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동반하지 않은 교훈은 의미가 없다.
A. 기본 개요 - ‘스퀘어 에닉스 역대 최고 인기 작품.’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스퀘어 에닉스(Square Enix)의 만화 잡지인 <소년 간간少年ガンガン>에서 연재된 ‘아라카와 히로무(荒川弘)’의 만화작품이다. 2017년 11월을 기점으로 단행본의 판매부수는 7천만 부를 넘어서고 있으며, 스퀘어 에닉스가 간행한 만화 작품 중에서는 역대 최고의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학산문화사를 통해 정식 발매가 이루어졌다.
국내 모 리뷰 사이트에서 ‘성인만화에서나 볼 법한 주제를 소년만화에 대입시켜 그 세계를 확장시킨 걸작 만화’라고 평가할 만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과 스토리, 어딘가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독창적이고 판타지스러운 설정, 빼어난 연출과 강력한 액션, 그리고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으로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2003년에 쇼가쿠칸 만화상(小学館漫画賞), 2004년과 2007년에는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문에서 심사위원 추천 작품으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에는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성운상(星雲賞)을 수상한 바 있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일본의 소년만화들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만화 자체의 작품성과 완성도에 초점을 두고 완성된 작품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연재가 이루어졌음에도 초반의 긴장감이 끝까지 잘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명작이다. 가벼운 주제를 다루지 않고 전쟁의 패해, 종교 갈등, 인종적 갈등, 과학이 지닌 양면성과 공공의 도덕적 가치, 영혼의 존재 등 상당히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을 직/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B. 줄거리 - ‘연금술, 죽은 엄마를 살릴 수 있을까.’
대국 아메스트리스의 한 시골 마을인 리젬블에서 저명한 연금술사인 아버지 ‘반 호엔하임’의 슬하에서 태어나 자란 소년 ‘에드워드 엘릭’과 그의 동생 ‘알폰스’는 어려서부터 연금술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실종된 상태였고, 어머니 ‘트리샤’는 홀로 아이들을 키우다 그만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상심에 빠져 살던 두 형제는 리젬블에서 발생한 홍수로 강둑이 넘칠 위기에 처한 것을 연금술로 연성하여 막아낸 연금술사, ‘이즈미 커티스’에게 반하게 된다. 두 형제는 그녀에게 연금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에는 형제의 간청을 받아드리지 않지만. 이내 간청을 수락하고 이즈미의 제자가 된다. 두 형제는 가혹하고 힘든 훈련을 견디며 연금술을 배워가기 시작하는데. 두 형제가 연금술을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죽은 어머니를 되살리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죽은 이를 다시 되살리거나 사람의 목숨으로 연금술을 행하는 것은 최대의 금기 사항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를 잊을 수 없었던 소년들은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연성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만다. 실패의 대가는 컸다. 에드워드는 오른쪽 팔을 잃고 동생인 알폰스는 육체조차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연금술은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 무언가를 연성하기 위해선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왼쪽 다리를 희생하여 가까스로 동생의 영혼을 아버지가 소장하고 있던 갑옷에 연성하는데 성공한다. 그럼에도 동생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심지어 잠들지도 못하는 존재가 된다.
이후 ‘오토메일(기계장치)’ 제조기사이자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던 ‘피나코 록벨’에게 거두어진다.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이자 피나코의 딸인 ‘윈리 록벨’과 함께 살던 두 형제에게, 국가연금술사이자 ‘화염의 연금술사’라는 이명을 가진 ‘로이 머스탱’ 중령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된다.
아버지를 찾아, 동생 알폰스에게 원래의 몸을 돌려주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왼쪽다리와 오른팔을 되찾기 위하여 ‘현자의 돌’을 찾아 나선다. 국가연금술사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에드워드, 그의 앞에 수많은 난관들이 펼쳐지게 되는데…
C. 중점설명 - ‘금, 완벽한 금속에서 완벽한 존재로.’
연금술(Alchemy)은 근대 과학이 형성되기 이전에 통용되던 과학과 철학의 결합 형태를 지닌 일종의 이념이자 실험으로, 근현대 화학과 물리학, 금속학, 기호학, 의학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학문의 일종이다.
그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어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인도, 중국 등에서 이루어졌으며 특히 중세 시대에 이르러 서방 문화권과 이슬람 문명권을 거치며 크게 발전한 학문이었다.
보통 연금술은 ‘금’을 연성하기 위한 학문이었지만, 그밖에도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연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는 금속이나 물질, 생명을 제련하여 자신의 영혼을 더 높은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이었다. 그 목표가 금이 되어버린 것은 고대에 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완벽한 금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금속이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동일한 가치를 지닌 금속은 금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화폐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연성과 전도성이 좋아 공학 분야에서도 활용되며, 부식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금의 원소기호는 Au인데, 이는 ‘빛나는 새벽’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Aurum’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금술 이야기로 돌아가면, 완벽한 금속인 금을 제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자신 또한 완벽에 가까운 존재에 도달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는 고행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고 세상의 진리를 얻게 된다는 불교의 교리와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또한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수행과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을 보다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탐구하게 되었으며, 근대 과학이 발전하는 계기로 이어지게 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연금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약간 다르다. 이 작품의 연금술은 분자, 원자 단위로 물질을 분해하여 사용자의 편의에 맞게 재구성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작중에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같은 묘사가 있지만 실제로 작중에서도 해당 물질의 질량이나 원소를 무시하지 않고, 재구축하는 것으로 나온다. 따라서 마술이나 마법처럼 무한하지 않고 한계도 명확한, 일종의 과학 기술로서 묘사되고 있다.
D. 그리고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 ‘등가교환의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a. 작중 등장하는 ‘등가교환의 법칙’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프랑스의 화학자였던 ‘라부아지에(앙투안-로랑 드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 1743년 8월 26일 ~ 1794년 5월 8일)’가 제창한 ‘질량보존의 법칙’, 즉 화학 반응의 전후에서 반응 물질의 전질량(全質量)과 생성물질의 전질량은 같다고 하는 법칙’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b. 작품 연재 중 TV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으나 작품이 연재 중이던 관계로 원작과 그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 재미있는 점은 만화의 연재가 종결되고 다시 원작의 내용에 충실한 TV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는데, 모두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단, 2017년에 개봉한 실사영화는 망했다. 말 그대로 완전 망했다.
E. 총평
현재 연재하고 있는 '일본만화 길라잡이'에서 소개하고 있는 일본 만화 작품들 중 가장 '소년만화'적인 만화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동시에 성인용 만화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 중에서도 가히 최고의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원피스', '드래곤볼' 같이 장기 연재가 이루어지면서 흔히 나타나는 '단순히 프렌차이즈를 유지하기 위해 언젠가 읽었던 것 같은 에피소드에 등장인물의 이름과 디자인만 살짝 변경하여 화수를 채우는' 만행에 가까운 경우도 일절 없으며, 초반에 설정한 세계관과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깔끔하게 완결을 이루어낸 적이 특징이다. 현실적이면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한 없이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냉정하고 공감이 가는 작품이 '강철의 연금술사'다.
이 만화를 읽는데 필요한 덕력지수: 29
접근성: 2
난이도: 3
특색: 9
재미 포인트: 7
감동 포인트: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