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작동의 시계열적 변화
지난 글에서는 항체가 무엇인지 구조적으로 살펴보고, 이 구조가 가진 특징과 기능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항체가 어떻게 병원체를 인식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글을 쓸 예정입니다.
항체의 작용 방식을 더욱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항체의 기본 구조인 Y구조를 이해했다는 가정하에 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후, 시계열적으로 어떻게 항체가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도록 할게요.
항체는 도대체 어떻게 작용할까?
항체의 구조 중 Variable Region(가변 영역)은 항체의 '고유' 부분으로서, 특정 항원에 대응하여 변화합니다.
이 영역은 항체가 특정 항원을 인식하고 결합하는 데 필요한 항원 결합 사이트를 형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항원이 있는 곳에만 항체가 결합하게 만들어 냅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A라는 병원체에 반응하는 항체는 A만 반응하고, 다른 종류의 병원체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변 영역을 통해서 각 항체의 고유성이 발현되고, 제약업체나 산업적으로 이 항체의 가변 영역이 상당히 중요하게 됩니다. 항체가 무엇을 잡는지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특정 병원체에 감염된 사람의 몸 안에는 병원체가 증식을 하게 됩니다. 증식된 병원체에 달라붙은 이미 몸 안에 있었던 항체는 이제 병원체와 싸우면서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 본 병원체라면 새롭게 항체를 만들어야 겠지요.) 그리고 이 달라붙는 영역이 "가변"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에 반해, Constant Region(불변 영역)은 항체의 '기본' 부분으로서, 이 부분의 구조는 항체 종류에 따라 일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역은 항체가 면역 시스템의 다른 세포, 예를 들어 Macrophage나 T cell과 상호작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즉, 이 불변 영역을 통해서, 항체는 "여기 병원체가 있어요!"라고 알리면서 공격하고,
다른 면역 세포들은 “저기 항체가 모여있는 것을 보니 무언가 도움을 줘야겠군!”이라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이제 시간적으로 작동 순서를 살펴볼까요?
항체의 작용 시작은 항원을 인식하는 것부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항체의 가변 영역은 특정 항원의 구조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항체는 항원을 인식하고 결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항체가 항원을 인식해서 항체가 항원에 결합하면, 이 병원체는 더 이상 우리의 세포에 침입하거나,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 필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됩니다.
이로써 항체는 병원체를 중화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중화를 시키게 되면, 면역 반응을 촉진시키게 됩니다.
즉, 항체가 병원체의 항원에 결합하는 것은 다른 면역 시스템 세포에게 신호를 보내, 그들을 활성화시킵니다. 이때 불변 영역이 일종의 신호 전달 체계가 됩니다.
예를 들어, Macrophage는 항체가 결합한 병원체를 인식하고는 “이 병원체는 항체가 붙은 것을 보니 죽여야겠군!” 하면서 세포나 병원체에 구멍을 내거나 잡아먹는 형태로 병원체를 파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고 나서는 추후를 대비한 기억 생성 세포들(Memory Cell)이 생기게 됩니다.
병원체의 항원을 잘 인지하는 항체를 만들어 냈던 B세포는 '기억 세포'로 발달하여, 동일한 병원체가 다시 침입하면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항원 인식 -> 항체-항원 결합 -> 병원체 중화 -> 면역 반응 촉진 -> 면역 세포 활성화 -> 병원체 제거
② 그 이후 다음 감염을 대비한 메모리 세포 생성
그러면 아마 이런 항체의 결합 부위(antigen-binding site)는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면역학적으로도 아주 중요하지만, 상업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엇을 잡느냐에 따라 수요와 목적이 달라지고, 그에 비례해 시장이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항체의 결합 부위는 항체가 특정 항원을 인식하고 결합하는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결합 부위는 항체의 가변 영역에 위치해 있으며, 각 항체는 특정 항원에 대응하여 이 결합 부위를 형성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이 특정 결합 부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항체의 결합 부위는 항원의 특정 부분, 즉 '에피토프(epitope) 혹은 항원 결정기(antigenic determinant)'에 대응하여 형성됩니다.
antigenic determinant는 항원의 표면에 위치한 작은 영역으로, 항체가 항원을 인식하고 결합하는 데 필요한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항원 결정기는 항원의 나머지 부분과 구별되는 고유한 3차원 구조 혹은 선형 구조를 가지며, 이로 인해 항체는 특정 항원을 다른 항원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레고 블럭으로 만든 노란색 자동차를 생각해 볼까요?
