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욕심쟁이 바이 시디다.
다들 아시다시피 나는 바이섹슈얼에 시디(크로스드레서)다.
레즈비언이나 게이들 중에 바이섹슈얼을 배척하는 사람들도 있다.
게이들 중에는 시디들이나 트렌스젠더들을 두고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실패자'들이라는 시각을 가진 이들도 있다.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지만 그런 경우들을 종종 만나보았다는 이야기.
성소수자들이라고 다 획일적이지는 않다는 이야기.
어떤 트렌스젠더들은 시디들을 두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게 아니라 그저 취미의 영역에 불과하니 성소수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시디에 대한 꺼무위키의 설명도 '시디는 취미로 남장 혹은 여장을 하는 인간들이라 성소수자가 아니다'라고 못을 박고 있다. 내 경험상으로는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많은데 말이지.
그런가하면 여장을 선호하는 시디들을 성욕의 대상으로 삼는 게이들의 경우 지극히 가부장적인 뭇 남성들보다 더 가부장적인 여성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부류의 경우 여장 시디들은 뭐 24/7 365일 여성적인 모습으로만 사는 줄 알고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불같이 화를 낸다. ㅋ
커밍아웃을 하면서 내가 했던 건 내 다른 모습을 보여준 거였어.
나를 시디로만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밀덕에 총덕에 차덕에 가끔 수염도 안 미는 흑과장을, 흑과장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찬숙이(아 물론 시디로서 쓰는 가명이 하나 있긴 한데, 찬숙이는 페북 상에서 임의로 쓰는 거고. 뭐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것 같은데 이걸 여기서 밝히기에는 약간의 거부감 및 용기가 필요한 것 같으니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ㅎㅎ)를 보여준 것.
재밌는 건 찬숙이를 본 페친들의 경우 대부분 '그냥 그런거'라고 이해를 해줬지만 흑과장을 본 게이나 레즈비언, 시디, 트렌스젠더의 상당수는 이해를 못했다는거. ㅎ
특히 소위 '러버'라 불리는, 시디나 트랜스젠더들을 성적 대상으로 선호하는 이들의 반발은 재미를 넘어 그들을 거의 혐오하게 될 정도로 심각했고. ㅋㅋ
여하튼, 모든 성소수자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 이건 이성애자들도 마찬가지지만.
각자의 취향과 성향이 있게 마련이고 이게 다 제각각인데 어떻게 획일적으로 '게이는 이렇다, 레즈비언은 저렇다, 바이섹슈얼은 요렇다, 안드로진은 이러이러하다'라고 정할 수 있을까?
아 근본적인 부분이라는 건 물론 있지. 그런데 그 근본적인 부분이라는 것 + 각자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디들의 경우 단순히 취미로 여장을, 혹은 남장을 하는 이들도 물론 많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을 하면서 종국에는 성을 전환하는 그 경로의 한 부분으로서 시디 생활을 하는 이들도 많은 편이다. 그 끝이 남성적이건 아니면 여성적이건 간에 말이다. 단지 외형적인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야. 짧게나마 시디 생활을 병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나름 분석해보자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많았다.
시디들도 사실 천차만별. 여장을, 혹은 남장을 하지만 연애는 여성과, 혹은 남성과 하고 싶은 이들도 있다. 그러니까 자신과 반대되는 성별의 복장을 하고 그렇게 보여지고 싶지만 이성애자들인 거다. 혹은 남장을 하고 남장을 한 시디와 사귀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반대도 있고.
레즈비언도 천차만별. 누가 봐도 여리여리 소녀소녀한 분이 역시 여리여리 소녀소녀한, 무슨 백합물 순정만화에나 나올 법한 분들끼리 사귀는 사람들부터 프로 레슬러 같으신 분들도 계시고 남장을 선호하거나 보이쉬한 룩을 선호하는 사람끼리 어울리는 경우도 있고 다양하다.
여성을 좋아하고 선호하지만 성적인 관계를 전혀 갖지 않는 케이스도 많고 아 이건 게이들도 마찬가지고 때로는 바이섹슈얼도 마찬가지이기도 하고 범성애자들이나 무성애자들도 마찬가지야.
메이크업을 한다고 무조건 여성적인 것도 게이나 레즈비언이나 바이섹슈얼인 것도 아니다. 친하게 지내는 어떤 청년은 정말 예쁘게 누가 봐도 무슨 순정만화나 BL계 동인지나 혹은 여성향 미연시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수려한 메이크업을 하지만 성격은 지극히 남성적(가부장적인 측면에서)에 안티페미인 친구도 있어.
그 친구가 제일 싫어하는 건 남들이 '화장을 하니 너도 게이냐?' 라는 질문이더라구. 아니 메이크업 좀 한다고 남성적인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 ㅆㅂ 히카루 겐지도 공민왕도 김유신도 문무왕도 루이14세도 메이크업을 했는데 말이지.
바이섹슈얼 이야기를 하자면.. 자신이 사귀는 상대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고 뭐 그래. 아니 이건 이성애자건 동성애자건 상관없이 좀 더 개방적인 성격이거나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지만. 이걸 두고 또 '정말 게이냐 바이냐 레즈냐'를 꼬치꼬치 캐묻는 새끼/년들도 존재하더라. 남이사 누구랑 사귀던 그게 뭔 상관인지.
아 그리고 게이건 레즈비언이건 바이건 이성애자건 간에 그 '식(식성에서 온 건지 아니면 타입을 뜻하는 식에서 온 건지는 전혀 모르겠다만 여하튼)'이라는 거.. 그거 절대적이지도 않아.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
이성애건 동성애건 양성애건 범성애건 무성애건 간에 서로의 짝이라는게 항상 정해진 스테레오타입이라는 건 없잖아?
당장에 나만 해도 지금껏 교제해본 남여들 모두 다 스타일이나 체형이나 성격이나 가치관에 다들 차이가 있었다구. 여러분들은 안 그래?
그냥 그런거다.
아 이 사람은 나랑은 이런 부분은 조금 비슷하고 저런 부분은 조금 다르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주면 안될까?
나도 그래.
한 없이 남자다운게 좋을 때도 있고 한 없이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때도 있고 둘 다 아닐때도 있고 그래.
혹자는 이런 나를 두고 '욕심쟁이'라고 하더라.
근데 좋잖아.
욕심쟁이.
욕심이 너무 과하면 그건 그것대로 요상하겠지만, 그래도 좋잖아 욕심쟁이.
뭐, 그렇다구. 후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