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정리 100일의 기록
5. 고진감래(苦盡甘萊):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옴을 이르는 말
이전 부서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이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나이 많은 연장자 불러주는 게 어딘가 싶어서, 앞 뒤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 했다.
아들 둘을 키우는 워킹맘, 외동아들 키우는 워킹맘, 그들의 대화를 빙긋이 웃으며 경청하는
미혼 직원과 맥주 한잔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한창 손이 많이 갈 때의 자녀를 둔 직원 둘은 아무래도 자녀 양육의 고민, 자녀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도 아이들을 키울 때의 경험들이 떠올라 그녀들에게 맞장구도 쳤다가 훈수 아닌 훈수도 둬가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러다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다 타고난 성향대로 크는 거지, 엄마의 역할은 일부분일 따름이라는
결론을 향해 이야기를 끌어갔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센 아이는 키울 때는 버겁지만, 크고 나면 자기 할 일은 본인은 알아서
하게 되니 편해지고, 정서의 결이 비슷하고 감정적으로 교류가 잘 되던 아이는 커서도 이야기 들어주고
대화 상대가 돼 줘야 하니 피곤하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동의의 몸짓을 하기 바빴다.
결국 자녀 양육도 아이와 나의 합을 더하고 빼고 하면 제로가 되는 게 아닐까.
집에 돌아와 종이쓰레기 정리를 했다. 내일 아침 9시까지 종이쓰레기를 아파트 앞마당에 내려놔야 한다.
집 정리를 나 몰라라 할 때는 내일이 종이쓰레기 수거일이건 말건 간에 되는 대로 지냈다.
집 안에 종이는 쌓여갔지만, 시간 맞춰 버려야 한다는 강박이 없었다.
오늘은 지금 종이쓰레기를 정리하지 않으면 일주일 동안 또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집안이 말끔하게 정리되고 강박이 쌓이는 거와 집안에 종이가 쌓이나 마음의 강박이 없는 거
더하기 빼기 하고 나면 결국은 똔똔인 걸까?
쓴 것이 다하고 단 것이 오면 그 총합은 제로에 가까운 걸까?
이 무슨 해괴망측한 논리냐고?
청소를 잽싸게 해치우지 못하는 갱년기 여성의 어수룩한 궤변이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