이 노란색 레고 자동차는 다양한 레고블럭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외부에는 노란색 4개짜리 볼록 튀어나온(스터드) 얇은 레고블럭도 있을 것이고, 6개짜리 스터드 블럭도 있습니다. 그리고 긴 판때기 모양의 회색 레고블럭도 있을 것이구요. 바퀴도 4개 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디테일한 자동차라면 사이드 미러도 있을 것이고 내부에 핸들도 레고블럭으로 만들어져 있을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런 레고블럭들이 모여서 자동차 천장도 만들고, 자동차 문도 만들고, 트렁크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노란색 자동차의 “항원 결정기”가 될만한 것들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즉, 레고블럭으로 만들어진 노란색 자동차의 항원 결정기는 자동차 그 자체의 모습으로 구조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천장, 문, 트렁크, 사이드미러, 바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입체구조 항원결정기)
이 자동차 레고가 부서지고 난 이후에 보이는 노란색 4개짜리 블럭, 6개짜리, 판때기 블럭들도 항원 결정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선형 항원결정기)
그리고 이런 다양한 항원 결정기 중, 항원 자체의 구조적이고 입체적인 모습을 인지하는 경우를 conformational epitope라 하고, 서열과 같이 선형적인 일부 구조물을 인지하는 경우를 linear epitope라고 합니다.
이제 이런 항원 결정기인 각각의 레고블럭을 인지해서 각 epitope에 맞는 항체가 만들어지겠지요?
천장을 공격하는 항체, 트렁크를 공격하는 항체, 바퀴를 인지하는 항체, 노란색 4개짜리 레고를 인지하는 항체 등등이 생겨나게 되고, 이들 항체들은 각 부위만을 공격한다고 생각하시면 항체 결합 부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실히 이해하신 것입니다.
따라서, 항체의 결합 부위는 항체가 특정 항원을 인식하고 결합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부분으로, 우리의 면역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것을 이해하셨다면, 왜 이 부분이 상업적으로 중요한지 직감적으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항체란, 노란 레고 자동차(피아트)만 인식하는 항체여야만 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다양한 레고 자동차 안에서 우리가 원하는 "노란색 레고 자동차"만을 구분해 내는 항원에 적합한 항체여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자동차에 달라붙게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노란색 자동차만을 공격하는 항체를 가지고 있다면, 노란색 레고 자동차만을 구분해내어 이를 공격하는데 아주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상업적 혹은 치료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는 노란색 레고 자동차들이 갑자기 늘어서 우리를 공격해 온다면, 이 노란색 자동차에만 반응하는 항체를 외부에서 주입해서 병원체인 노란 자동차를 파괴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낮은 환자들에게는 아주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를 Specificity와 Cross-reactivity라고 합니다.
특정 항원만 구분해서 반응하는 것을 Specificity라 하고, 반대로 여러개의 항원에 걸쳐서 면역 반응성을 가지는 것을 Cross-reactivity라고 합니다.
이는 Antigen recognition (항원 인식) 에 상당히 중요한 개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특정 병원체, 혹은 특정 세포, 혹은 특정 분자만 항원 특이적으로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돈이 되는 일이라 할 수 있고, 실제로도 바이오 분야에서 항체 분야는 그렇게 자본주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하나의 병원체도 다양한 epitope를 가지기 때문에, 효과적인 항체는 다양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Specificity가 상당히 높아서 잘 잡아내는 항체를 가지고 있다면 상당히 유리하겠지요.
또한, 효과적인 항체를 상업적으로 효율 높게 만들어서 생산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이 분야 역시도 상업적으로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항원에 효과적인 항체(의 서열)를 가진 것과 이 서열을 통해서 항체를 많이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상당히 중요합니다.
또한, 많은 연구진들이 새로운 기전 연구를 통해서, 내가 몰랐던 새로운 공격 항원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서 새로운 치료법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앞서 나온 노벨상을 수상한 혼조 박사와 앨리슨 박사 역시, 각자가 PD-1과 CTLA-4이라는 인체 내 특정 항원을 공격하는 항체를 개발한 공로로 여러가지 암을 치료할 수 있었고, 이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2018년도에 받았습니다. (이 내용은 다른 글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이렇듯 항체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항체는 이제 새로운 형태의 치료법을 만들어 내는데 중추적인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항체와 관련된 백신 예방 접종, 그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MMR 백신과 자폐증 스캔들에 대해서 알아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