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알기(불안, 감정의 파도, 선택) - 첫번째 이야기

보부상C Story Lab

by 보부상C

상황

단체 수업 중 한 아동이 또래를 밀어 넘어뜨렸고, 해당 가해 학생 부모가 당시 자리에 없어 상황에 대한 내용을 문자로 보냈을 때, 책임 회피로 반응한 상황 (해당 반응에 대해서는 본인의 주관)

Ⅰ. 나의 삶에서 중요했던 부적 감정, 촉발 요인

나의 삶에서 부적 감정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나를 흔들어 온 감정은 불안이었다. 불안은 단순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만 작동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말 한 줄, 문자 하나, 예상치 못한 침묵, 그리고 역할 갈등이 발생하는 순간마다 내 내부의 깊은 층위를 흔드는 감정으로 다가왔다. 특히 아동 발달센터를 운영하며 마주하는 학생들의 학부모와의 관계, 그중에서도 문제 상황을 전달하거나 조정해야 하는 순간의 긴장은 언제나 나에게 중요한 심리적 사건으로 남았다.

나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활을 제공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사업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이 두 역할이 충돌할 때, 특히 어떤 부모가 자신의 아동 문제행동을 인정하지 않거나 책임을 회피하려 할 때, 나에게 올라오는 불안은 단순한 감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불안은 나의 지난 경험, 직업적 정체감, 가치관, 관계 맺기 방식이 복합적으로 얽힌 심리적 신호로 기능해 왔다.

그중에서도 최근 있었던 한 사건인 ‘그룹 수업 중 특정 아동이 또래를 밀어 넘어뜨렸고, 해당 가해 학생 부모가 당시 자리에 없어 상황에 대한 내용을 문자로 보냈을 때, 답변을 하지 않고 책임 회피로 반응한 상황’이 있었다. 이것은 나에게 강한 정서적 충격이었고, 동시에 나의 불안을 깊이 있게 탐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에서 나는 그 사건을 중심으로 불안의 촉발 요인, 그때의 마음의 역동, 그리고 그 감정을 다스려 온 과정을 정서 심리학적 관점에서 되짚어 보고자 한다.


Ⅱ. 촉발 요인 분석 (외적)

당시의 상황은 비교적 명확했다. 그룹 시간에 A 아동이 자기 차례가 아님에도 발표를 강하게 요구하며 옆 친구를 밀어 넘어뜨렸다. 모든 아이가 놀라며 분위기가 깨졌고, 나는 급히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이후 피해 학생 부모에게는 대면으로 상황을 전달하였으나, 가해 학생 부모는 대면 상황이 어려워 문자로 상황을 전달했으나 돌아온 반응은 ‘문자 답변 없음.’ 이었다. 그리고 미묘한 회피였다.

이 외적 요인은 나의 불안을 촉발하는데 충분한 상황이었고, 불안을 자극한 요소를 정확히 짚어보았을 때, • 부모의 책임 회피와 무반응, • 문제행동의 심각성과 재발 가능성, • 다른 보호자와의 관계 조정 필요성, • 센터 운영자, 치료사로서 내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 증가 였다.

이 상황은 “모든 책임이 나에게 몰리는 듯한 압박감”, “관계를 잘못 다루면 센터 운영에 타격이 생길 수 있다는 현실적 두려움”을 불러왔다. 불안은 단순히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외부의 무책임성이 나에게 심리적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에서 발생했다.

Ⅲ. 촉발 요인 분석 (내적)

불안은 실제 사건보다 더 깊은 곳에서 만들어졌다. 나의 내적 촉발 요인은 첫 번째 과도한책임감 및 전문가 정체성이었다. 나는 아동과 부모 모두에게 신뢰를 주는 재활사가 되고 싶고, 이는 직업적 양심에서 비롯된 당연한 가치다. 하지만 그 가치가 때로는 “모든 문제를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변한다. 그러다보니 사건과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내 학생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무료로 가서라도 학교 생활을 관찰하고 중재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관계에서의 거절 및 침묵에 대한 민감성이다. 부모의 문제 상황에 대한 문자 답장의 거부는 단순한 무응답이 아니라 “내가 재활사로서 잘못 대처했는가?”, “내 전문성이 의심 받는가?”, “이 상황에 대한 갈등이 커지면 어떻게 하지?”와 같은 연쇄적인 불안을 만든다.

