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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Jan 27. 2020

시디라이프(CD Life) -1-

시작은 항상 그렇듯, 뜬금없기 그지 없었다.  

*이 매거진은 때때로 남자로, 가끔은 여자로 살고 있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간간히 소개하는 매거진입니다. 

시작은 뜬금없는 이벤트가 계기였다. 

평범<?>하게 중소기업을 다니며 평범<?>하게 급여를 받아 월세와 공과금과 통신비를 내고 대출금을 갚으며 때로는 덕질에 허비하며 살던 시절. 장기간에 걸친 미국 유학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에 돌아와 5년 남짓한 시간이 흘러 놀랍게 바뀌어버린 한국에 슬슬 적응하기 시작하던 시절, 난 나와 비슷하게 유학 경험이 조금 있고 역시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막 적응하고 있던 한 여성과 교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뭐, 서로가 직장인인 커플이 짬을 내어봤자 얼마나 되겠어. 퇴근길에 시간 맞춰 잠시 얼굴을 보거나, 혹은 서로 타이밍을 맞춰서 주말에 겨우 짬을 내어 서로 몇시간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그 정도지. 그래도 난 그녀를 사랑했다. 그 당시에는 일분일초가 아까웠어. 뭐 평범한 직장인 커플의 스토리. 

그러던 어느날 어느날 그녀와 함께 누워 손잡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그녀가 말했다. 

'화장하면 예쁠거 같아' 

그리고 탄생한게 바로 이 분. 

그의 숏팬츠와 그의 스타킹을 빌려 입고 그가 가지고 다니던 가발을 쓴 본인. 

여장남자라던가 시디라던가 드래그퀸이라던가 그런거 보다는 뭔가 망해가는 비쥬얼 락 밴드의 보컬리스트 같은 느낌의 어설픈 여장. 그 당시에는 그런 용어조차 잘 몰랐고 내 성향이나 취향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사실 지금도 잘 몰라 ㅋ 

여하튼 그렇다구.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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