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장의 목련 잎처럼
어쩌면 우리의 매일매일은 '초보 시절'일지도 모른다. 익숙해져서, 혹은 익숙한 사람이어서 실수가 줄어든 것일 뿐, 매일 다른 상황과 다른 사람을 맞닥뜨린다면 우리는 매일 초보일 수밖에 없다. 나를 상황에 맞추고 나를 상대에게 맞추는 방식의 익숙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로만 대한다면, 그래서 주변 상황이나 타인과의 불협이 지속적으로 생긴다면, 끝 나지 않는 '초보 시절'이 된다. 물론 '익숙해지는 방식'을 처음부터 잘 아는 사람도 있다. 드물 뿐이다.
무엇이 나에게 부딪히기보다는, 내가 무엇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생긴 실패와 상처와 고통에 의해 우리는 조금씩 변해 간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니 태어나기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자 하는 본연의 존재성이 꿈틀대고, 유린되는 세포가 생겨날수록 좌절과 절망을 하게 된다. 그때부터 '나'라는 생명은 살아남기 위해 타협하게 되는 것이다. 몇 개의 유전자를 버리거나, 다른 유전자를 선택하고 변형하며 초보 딱지를 떼게 된다. 그것은 하나의 존재에서 다른 존재로 거듭나게 되는 일이다.
그렇게 익숙해지고 능숙해지고 나면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 두려움보다는 용기, 겸손보다는 도전의식, 호기롭고 푸릇푸릇한 생명력. 그런 것들 말이다. 그것은 죽기 전에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칠 때 중요한 페이지로 그려질, 무엇보다 다채롭던 날들이 될 것이다.
여섯 장의 목련 잎이 하나씩 떨어지듯, '초보 시절'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애틋하다. 익숙함, 능숙함, 수월함 뒤에 따라오는 것은 친했던 친구와 멀어지거나, 집착이라고 할 만큼 사랑했던 가족과 멀어지는 것만큼의 헛헛함이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한 잎을 붙잡은 채 매일매일 '초보 시절'로 살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