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Hellbound)> 감독 연상호 출연 유아인, 김현주 외 공개 2021년 11월
인간이어서.
인간이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공포와 수치심이 정의와 선善을 만드는, 서로가 서로의 증거가 되어 필사적으로 무죄를 증명하고 폭압으로 유죄를 단죄하는, '믿음'이 '정치'가 된 세상을 그려낸 <지옥>. 멋대로 '인간의 뜻'을 '신의 뜻'으로 둔갑시킨 인간. 그리하여 '신의 뜻'이라던 사자使者가 도리어 '인간의 뜻'을 증명하는 도구가 되어버린 현상.
우리 시대가 여기, 어느 지점에 있는지 그 줄기를 정확하고 분명하게 캐치해서 '지옥에서 온 사자使者'와 그 현상을 보는 인간의 행태를 드라마로 녹여낸 연상호 감독의 작품. 어떤 식으로든 변주될 수 있는 인간의 광기를 다시 한 번 뜻밖의 소재로 그려냈다.
전체 6화 중 1~3화의 호흡이 느려 도중 하차했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4~6화를 보지 않고는 <지옥>을 봤다고 할 수가 없고, 1~3화는 4~6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탑이다. 차근차근 쌓아올린 탑의 균열과 붕괴를 위해서.
1~3화가 요즘 시대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호흡이라는 생각은 한다. 모든 게 빨라야 하고, 순식간에 '사이다'를 들이켜야 하고, 몇 신 걸러 사건이 터지고 국면이 전환되어야 하는 입맛이 다수인 세상에서, 느릿하게 쌓아올려 차근차근 해체하는 서사는 선호도가 높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다른 이유 없이 단지 '호흡이 길어서, 대사가 많아서 껐다'라는 평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건 그렇게 만든 이의 탓이다,라고 하면 할말이야 없지만.
호흡이나 메시지가 <어둠 속의 미사>(마이크 플래너건, 넷플릭스)와 비슷한데 둘 다 인상적이고 좋은 작품이다. <지옥>은 전반부의, <어둠 속의 미사>는 후반부의 대사들이 특히 좋다. <어둠 속의 미사>를 이야기하면서도 했던 말인데, <사바하>(장재현)도 두 작품의 맥락에 확장해서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넷플릭스 월드 순위 진입 1위를 했다고 한다. 그로테스크한 빈부격차(기생충)와 돈에 목숨 건 서바이벌(오징어게임)과 돌아버린 사이비(지옥)으로 월드와이드에 이름을 떨치는 한국. 역시 다이나믹 코리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