세 번째는 사업 운영자로서의 현실적 두려움이다. 센터의 평판, 학부모 간 소문, 프로그램 유지 여부 등은 나에게 실존적 위협으로 작용한다. 불안은 생존 혹은 유지의 감정이다.

네 번째는 과거의 유사 경험 축적이다. 이전에도 몇몇 보호자들은 비슷한 방식의 회피·무시를 보였고, 나는 그때마다 상처받았다는 기억이 있다. 불안은 과거의 기억을 매개로 강화된다.

이처럼 외적 사건과 내적 감수성이 만나 불안은 단단한 덩어리가 되어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Ⅳ. 마음의 역동

정서심리학에서는 부적 감정이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여러 층위의 역동(동기·욕구·방어·기대)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그 사건 당시 나의 마음의 역동을 해석하면 첫 번째 나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관계를 부드럽게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치료사이자 센터장으로서의 역할은 때때로 명확한 경계 설정과 단호한 문제 전달을 요구한다. “부모와의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이 있지만 “이건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라는 두가지가 충돌하며 불안이 증가한다.

두 번째는 인정욕구와 평가 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다. 나는 내 일을 잘하고 싶고 그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 받고 싶다. 하지만 문제가 생가며 “내가 부족해 보여서?”라는 생각이나 “내 개입이 문제를 더 만드나?”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 인정 욕구는 내가 이 일을 선택하고 지속하는 이유이지만 동시에 불안의 주요 근원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책임감이라는 가치와 무한 책임감이라는 왜곡된 신념에 있다.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은 긍정적인 가치지만, 문제는 이것이 불안 상황에서는 ‘모든 걸 내가 떠안아야 한다’는 왜곡으로 변질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나는 ① 타인의 무책임까지 내가 해결해야 할 것처럼 느낀다. ② 나의 감정 소진은 고려되지 않는다. ③ 학부모(학생)과 재활사(원장) 간의 경계가 흐려진다.

네 번째는 과거 경험의 기억(정서적)이 현재 반응을 강화한다. 과거 학생의 학부모 갈등 상황에서 느꼈던 상처, 억울함, 부당함이 “정서 기억”에 저장되어 있으며, 비슷한 자극을 만나면 과거 감정이 함께 활성화 된다. 따라서 현재 사건의 불안은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Ⅴ. 불안을 통과하고 다스린 과정 (정서치료)

정서 심리학과 정서치료(EFT)에서는 부적 감정을 다루는 핵심 과정을 ① 명명 → ② 자각 → ③ 탐색 → ④ 의미 부여 → ⑤ 재조절(정서 조절) → ⑥ 새로운 정서경험 형성으로 설명한다. 나는 이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아 보았다.

1단계 감정 명명하기. “나는 지금 불안하다.” 불안을 제대로 다스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 “짜증난다”, “힘들다”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핵심 감정은 불안이었다. • “관계가 틀어질까 불안하다.”, • “내가 공격받을까 봐 불안하다.”, • “센터 운영에 영향을 줄까봐 불안하다.”와 같이 정확하게 불안에 원인을 이름 붙이면 감정이 구체적인 형태로 바뀌었고 통제 가능할 수 있게 된다.

2단계 지각하기. “감정 자각과 신체 경험 관찰” 정서치료에서는 감정은 신체에서 먼저 발생한다고 본다. 사건 후 나는 다음과 같은 신체 반응을 느꼈다. • 심장 두근거림, • 핸드폰 알림 소리에 과도하게 예민해짐, • 업무 집중력 저하, • 두통 등이다. 나는 이 신체 신호가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이 위험을 감지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이해함으로써,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었다.

