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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Feb 12. 2019

닛산 최초의 전기 자동차는 닛산이 만들지 않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더라면 일본은 전기차 대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닛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자사의 전기차, LEAF를 홍보하면서 '우리는 70년 전부터 전기차를 만들어왔다'고 홍보를 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응 그거.. 

구라다.

닛산이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박물관에도 전시를 해놓고 틈만 나면 끌고 나와서 선전을 해대는 70년 전의 전기 자동차는 닛산이 제작하거나 개발한 차가 아니다. 


태평양전쟁 당시에 군용기 부품 만들다가 패망한 후에 GHQ의 일본 비무장 계획과 산업해체 계획으로 인해 항공기 개발 원천봉쇄 당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자동차 산업, 그것도 연료제한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기차를 만들었던 '舊 타치카와 비행기 제작소(후에 프린스 자동차)'라는 업체가 제작을 한 물건이다.  다만 닛산이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이 업체를 닛산이 1960년대 중반에 합병 인수를 했기 때문이다. 


전후 일본 최초의 전기 자동차인 EOT-46. 오오타 트럭(オオタ号トラック)에 모터를 장착한 모델이다. 1946년.


뭐 그건 그렇다치고...

1947년에 타치카와 자동차 제작소(立川自動車製作所)가 제조한 전기차, 타마1호(タマ1号)는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당시 나카지마 비행기 제작소(中島飛行機製作所, 현 후지중공업/스바루) 를 비롯, 미츠비시, 아이치 등의 항공기 회사들에 부품을 납품하기도 하고 정찰기나 군용 글라이더 같은 것도 만들던 업체가 패망 이후 자동차 사업으로 뛰어들면서 생산된 차량이다. 


1946년에 개발한 시제품은 1935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했던 '오오타 자동차공업(オオタ自動車工業)'이 태평양전쟁 당시 생산했던 오오타 트럭(オオタ号トラック)에 배터리와 모터를 장착한 모델이다. 


타치카와 자동차 제작소가 1947년에 출시한 전기 자동차인 E4S-47. 차명은 타마1호(タマ1号).


시제품은 총 2대가 제작되었고, 이 시제품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디자인을 가미하여 1947년 5월에 탄생한 모델이 일본 최초의 실용적인 EV가 바로 타마1호(タマ1号)인 셈. 2도어 세단 형식을 취하고 있고 최고속도는 시속 35km,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약 65km 정도였다.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일본은 연합군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당시 연합군사령부(Supreme Commander for the Allied Powers, SCAP / General Headquarters, GHQ. 일본어로는 連合国軍最高司令官総司令部)에 의해 휘발유나 경유 등의 연료 사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었다. 


타치카와 자동차 제작소가 1947년에 출시한 전기 자동차인 E4S-47. 차명은 타마1호(タマ1号).


연료 사용을 제한한 이유는 패망한 일본을 비무장상태로 유지하는 것과 산업 기반을 1930년대 수준으로 격하시키기 위한 조치에 따른 것이었는데, 그 여파로 인하여 자동차를 굴리기 힘들게 되어버렸고 이게 결과적으로 일본의 모터사이클 기술이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동시에 전기자동차 개발 및 관련 기술이 발전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고. 차는 타야겠는데 연료는 없으니까.  

여하튼 출시 이후 타마1호(タマ1号)는 그야말로 ‘대박’을 치게 되는데, 가격도 저렴했을 뿐만 아니라 생긴 것도 이쁘고 이름도 이뻐서 정말 불티나게 잘 팔렸다. 타마라는 이름 자체는 사실 타치카와 자동차 제작소가 있던 동네(도쿄 타마카와 인근)에서 따온 거지만 동시에 ‘구슬’, 혹은 ‘공’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로고 또한 공이 날아가는 디자인을 모티브로 했고. 


1947년형 타마1호(タマ1号)의 실내. 이 차, 재미있게도 2단 변속기를 채용했다.
1948년에 등장한 타마 쥬니어(タマジュニアー)


전기 자동차가 의외로 너무 잘 팔리다 보니 이 회사, 사명을 아예 ‘도쿄전기자동차(東京電気自動車)’로 개명하고 본격적으로 전기 자동차만 제작, 판매하는 회사로 변모한다. 1948년과 1949년에는 좀 더 세련된 형태의 승용차 모델이 추가되었는데, 타마1호(タマ1号)와 같은 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하고 같은 성능을 내지만 좀 더 디자인에 변화를 준 2도어 모델은 타마 쥬니어(タマジュニア―), 사이즈를 크게 늘리고 배터리 용량도 훨씬 더 키운 4도어 세단은 타마 시니어(タマセニア)라 명명하였다. 


곧 퇴위하게 될 현 일왕, 아키히토 할아버지가 사랑한 차, 타마 시니어(タマセニア) 1회 충전으로 200km의 주행이 가능했다. 충전시간은 오지게 길었지만..


특히 1949년에 등장한 타마 시니어는 1회 충전에 주행 가능한 거리가 200km로 대폭 성능이 향상되어 인기가 높았으며, 당시 왕세자였던 현 일왕 아키히토가 애용한 차로 유명세를 타기도 하였다.  

그렇게 전기자동차를 만들던 이 회사는, 당시 왕세자였던 아키히토가 자사의 차를 타고 다녔던 사실에 크게 고무되어 다시 회사명을 ‘프린스 자동차(プリンス自動車)라고 바꾼 후, 1950년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연료 제한 및 산업 해체 방침이 풀리면서 전기자동차 사업을 접어버리고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업체로 변모하게 된다. 그리고 1957년에 일본 자동차 산업에 한 획을 긋는 모델을 하나 선보이게 되는데... 그건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이야기를 하는 걸로다가. 


뭐, 그렇다구. 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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