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1편 흔들린 기록, 흔들린 삶

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1편 흔들린 기록, 흔들린 삶


기록은 남기기 위해 존재한다.

이름을 적고, 관계를 밝히고, 시간을 이어가기 위해 인간은 기록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기록은 언제나 삶을 온전히 담아내는가.

남전이 마주한 제적등본은 그 물음 앞에서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게 만든다.


이형순(李馨純)의 제적 첫머리에는 분명히 적혀 있다.

부는 이해수(李海水), 모는 박아기(朴阿其)이다. 이 한 줄은 분명하고 단정하다.


그러나 그다음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같은 제적 안에서도 인물마다 부의 이름이 달리 나타나고, 관계를 적는 칸에는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가 들어간다. 같은 형식의 칸이라도 어떤 곳에서는 모를, 어떤 곳에서는 처를 가리킨다. 여기에 손으로 쓴 글자까지 겹치면, 읽는 이는 쉽게 대상을 섞게 된다.


실제로 첸은 이 제적을 읽는 과정에서 母를 妻로 오독한 바 있다.

문제는 단순한 읽기 실수가 아니다. 기록의 구조 자체가 해석의 혼선을 낳고, 그 혼선이 사실의 이해를 어긋나게 만든다는 점이다.


여기에 시간의 어긋남까지 더해진다.

이 제적에는 호주상속일과 호주상속신고일 사이에 6년의 간격이 나타난다. 기록은 존재하지만, 그 흐름은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간의 간극은 또 하나의 해석의 틈을 만든다.


이 지점에서 ‘위험’이 드러난다.

기록은 객관을 가장하지만, 그 안에는 구조의 한계와 표기의 제약, 그리고 해석의 불확실성이 함께 들어 있다. 기록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기록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위험이다.


따라서 기록을 그대로 믿는 일 또한 하나의 위험이 될 수 있다.

기록을 확인하고, 대조하고, 다시 읽는 과정이 없다면, 기록은 삶을 지키지 못한다.


이 연작은 그 자리에서 출발한다.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어긋난 부분을 가려내며, 서로 다른 항목을 맞추어 읽는다. 그것은 문서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남전이 지금 붙들고 있는 것은 종이 위의 글자가 아니다.

그 글자 뒤에 남아 있는 삶이다.


기록이 바로 설 때, 삶 또한 제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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