3단계 탐색. “불안 속에 있는 ‘나의 진짜 욕구’ 찾기” 불안은 단순히 두려운 감정이 아닌 내 욕구가 숨어 있다. • 전문성을 존중 받고 싶은 욕구, •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 • 나의 노력이 무시되지 않기를 바라는 욕구, • 안전한 경계를 유지하고 싶은 욕구 이다. 욕구는 정당하다. 이 욕구를 알기 시작하면 불안은 단지 ‘없어져야 하는 감정’이라고 여겼지만 사실 내 가지를 지키고자 하는 강한 동기라는 것이 보였다.

4단계 의미 부여. “불안은 나를 지키고자 하는 경고 신호” 정서심리학에서는 부적 감정이 기능을 가진다고 본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불안의 기능은 • 관계에서 경계 무너짐을 알려주는 신호, • 책임을 오롯이 떠안지 않도록 해주는 조기 경보, • 전문가로서 나의 가치가 침해될 때 발생되는 자기보호적 반응 이었다. 즉, 불안은 내자신이 위험하고, 경계선 설정이 필요효ㅏ다며 알려주는 감정이었다.

5단계 재조절(정서 조절).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실제 전략” 나는 의미를 인식하고 난 이후 다음과 같은 조절 전략을 사용했다.

① 관계적 경계 재설정

- 문제 상황을 상대에게 객관적으로 전달 (아동 간 00일이 생겼다.)

- 책임 소재를 공정하게 나누기 (가해 아동, 피해 아동, 담당 재활사의 책임 범위)

- 부모 간 사과 조정을 전문가 역할로 진행 (아동 간 일어난 일이니 중재자는 학부모가 아닌 담당 재활사가 중재할 것)

② 자기 자비(Self-Compassion) 적용 → 자기 친절은 불안의 강도를 낮춤

- 네(본인)가 막지 못할 상황이었다.

- 내(본인)가 잘하고 싶어서 불안한 것이다.

- 아이들의 돌발행동이 나의 전문성을 낮추는 것은 아니다.

③ 인지적 재평가

- 학부모의 문자 미답변은 나를 무시해서가 아님. 그 사람이 감당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

- 이건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은 아님.

- 문제를 명확히 다루는 것이 오히려 센터 운영에 긍정적

④ 감정-행동 분리 연습

- 불안하다고 해서 그 감정대로 바로 행동하지 않고, 행동은 전문가의 기준으로서 생각하고 판단해서 선택할 것.

6단계 새로운 정서경험 설명. “불안을 넘어선 ‘자기 효능감’” 갈등 상황을 해결하고 나니, 새롭게 떠오른 감정이 있었다. • 나는 이런 상황을 충분히 다룰 역량이 있다. • 나는 전문가로서 성장하고 있다. • 불안이 있어도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정서치료에서 말하는 ‘변형된 정서 경험’이 이루어진 것이다. 불안을 잘 넘겼을 때 비로소 나는 ‘괜찮다’ 라는 감각을 느꼈고, 이는 이후 비슷한 상황의 불안 강도를 낮추는 보호 요소로 만들어졌다.


Ⅵ. 결론

이번 사건을 중심으로 나의 불안을 돌아보며 느낀 가장 큰 통찰은 다음과 같다.

① 불안은 억압해야 하는 감정이 아니라, 나의 가치와 욕구를 알려주는 심리적 신호다.

② 불안은 나의 전문성에 대한 헌신, 관계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상처받은 경험들이 만나 형성된 복합적 감정이다.

③ 불안을 ‘통과’(잘 넘기는)하는 과정은 나의 내적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었고, 전문성뿐 아니라 ‘사람(나)’으로서의 성장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알 수 있다. 불안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감정이 아니라, 나에게 경계를 세우고 나 자신을 보호하라고 가르쳐 주는 이정표라는 것을.

앞으로도 나는 불안을 억압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함께 걸으며,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읽고, 필요한 지점을 조절하고, 내 삶의 방향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