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움

by 현량

촌스러움을 꺼리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한다.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예능인이 사랑받고 촌스러운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사랑받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패션에서도 촌스러움이 때로는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쓰일 때가 있다. 한때 동묘의 할아버지 패션을 세계가 주목하고 유명 디자이너가 그것을 참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촌스러움이라는 것 가장 솔직하고 순수한 내면이 만들어낸, 주체적이고도 독립적이며, 자유를 지향하는, 무엇보다도 근사한 시대정신이 아닐까.

예술도 마찬가지다. 날 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가장 어려운 점이다.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예술인 이유도 치열하게 자생하며 살아남은,것 중에서도 날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과감한 색을 쓰기 전에 두려움이 앞선다. 살아왔던 환경, 사고방식이 고루해서 그러겠거니 하며 벽을 허무는 시도를 매번 한다. 특히 그림에서 뭔가 심심하고 지루한 느낌이 들 때면 보색을 조금 사용한다. 그러고 나면 그림에서 생동감 혹은 긴장감이 생기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 보색위주로만 칼라를 선택하면 촌스러워지는데 -그것은 옷 칼라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과하지 않게 조금만 사용하면 훨씬 풍성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한편 촌스러움이 편안함이라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것이 기준에 따라 달라지므로 기준 자체를 의심하라는 장자 철학과도 맞닿아있다.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 아닌 억지로 애쓰지 말라는 '무위(無爲)'의 의미 말이다.

나는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무릎을 치며 깨닫는 것이 생겼다. 예술이 힘들 땐 촌스러움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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