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카사노바 파푸너와 살로메

현지인 파푸너와 어울리며

by 위키별출신

[버스킹 여행, 조지아에서 만난 음악가 파푸너의 실체]


음악을 하는 남자에게는 여자가 많이 따른다. -_-??


뭐 이런 이야기가 있듯이...하하..


파푸너는 동양인인 나의 눈으로 봐서는 어디에나 있을 서양인 1이었지만, 그는 인기가 많은 남자였다. 사람들 말로는 그가 핸섬하고 샤프하고 조지안중에서 거의 1%에 들을 정도로 잘 생겼다는데....정말???


동양인 1인 내 눈에는 그저 평균적인 그럭저럭 생긴 파푸너였지만, 그는 잘생김에 음악 한다는 프리미엄까지 붙어 인기가 많았다. 내가 그와 어울리는 기간 동안, 그는 여자 친구를 끝없이 갈아치웠다. 물론 여자를 많이 만날 아름다운 이팔청춘이니까 당연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어쩐지 너무 자주 바꾼다는 느낌이었다.


그와 나는 버스킹이 끝난 뒤 스마트 마켓(트빌리시의 24시간 마트. 이마트나 홈플러스처럼 규모가 큰 대신 가격은 우리나라 편의점처럼 현지의 두 배 정도 되는 바가지 가격)에 가곤 했는데 그는 어느 날 ‘저 여자가 내 여자 친구야’라면서 소개했다. 그녀는 바로 우리가 몇 번이고 음식을 주문해 먹었던 푸드 코너의 아가씨. 과연 눈이 높다고 감탄했다. 금발에 녹색 눈동자의 미인인 데다가 성격도 참하고 아주 조용했다. 그러나 그녀는 영어는 한 마디도 못했기 때문에 나와는 그저 ‘가마르조바(조지아식 hi)’정도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작 1주일 후, 버스킹을 1시까지 하고 나서 배가 고파져서 함께 스마트 마켓에 갔더니만, 파푸너는 그 푸드 코너에 가지 않고 불편한 얼굴로 ‘저 쪽은 불편해! 다른 데로 가자’고 불쌍한 얼굴로 호소하는 게 아닌가. 이미 헤어졌다고. 헤어진 이유는 다른 여자를 만났기 때문이라는데. 새로운 여인의 이름은 카산드라. 마찬가지로 금발에 녹색 눈의 미인이었다....(갈아탄 이유는 모르겠으나 일관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


"너 혹시, 사귀는 족족 차이는 거 아냐?"

허세가 아닐까 싶어 나는 물었다.


"그럴 리가.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 나도 흔들리는 내 맘을 잘 모르겠어."

"단순히 호감 정도면 일일이 사귈 필요 없다고 보는데."


끊임없이 애인을 갈아치우는 게 곱지 않게 보였던 나는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 여자 저 여자로 방황하던 그에게도 강렬한 사랑이 왔으니 그녀의 이름은 살로메. 그리고 치명적인 이름처럼 그녀는 그를 순식간에 휘어잡은 뒤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이별을 고했는데 그는 이후에도 그녀에게 여전히 푹 빠진 상태였다.


살로메를 만나는 내내 파푸너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황홀해하면서, 혹은 침울해하면서 그녀와의 에피소드를 미주알고주알 고하며 나와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기에, 본의 아니게 그들의 애정사 풀 스토리를 듣고 말았다.


살로메는 밀당의 고수였다. "우리는 친구일 뿐이야."이라며 파푸너를 무시하다가 "술이 돌아서 바람 좀 쐬야겠어. 같이 나가자."라고 해서 밖으로 나간 뒤 별안간 키스를 하는가 하면(파푸너는, 덮쳐졌다고. -_-;;), 파푸너와 그의 친구들을 비롯한 모두가 있는 앞에서 다른 남자와 애정행각을 벌여 놓고는 나중에 질투로 괴로워하는 파푸너에게 "네가 질투 때문에 우는 걸 보고 싶었어. 정말 짜릿했어."라고 밝히는 등. 들으면 들을수록 무서운 그녀였다. 소설 써도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은 다채로운 연애스토리였다.

어느 날은 데이트 중 하도 그녀가 말이 없어서 "오늘따라 말이 전혀 없네? 왜 그래?"라고 이유를 물어보니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면 말을 할 수가 없어지는 거야. 넌 그것도 모르니?"라면서 지그시 바라봤다고. 그녀와 만나면서 파푸너는 그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온갖 쇼를 다 했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저 남자 머리스타일 괜찮네!'라고 하면 냉큼 머리스타일도 바꾸고, '난 듬직한 남자가 좋아'라고 장난처럼 중얼거리는 말에 성격도 그녀에게 맞추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녀가 나를 완전히 바꿔 놨어. 난 이제 그녀를 만나기 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야. 사람이 이렇게 개조당할 수도 있는 거야?’라고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 파푸너를 온통 뒤흔들어놓던 그녀는 마지막도 남달랐다.


"연애는 허무한 거야. 언젠가는 우리는 헤어지게 되겠지. 그러니 지금 가장 즐거운 시점에서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 "


이게 그녀의 이별 인사였다. 한 번도 여자에게 차인 적이 없던 파푸너는 이후 밤낮으로 살로메를 그리워했지만, 그녀는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이후 나를 비롯 일리야나 기오르기 등 파푸너의 친구나 지인들은 살로메에 대한 그리움의 연시를 파푸너에게서 끝없이 들어야만 했다. 지겨운지고. 그녀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통통 튀는 성격인지 물릴 정도로 들었지만 ‘스토커는 되기 싫다’는 파푸너는, 차인 뒤 두세 번의 전화를 무시당한 이후, 그녀를 줄곧 그리워만 할 뿐 다시 쫓아다니거나 하지는 않았다. (살로메에게는 무척 다행한 일) 하지만 그의 얼굴은 날로 핼쑥해져 갔다. 어떤 날은 밥이 넘어가지 않아서 기운이 하나도 없어, 노래를 못 하겠다면서 버스킹에 나오지 않았다.

상사병을 눈앞에서 목격.


하루는 버스킹을 하다가 내가 무심코 새로운 곡을 치기 시작하자, ‘그만하는 것이 좋겠어’라면서 음울한 얼굴을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살로메가 생각나. 그녀와 함께 데이트를 할 때 들었던 곡이야....’라면서 혼자 집으로 가 버렸는데 아마 집에 가서 울지 않았을까...파푸너!! 불쌍한 녀석!!! 네가 다시 보인다!!


이후로 그는 이렇다 할 연애를 하지 않았고 버스킹에만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살로메 같은 여자를 찾을 수 없고 다른 여자랑 만나려고 해도 살로메의 얼굴이 어른거리며, 데이트를 해 봐도 그다지 재미가 없다고 했다. 어떤 연애는 영혼을 다치게 하는 모양이다.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그는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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