대한 설명.


지역에서의 역할

  2024년 공사를 시작해 2028년에 완공 예정이라니 2029년에 가면 새로운 밴쿠버 아트갤러리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자 미술관의 마지막 코스는 쇼핑!! 눈에 띄는 건축 서적들과 색채 관련 제품들. 팬톤이 컵도 나오는구나. 색의 아카데믹 분야에 이제 막 진출한 나에게 이런 것들은 여전히 생소하고 신기하다.

건축 서적들!
한국의 도서관에 있길 바라며 찍어 온 책제목
우리나라 김수자 작가님 책!
지난 1년 열심히 공부했던 색채이론!
저 커브하나에 유리잔이 내맘에 쏙 든디!
손이 작은 사람에게 딱!!!
팬톤 칼라 컵!
칼라 퍼즐! 사올걸 후회 중! ㅎㅎㅎ
색종이 500장에 2만원?



장난감도 빨주노초파남보!

  다 돌아보고 나와 락커룸에서 짐 찾고 잠시 소파에 앉으니 이 사인이 보인다. 새 건축을 위한 기부 안내글! ”미술관이 세계를 완전히 바꿔놓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 같이 지어 봅시다! “ 정도로 번역될 듯하다.


  소박하고 아담하지만, 보는 재미는 백점 이상이었던 밴쿠버 아트갤러리! 다음엔 새로운 건물로 가보길 기대해 본다.

새빌딩 도네이션 큐알

2024년 3월 중순

열심히 스튜디오 과제 콘셉트 잡는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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